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29세 여자이고요,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는 23살 때쯤 간호조무사 자격증 취득하고서 한 병원에서 근무하다 동료 선생한테 심하게 혼나고 인격모욕 등을 당하다 보니 죽고 싶단 생각이 들어 병원에 가서 상담 후에 약을 먹게 되었습니다. 한 1년 정도 약 먹고 운동도 하고 좋아져서 약을 안 먹게 되고 거의 4년을 안 먹고 상담만 받았습니다. 그러던 중 다른 병원에서 일하다가 동료들과의 따돌림 소통 부재 그리고 무릎 통증까지 재발하면서 악화돼 약을 먹게 되었습니다. 물론 병원 가서요. 재발이 쉽게 된다고 들었는데 두 번째 재발이고, 재발하면 할수록 치료는 더 어려워지고 약의 용량도 올라가고 그런다는데 전 그게 걱정입니다.

또 제 친한 친구가 대학병원 정신건강과를 거의 6년 다니면서 온갖 종류의 약을 먹었는데 용량도 거의 최대치를 먹었답니다. 근데 일시적으로 좋아질 뿐 도움이 안 되고 기억력과 집중력이 많이 나빠졌다면서 저보고 그만 먹으라고 합니다. 저는 아니라고 주장하고 실제로 저는 기억력이 나쁜 편은 아닙니다. 친한 친구 전화번호, 가족들 생일 및 주민번호와 전화번호도 다 아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친구는 인터넷에 약물 부작용 검색하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집중력 감소와 기억력이 나빠졌다고 부작용을 호소한다고 하는데 그것도 궁금합니다. 저두 용량을 올려서 먹게 되었거든요. 간호조무사가 아닌 환자로써 조금씩 걱정되긴 합니다. 병원일을 하는 만큼 실수가 없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1. 우울증은 재발이 잘 일어나는 질환입니다. 그러나 재발을 했다고 해서 이전보다 더욱 강한 약을 먹어야 하고, 치료가 어려워진다는 말은 근거가 없습니다. 질문자님처럼 4년가량 투약을 중단하고 지내온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고요. 다만 짧은 기간 동안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우울증이라면 그럴 위험성이 있지만 질문자님께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아요. 

2. 같은 우울증이라도 사람마다 주된 증상이 다릅니다. 어떤 분은 불면, 또 어떤 분은 우울감, 무기력이 주된 고통인 것처럼요. 친구분께서 6년간 치료받으면서 약을 드셨다고 하셨지만, 친구분이 드셨던 약의 종류와 용량은 분명 질문자님과 다를 겁니다. 거기 따른 효과와 부작용도 다를 테고요. 친구분의 이야기는 안타깝지만, 획일적인 잣대로 자신의 치료 경과를 예단하는 것은 결코 도움되지 않습니다. 또, 대부분의 우울증 약들은 약을 복용할 때만 일시적인 부작용이 나타나며 향후 약을 줄이거나 중단할 경우 장기적인 손상을 주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또, 우울증 치료약 중 일부 초조감이나 졸림으로 인한 집중력 등 인지기능 감소가 나타나긴 하지만, 대개는 초기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부작용입니다. 그런 증상이 지속된다면 다른 계통의 약들로 바꾸거나 용량을 줄여가며 조절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투약 부작용에 대한 고민을 주치의 선생님과 꼭 나누시는 겁니다. 혼자 고민하다 약을 임의로 중단하여 재발하고, 결국 악화되어 다시 병원을 찾는 안타까운 경우를 너무 많이 봅니다. 

3. 같은 상황(직장 내 갈등)에서 반복적으로 우울 증상의 악화를 경험하고 계신다면, 그 상황을 자신이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돌아보셔야 합니다. 대인관계에 과도하게 취약하진 않은지, 타인의 말에 쉽게 무너질 정도로 낮은 자존감 때문은 아닌지 등에 대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상황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어보세요. 반복되는 패턴을 벗어날 수 있는 실마리가 거기 있는지도 모릅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멀리서 질문자님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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