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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s Mail] 아이가 또래 관계를 잘 못 맺어요
김규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8.10.04 07:48

[정신의학신문 : 김규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인사이동이 잦아 이사를 자주 다녔으나 현재 7년째 같은 동네에 살고 있어요. 초 2 때 이사 와서 지금 중 2가 되었지만 아이는 계속 친구 사귀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하면 자기 말을 잘 못 알아듣는 것 같고, 자기가 이야기한 바를 친구들이 잘못 알아듣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항상 듣고 조언하려고 노력하지만 답답한 마음이 듭니다. 언젠가 제가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 아이가 장애인은 아니나 장애 아이를 정상 학교에 보내는 엄마의 심정을 알겠다는...

제가 보기엔 애가 바른말을 잘 합니다. 때와 상황에 맞지 않게 이야기를 툭툭 하는 것 같아요. 뭘 잘 못하면 그것에 대해 말을 하는데 하지 말라고도 해 봤는데 언제까지 못 본 체 하라고 해야 할까요? 초등학교도 바꿔주고 중학교도 힘들어해서 타 지역으로 이사 가야 하나 싶은 심정인데 작은 아이는 또 학교 옮기는 것을 싫어해서 걱정입니다.
 

사진_픽셀


A) 안녕하세요, 아이의 학교 생활 적응 문제로 고민하고 계시는군요. 아이와 이야기하면서 장애인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심정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질문자님께서 그동안 아이와 이야기하면서 답답함을 많이 느껴오셨을 것이 짐작됩니다.

자세히 말씀해주시지 않아 정확히 어떤 문제들이 어떤 지점에서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제가 뭐라 말씀을 드리기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바른말을 잘한다라고 판단하신 부분이 아이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상황과 맥락에 맞지 않게 부적절한 이야기를 많이 해서 친구 사귀기를 어려워한다고 판단하고 계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의 사회 적응을 방해하는 것이 적절하지 못한 의사소통 방법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의사소통 능력은 화용적(Pragmatic) 의사소통 기술이라고 일컬어집니다. 단순히 언어를 익히고 문장을 구성하고 이해하는 형태의 의사소통 기술뿐 아니라 그것을 사회적 맥락에 맞게 적절히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지요. 미묘한 사회적 뉘앙스에 대한 어떤 '눈치' 같은 개념을 포함한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이 화용적 의사소통 기술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질 경우에는 최근 정신의학에서는 화용적의사소통장애(Pragmatic communication disorder)를 진단하고 있기도 합니다. 자폐성 장애에서 갈라져 나온 진단인데, 지능 저하나 상동적인 행동이 없이 사회적인 적응 능력만이 떨어지는 경우에 진단할 수 있는 질환이지요. 이런 경우에는 사회기술 훈련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질문자님의 아이가 화용적 의사소통 장애가 의심된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은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이런 짧은 문맥에서 그런 확언을 할 수 있을 리가 없겠지요. 다만 질문자님께서 느끼시는 그런 '장애'같은 느낌, 상황에 맞지 않게 바른말을 하는 행동 등이 질환(disorder) 수준은 아니지만 아이의 화용적 능력에 다소 문제가 있다고 느끼고 계신 것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중요한 것은 사회기술 훈련을 하며 질문자님께서 아이가 느끼는 불편감에 공감해줌과 동시에 문제가 생기는, 아이가 불편감을 느끼는 구체적인 상황을 아주 자세히 들여다보며 어떤 부분에서 부적절한 대응이 나오게 되는지,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무엇인지, 또 일반적으로 적절한 대응으로 바꾼다면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왜 그렇게 바꾸어야만 하는지를 하나씩 알려주실 필요는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나의 행동을 돌아보고 생각해보는 능력에 대해 훈련을 도와주실 필요도 있고요. 

만약 문제가 심하다면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방문하여 추가적인 검사나 사회기술 훈련을 위한 계획을 세워보시는 것도 필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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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kpdco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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