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전 성격이 너무 급합니다. 출근이 9시인데 8시 20분 전에는 도착하지 않으면 차 안에서 불안합니다. 궁금한 일은 그 즉시 물어보지 않으면 불안하고 답답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아이에게도 빨리빨리라는 단어를 많이 씁니다.

이것도 병일까요? 상담을 받아야 할까요?
 

사진_픽사베이


A) 성격이 급하다는 표현은 일상에서 흔히 쓰는 표현이지만, 개개인마다 조금씩 다른 의미로 사용합니다.

일하는 것을 예로 들자면, 어떤 사람은 일을 빨리 시작하려고 하는 것을, 어떤 사람은 일을 빨리 끝내려고 하는 것을 '급한 성격'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려고 하는데, 이런 것도 '급한 성격'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급한 성격'은 무언가를 빠르게 행동으로 옮기려고 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100m를 걸을 때와 전력 질주할 때 힘이 드는 정도가 전혀 다른 것처럼, 무언가를 빠르게 행동으로 옮기는 급한 성격도 그렇지 않은 분들에 비해 일상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됩니다. 

에너지를 소모하면서까지 급한 성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냥 뛰라고 하면 50m쯤 뛰다가 포기하겠지만, 사자가 쫓아온다면 100m가 아니라 1km도 전력질주할 수 있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죠. 

 

질문자 분의 글에서는 성격을 급하게 만드는 이유가 불안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불안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첫 번째 불안은 주로 내가 어떤 일을 하거나, 하지 않았을 때 미래에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시작합니다. 출근이 9시인데 더 일찍 직장에 가는 경우를 예로 들자면, '출근길에 무슨 일이 생겨서 늦으면 어쩌지?'라는 걱정에 불안함을 느낀다고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실제로는, 내가 지각을 한 뒤에 일어날 일들, 즉 상사의 질책, 동료의 비난이 더 두려우며, 이런 것들이 두려운 이유는 그런 비난이 나라는 존재를 한없이 나약하고 나쁜 사람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정리를 하면, 내가 지각을 하는 것이 두려워 더 일찍 직장에 가는 것이 아니라, 지각을 하면 내가 한없이 나약하고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그 두려움을 에너지로 매일 아침 40분씩 일찍 출근하게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 불안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경우에 견딜 수 없는 생각들이 떠오르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를 목격한 이후, 그 사고 장면이 계속 떠오르게 된다면, 그 장면을 머릿속에서 밀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게 됩니다. 운동을 하고, 집안일을 하고, 책을 읽고, 쉴 새 없이 무언가를 하죠. 마찬가지로 가만히 있을 때 나를 괴롭히는 고통스러운 일들, 부모님이 자신에게 상처를 줬던 일들이나, 자존감에 크게 상처를 줬던 일들이 계속 떠오른다면, 그런 생각이 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끊임없이 다른 생각을 하고, 걱정을 하고, 행동을 하게 됩니다. 바쁘게 사는 동안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정리를 하면 내가 성격이 급해서 걱정이 많은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 떠올리기 싫은 무언가가 있고, 그것을 떠올리지 않기 위해서 다른 걱정을 하고, 다른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부모의 불안은 자녀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자녀는 부모가 정상이라는 가정을 하고 부모를 보고 배우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불안은 마치 가계도를 따라서 유전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지금 질문자 분이 내가 성격이 급한 것이 병이 아닌가 고민을 하고 있지만, 자녀 분은 ‘사람이란 원래 어머니같이 행동하고 생각하는 거야.’라고 확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어머니의 모습이 정상인, 사람이라면 당연한 모습이기 때문에, 자신이 성인이 돼서 지금 어머니 같은 행동을 할지라도 그 행동이 문제가 있는 것이라는 생각 자체를 못하겠죠. 결국 이런 분들은 성인이 된 이후에, ‘무난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은데 힘이 든다, 그런데 왜 힘이 드는지 모르겠다.’며 정신과에 방문하시곤 합니다. 

본인이 불편함을 느끼신다면, 상담이 도움이 됩니다. 과거에는 정신병이 있는 사람들만 상담치료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병 정도의 수준이 아닌 정신적인 불편함이 있는 사람들도 상담을 위해 정신과를 많이 방문합니다. 조금 더 건강한 상태에서 방문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 내에 더 쉽게 불편함을 극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위에서 언급했듯이 자녀분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부모가 불편함을 덜 느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자신의 정신적 편안함을 위해서, 또 자녀분의 정신적 안정을 위해서, 급한 성격과 불안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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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정신건강의학과는 처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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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도움됩니다. 조언 들으며 자유를 느꼈어요. 실제로 적용해볼게요."
    "늘 따뜻하게 사람을 감싸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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