[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벌써 9번째 연재네요. 독자 분들의 반응을 보니,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은 첫 번째 이유’는 상대적으로 쉽게 받아들였는데, 두 번째 이유는 다소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번 연재는 지금까지 연재 내용을 총 정리하고자 합니다. 이번 연재를 읽으시면 첫 번째 이유도 다시 정리가 되고, 두 번째 이유도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고, 이 두 가지에서 벗어나는 경우는 없다고 말씀을 드렸으니, 이 연재만 읽으셔도 모든 것이 정리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이어오고 있지만, 이것은 결국 ‘행복’의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제게 주로 강의 의뢰가 오는 주제가 ‘스트레스’인데요. ‘스트레스’라고 이야기를 하든, ‘힘든 일’이라고 이야기를 하든, 결국 우리에게는 피하고 싶은 일들이 있습니다. 그러한 일들에서 벗어나서 ‘행복’의 영역으로 가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고 싶은 ‘방향’이 아닐까 합니다. 그 방향에 대해서 이번 연재에서 정리하고자 합니다. 행복의 비밀을 저와 함께 풀어보시지요.
 

사진_픽셀


‘스트레스와 행복’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저는 딱 두 가지 요인(factor)만 고려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want(원함)’와 ‘can(통제력)’입니다. 제가 강의에서 이렇게 이야기하면 꼭 나오는 또 다른 요소가 있습니다. 그것은 ‘must(의무)’인데요. 특히 직장 생활을 하시다 보면 고려가 되는 요소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must(의무)’는 결국, ‘하고 싶지 않은 want(원함)’이라고 이해해주시면 됩니다(‘하고 싶지 않음’을 원함).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마음속 갈등이 생기고 의무로 다가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고려해야 할 요소가 두 가지밖에 없다는 것은 복잡해보기만 하는 ‘행복과 스트레스’라는 문제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Factor(요소)가 두 가지 밖에 없기 때문에 표로 그리면 아래와 같이 4 사분면이 나옵니다.
 


이 표에서 흔히 오해하는 부분이 있어서 정리하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제가 ‘want(원함)’에서 ‘O, X’라고 표현했을 때, 이것은 ‘원하냐 원하지 않느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원함이 있느냐 없느냐’라는 존재의 의미로 쓰는 것이라는 점을 꼭 이해하셔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앞에서 ‘must’를 설명할 때 '하고 싶지 않은 want(원함)’이라고 복잡하게 표현했던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must’는 ‘want(원함)’이 있는 것입니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원하는 것이지요.

즉, ‘Want(원함)’의 ‘O’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어느 방향으로든 ‘원함’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Want(원함)’의 ‘X’는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는 상태, 즉 ‘원함’ 자체가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이것만 이해가 되시면 위에 기재한 표를 이해하기 어렵지 않으시리라 생각합니다.

4개의 사분면 중에 우리가 ‘스트레스’라고 부르며, ‘피하고 싶은 것’은 딱 한 군데에 해당이 됩니다. 4 사분면 중 어디에 해당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어렵지 않으시죠? 오프라인 강의 때도 대부분의 분들이 이 문제는 쉽게 대답을 하십니다. 독자 분들께서도 생각하신 게 정답입니다.
 


상기 표에서 색칠한 부분이 ‘스트레스’에 해당합니다. 우리는 ‘원함’이 있는데 ‘할 수 없을’ 때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애초에 ‘원함’이 존재를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스트레스’가 되지 않습니다.

즉, 아래 표에서 색칠한 부분은 ‘스트레스’에 해당될 수가 없습니다. 내 아들이 시험 성적이 좋지 않을 때는 ‘스트레스’로 다가오지만, 저기 아프리카에 알지도 못하는 아이가 시험 성적이 좋든 좋지 않든 ‘스트레스’가 되지 않는 이유는 ‘Want(원함)’의 존재 유무 때문입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Want(원함)’의 존재 유무가 스트레스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된 좋은 경험이 있어 공유하고자 합니다. 제가 ‘강의 요청’을 받아 운전을 하고 가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도착 예정 시간이 강의 시작 시간에 급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갑자기 ‘차가 왜 이렇게 막히지’, ‘앞 차는 왜 이렇게 천천히 가는 거야’라는 온갖 생각이 올라오면서 ‘스트레스’가 확 밀려왔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길이 매번 퇴근할 때 지나가던 길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평소에 퇴근할 때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다녔던 길이었습니다. 평소보다 더 막히거나 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외부 자극은 바뀌지 않았는데,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 다니던 길이 갑자기 ‘스트레스’로 다가온 겁니다. 그것은 ‘Want(원함)’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몇 시에 도착하든 상관이 없을 때는(원함이 없음) 스트레스가 되지 않지만, 몇 시까지 도착해야 한다는 원함이 생기는 순간 스트레스가 되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예외가 없습니다. 모든 스트레스 상황 안에는 ‘나의 Want(원함)’이 숨겨져 있습니다. 만약 예외가 있다면, 댓글이든 메일이든 따지셔도 좋습니다. 합리적인 반증이 있다면, 제가 제시한 모델을 파기하겠습니다. 어떤 ‘Want(원함)’이 있는지 찾지 못하고 인식하지 못할 수는 있지만, 애초에 ‘Want(원함)’이 없는 경우는 없습니다. ‘Want(원함)’이 없는 경우는 애초에 스트레스가 될 수 없습니다.

 

이제 답은 왼쪽 두 칸 중에 하나가 되겠군요. ‘Want(원함)’이 있는데, 그것을 할 수 있다면(통제 가능) 이것도 스트레스가 될 수 없습니다(왼쪽 위 칸에 해당).

‘내일 시험이야, 그런데 나는 언제 어떻게 해서든 100점을 맞을 수 있어.’
이런 통제력만 담보된다면 시험은 더 이상 스트레스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이성이 있어.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사귈 수 있어.’
이런 통제력만 담보된다면 더 이상 스트레스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결국 스트레스는 위 표에서 왼쪽 아래 칸의 경우 즉, ‘Want(원함)이 있는데 할 수 없는(Can’t) 경우’에만 해당이 됩니다. 여기에도 예외는 없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해결해야 할 문제는 명확해졌습니다. 4개의 사분면 중 왼쪽 아래 칸만 해결할 수 있다면, 우리는 정말 행복하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되리라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해결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겠네요. 표에서 보시면 그 해결 방법은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래 표에 표시하였듯이 해결 가능한 두 방향이 존재합니다.
 


먼저 오른쪽 방향(파란색)의 화살표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오른쪽 방향의 의미는 ‘할 수 없다면, 원하지 마라.’입니다.

어라?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지요?

맞습니다. 제가 첫 번째부터 다섯 번째 연재까지 언급했던 것이 이 방향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 부분은 많은 분들이 쉽게 이해를 하셨기 때문에 더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이 글부터 읽으시는 분들은 앞 연재 글을 참조해주시면 쉽게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문제는 윗 방향(빨간색)의 화살표가 되겠네요. 제가 여섯 번째에서 여덟 번째 연재까지 ‘주체성’에 대한 언급을 계속했었는데요. 사실 ‘주체성에 대한 고집, 아집’이 이 부분에서의 핵심이기는 하지만, 이런 접근이 다소 난해하므로 이번 글에서는 ‘주체성’에 대한 것은 살짝 접어두고 설명드리겠습니다. 그러면 훨씬 쉽게 받아들여지시리라 생각합니다.

윗 방향 화살표의 의미는 ‘원함이 있다면, 할 수 있게 만들어라.’입니다. 말은 참 쉽죠. 이렇게만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왜 우리는 이렇게 잘 되지가 않을까요?

제가 이 부분은 명확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가짜 이유를 진짜 이유라고 믿고 있었다면?’이라는 질문이 핵심입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통제력을 잃어버리겠지요.

우리가 통제를 하기 위해서는 원인과 결과를 알고, 원인을 통제함으로써 결과의 통제를 얻게 되는 것인데요. 실제 이유가 아닌 가짜 이유를 진짜라고 믿고 있었으니, 당연히 통제가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우리가 비행기를 뉴욕으로 보내고 싶은데, 중력과 유체역학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 채, 새 날개랑 비슷하게만 만들어서 날려 보내고 있는 상황과 흡사합니다. 그러면 결국은 떨어져 죽는 일 밖에 생기지가 않겠지요.

사실 우리가 살아왔던 것이 이와 크게 다르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 인생이 고꾸라지기만 하였던 것입니다. 7번째 연재(링크)에서 언급한 ‘컵에 대한 실험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이 컵은 예뻐서 10달러야. 10달러의 가치가 있어서 10달러라고.’라며 가짜 이유를 진짜라고 믿으며 우기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제가 이것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모든 생각, 감정,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그래서 우리 인생이 내 마음대로 통제가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가짜 이유를 진짜 이유로 착각한다.’는 명제 자체는 어렵지 않게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내 인생에 이 명제가 어떻게 작용한다고?’는 아직 쉽게 그려지지 않으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게는 100명이 넘는 상담 사례가 있고요. 이 분들도 처음에는 제 강의 내용이 이해가 될 듯 말 듯하였지만, 상담을 받고 나서는 ‘아~ 강의 내용이 내 인생에 이렇게 적용이 되는구나.’를 느끼고 문을 나서셨습니다.

앞으로의 연재에서는 실제로 상담했던 이야기를 가공해서 공유드리고자 합니다. 여러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를 듣다 보면은 제가 말씀드린 내용이 한결 쉽게 다가와지리라 생각합니다. 본격적인 상담 이야기를 풀기 전에, 다음 연재에서는 ‘굿 윌 헌팅’이라는 영화 이야기를 통해 ‘진짜 이유와 가짜 이유’가 우리의 삶에 어떻게 적용이 되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 본 연재는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강의 내용을 글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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