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전 제가 게으른 건지 그야말로 무기력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뭔가 일을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못 하겠습니다. 여기 게시판에 질문하는 것도 망설이다 겨우 했어요. 참 힘들었고, 이런저런 고민하고 쓰고 지우고 반복하다 그냥 '대충' 질문하게 됩니다.

예를 들겠습니다. 저는 지금 자존감이 낮고 우울감이 심한 편이라 이 질문 게시판을 찾아왔고, 여기 글들을 읽다 보니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정보가 너무 많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검색해보면 관련 기사도 많고, 고민 상담 게시판에도 제게 도움될만한 글들이 많고요. 완벽주의, 강박증 이런 것과 연관 있다고 짧게나마 들었는데, 완전히 인정합니다.

근데 이거 말고도 과도한 기대감도 있는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어 저 '기사'도 좋아 보이는데? 저 '글'도 좋아 보이는데? 아 어떤 게 좋지? 왠지 다 보면 나에게 더 좋지 않을까? 이렇게 갈등하고 그러다 보니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그냥 다 즐겨찾기만 해놓고 나중에 보지 뭐 이렇게 포기합니다.

공부할 때도 이런 경향이 엄청 심합니다. 한꺼번에 딱 모아놓고 한 번에 다 '흡수'하고 싶습니다. 근데 머리에 한계가 있다 보니 피곤해지고, 귀찮아지고 미루고, 또 미루고... 악순환입니다. 저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해결방법은 과연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의 게으름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게으름에 대한 염려를 나누어주셨네요. 질문자님의 글에서 그 고민의 깊이가 충분히 느껴져 더 안타깝네요. 먼저 힘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질문자님의 경우에 우울감이 심한 편이라 하셨습니다. 실제 우울증으로 치료받고 계신지는 모르겠네요. 어쨌든 우울감은 단순히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기분과 뇌, 그리고 신체는 모두 연결되어 있거든요. 기분이 우울해지면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 몸과 마음의 무기력감, 의욕 저하이지요. 무기력감과 의욕 저하는 몸을 움직이기 힘들게 합니다. 에너지 자체도 소진될 뿐만 아니라, 몸을 움직이는 데 많은 망설임을 만들지요. 이런 망설임을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은 '게으르다'며 이야기합니다. 우울감을 겪어보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겠지요. 자신의 행동이 게으름인지 무기력인지 질문하셨지만, 둘 다 질문자님께서 조금씩 가지고 계신 것 같습니다. 우울감을 비롯한 증상들이 게으름과 망설임의 요인이라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충분한 평가와 적절한 치료가 필요할 거라 생각합니다. 

우울감뿐만 아니라 질문자님께서 쓴 글 중 '모든 글을 한데 모아서 다 흡수하고 싶다', '정보가 많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말에서 완벽주의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 기저에 '내가 우울감을 가지고 있고, 이를 반드시 극복해야 되는데, 그러려면 관련된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한다'는 식의 강박관념이 있는 건 아닐까요?

어떤 일을 시작할 때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완벽주의입니다. 좀 더 준비해서 해야 할 것 같고, 지금 해버린다면 분명히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를 얻을 것 같은 느낌들 때문이지요. 기준을 좀 더 낮추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매사에 100%를 바라기보다는 70-80%만 해도 충분할지도 모릅니다. 인생에 100%란 없으며, 모든 기준은 생각하기 나름이니까요. 유연하지 않은 가지는 쉽게 부러집니다. 항상 ‘시작이 반’이란 생각으로,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어 나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주어진 일을 너무 큰 덩어리로 보고 있다면, 그 일을 작은 조각으로 나누고 가장 작은 단위부터 처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우울감을 극복하자"는 거창한 목표보다 "내일부터 매일 장보는 일은 내가 맡아서 하자"는 식의 구체적으로 실현 가능한 일의 조각으로 쪼개는 거죠. 스케줄러 등을 활용해서 시간대 별로 스케줄을 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익숙해지면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게 되어, 당장 그 일을 할지 말지에 대한 고민을 줄여줄 수 있으니까요. 

같은 맥락에서, 망설임이 생길 때는 한 발 뒤로 물러서 전체의 큰 그림을 바라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눈 앞에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낼 수는 없습니다. 또, 그런 부담감이 망설임을 더 크게 만들기도 합니다. 자신이 미루고 있는 사안에 대해 전반적인 목표를 살펴보고, 삶의 방향과 결부 지어 생각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겁니다. 해야 할 일과 굳이 필요하지 않은 일을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도움이 될 만한 기사 주소를 첨부합니다. 멀리서 질문자님을 응원하겠습니다. 

<게으름, 어떻게 벗어날까? 5가지 극복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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