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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내 마음] 8. 과거가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8.10.21 02:02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7번째 연재(링크)에서 ‘내가 한 선택이 내가 한 게 아닐 수도 있어. 내가 모르는 다른 무언가가 있을 수 있어.’를 인정해야 통제가 된다고 말씀을 드렸었는데요. 그 ‘내가 모르는 다른 무언가’에 대한 답을 드리고자 합니다. ‘내가 모르는 다른 무언가’를 알게 된다면 인생이 좀 더 나의 통제 범위 안으로 들어오리라 생각합니다. 앞뒤 없이 이렇게 이야기하니까 뭔가 사이비 종교에서 하는 이야기 같기도 하네요. 그렇게 느껴지신다면, 앞 연재 내용을 한 번 읽어보고 오시면 이해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종교는 아니고요, 최신 과학에 기반하여 말씀을 드리고자 하니 오해가 없으시길 바라겠습니다. 앞 연재에서도 예고하였다시피 약간의 뇌과학과 진화심리학 관련 이야기도 함께 드리려 합니다.

앞 선 두 연재 동안 제가 그토록 많이 던졌던 질문 ‘그 행위의 주체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드리고자 합니다. 제 답은 ‘과학자(상황 설계자)’도 아니고, ‘10달러를 낸 사람(행위를 한 사람)’도 아니고, 바로 ‘과거’입니다. 조금 생뚱맞으신가요? 하지만, ‘진화심리학’에 대해 조금만 이해를 하시면 수긍이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오프라인 강의에서는 답을 드리겠다고 말씀을 드리면서 가방에 몰래 숨겨둔 ‘장난감 뱀 모형’을 던집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납니다. 제 답의 비밀은 여기에 숨어있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우리는 일반적으로 뱀을 무서워합니다. 이것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저에게는 무척 이상한 현상으로 다가옵니다. ‘공포’라는 감정은 위험으로부터 회피하기 위해 우리에게 탑재되어 있는 감정입니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봅시다.

지금까지 살면서 뱀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느낀 적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남은 인생이 뱀으로 인해 사망할 확률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대한민국 도시에 살고 있으시다면 그 확률은 지극히 낮습니다. 제가 응급실에서 인턴을 4개월 동안 했었는데요. 단 한 번도 뱀에 물려서 오신 분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응급실에서 자동차 사고가 나서 오시는 분은 하루에만도 몇십 명입니다. 분명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뱀이 아닌 자동차입니다. 통계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동차는 별로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만약 제가 장난감 자동차를 던졌다면, 갑자기 물건이 날라 와서 놀랄 수는 있지만, 장난감 자동차라는 형태를 인지하고 나면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뱀 모형은 다릅니다. 인지하고 나서 더 무서워합니다. 제가 여기까지 설명을 드리고 나면 이렇게 반문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뱀은 동화에서도 보통 ‘악’으로 그려지고, 어렸을 때부터 뱀은 무서운 것으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냐고 라고요.

사실은 왜 뱀이 보통 악으로 그려지는지부터가 의미가 있기는 한데요, 그건 살짝 접어두기로 하고요. 교육 때문에 뱀을 무서워한다는 주장에 대해 먼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반문에 저는 이렇게 말씀을 드립니다. 교육 때문이라면 뱀보다는 자동차를 더 무서워해야 합니다. 저의 어렸을 때 기억을 되짚어 보면, 학교 갈 때마다 어머니가 ‘차 조심해라’라고 교육을 시키셨지, ‘뱀 조심해라’라고 교육을 시킨 기억은 거의 전무합니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도 차 조심 교육은 많이 받았으나, 뱀 조심 교육을 받은 기억은 거의 없습니다. 교육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뱀보다는 자동차를 무서워하는 것이 더 맞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동차보다 뱀을 더 무서워합니다. 결국, 이 문제는 우리가 태어난 이후에 받은 교육의 문제로는 풀릴 수가 없습니다. 태어나기 이전에 이미 결정되었다고 보아야 더 합리적입니다.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학문이 바로 ‘진화심리학’입니다.

 

오늘은 ‘진화심리학’의 가장 기초적인 사고방식에 대해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너무나 간단합니다. 수백만 년 전에 다양한 심리 기제들이 존재를 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비율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살펴보면 됩니다. 수백만 년 전에 ‘뱀을 무서워하는 개체(하지만 자동차는 무서워하지 않는 개체)’와 ‘자동차를 무서워하는 개체(하지만 뱀은 무서워하지 않는 개체)’가 있었다고 가정해봅시다. 물론 수백만 년 전에는 자동차라는 것이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자동차라는 단어조차도 존재하지 않겠지만, 바퀴가 달려서 빠르게 굴러다니는 물체를 ‘자동차’로 생각하고 논의를 진행하겠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처음에 ‘뱀을 무서워하는 개체’와 ‘자동차를 무서워하는 개체’의 비율을 어떻게 상정하더라도 결론은 똑같이 수렴되게 되어있지만, 논의의 편의 상 수백만 년 전에 50 : 50의 비율로 있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러고 나서 아무런 조작과 가정을 하지 않고 시간만 돌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뱀을 무서워하는 개체는 뱀을 만날 때마다 피하게 되어 생존확률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자동차를 무서워하는 것은 생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만날 확률이 제로에 가까우니까요. 물론 일이백 년 전부터는 자동차로 인해 사망이 가능한 확률이 생겼지만 수백만 년 중에 일이백 년은 거의 무시해도 될 수치입니다. 그리고 ‘뱀은 수백만 년 뒤에 동물원에서나 볼 것인데 이런 것 따위를 뭣 때문에 무서워해.’라고 하면서 뱀을 툭툭 건드렸던 개체는 물려서 죽을 확률이 높습니다.

처음에 50 : 50으로 존재를 했더라도 수백만 년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뱀을 무서워하는 개체’와 ‘자동차를 무서워하는 개체’의 비율은 99.99999 : 0.00001로 수렴하게 됩니다. 우리가 99.99999에 속할 확률은 99.99999%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동차를 별로 무서워하지 않고, 뱀을 무서워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결정한 것은 ‘here & now’가 아닙니다. ‘there & then’이지요. 그래서 제가 그토록 던진 ‘주체는 누구입니까?’에 대한 답으로 ‘과거’라고 말씀을 드렸던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과거에 연유한 심리 기제들이 이미 탑재된 채로 태어났습니다. 우리가 결정한 것이 아닙니다. 이것이 진화심리학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큰 지식과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과거가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우리가 슬픈 감정을 느꼈을 때 더 많은 돈을 지불하려고 하는 것은 ‘과거’에 의하여 그냥 그렇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누구도 그것을 선택하거나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自然, 스스로 그러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아무리 알았다고 해서 먼 과거에서 형성된 것은 바꿀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아~ 내가 뱀을 무서워하는 것은 ‘here & now’에서 합당하고 합리적인 결론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해도 여전히 뱀은 무섭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논의는 무의미할까요? 저는 두 가지 측면에서 유의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유 중 첫 번째로 언급했던 ‘할 수 없는 것은 바라지 마라.’와 관련이 있습니다. 진화적으로 결정된 우리의 심리 기제에 대해서 알고 나면 더 이상 그 부분은 어찌할 생각을 버리면 됩니다.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알게 해 주기 때문에 ‘밥솥에 에너지를 쓰는 것’과 같은 의미 없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또 다른 하나가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유’ 중 두 번째와 관련이 있습니다. 먼 과거(태어나기 전)에서부터 결정된 우리의 심리 기제는 우리의 힘으로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가까운 과거(태어난 이후)에서부터 결정된 우리의 심리 기제는 우리의 힘으로 바꿀 수가 있습니다. 바꿀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바꾸지 못하고, 지금까지 살던 대로만 살아온 이유는 ‘가짜 이유’를 ‘진짜 이유’로 착각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세 연재(6, 7, 8) 동안 계속 언급했던 ‘주체성에 대한 고집, 아집’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 때문에 세 연재(6, 7, 8)에 걸쳐서 다소 머리가 아픈 토론을 진행하였던 것입니다. ‘주체성에 대한 고집, 아집’이 우리 인생에 얼마나 큰 걸림돌이 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남은 연재 동안 많은 상담 사례를 통해 ‘진짜 이유 & 가짜 이유’가 우리 인생에 어떻게 적용이 되는지를 지속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많은 사례를 보게 되면,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좀 더 잘 그려지리라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는 그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바로 ‘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5번째 연재까지는 그래도 쉽게 따라오셨지만, 6, 7, 8번째 연재는 다소 어려우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따져보면 어려운 단어 하나 없었고 이해 안 되는 내용도 하나 없었습니다. 단지 기존에 우리가 생각해오던 것(주체성에 대한)과는 조금은 다른 내용이었기 때문에 어려웠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연재에서는 여덟 연재 동안 말씀드린 내용을 총 정리하고 넘어가는 시간을 가지고자 합니다. 주체성에 대한 생각을 하면, 6, 7, 8 연재가 다소 어렵게 느껴지실 수도 있습니다.

그냥 간단하게 “우리는 ‘가짜 이유(이 컵은 10달러의 가치가 있어서 10달러야)’를 ‘진짜’라고 착각하면서 ‘진짜 이유(공허한 감정이 들어서 돈 많은 돈을 지불)’를 보지 못했던 거구나.” 정도로만 정리를 하셔도 뒷내용을 따라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가짜 이유’, ‘진짜 이유’만 기억해주세요. 풍부한 상담 사례를 보시게 되면 6, 7, 8번째 내용이 다시 보이리라 생각합니다.

 

※ 본 연재는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강의 내용을 글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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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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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 일 없냐 2018-10-24 11:47:19

    나름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아랫분은 뭔 개소리에요 도대체ㅋㅋ 글은 다 읽고 얘기 하는건지..   삭제

    • 잘 보고 갑니다 2018-10-22 23:00:20

      앞서 답글을 쓰신 분은 꽤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시는 것 같은데.. 꼭 어떠한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하는 것만이 기사는 아닙니다. 칼럼이 유행하는 시대에 이런 기사를 보고 기삿거리가 그렇게 없냐는 발언은 좀 보기 그렇네요. 어쨌든 기사 내용으로 이야기를 넘기자면 특히 진화심리학이 흥이로웠습니다. 그리고 이를 우리 삶의 주체성을 파악하는데 쓰는 것이 응용을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기사 잘 보고 갑니다.   삭제

      • 에휴 2018-10-22 14:43:23

        통계따져보고 무서워 하냐?그냥 무섭게 생겼으니까 무서워 하는 거 아냐..그리고 자동차는 무생물이고.. 자동차사고 당해본 사람은 자동차 무서워 한다. 기사거리거 그렇게 없냐?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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