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중독포럼 권용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올해 서른이 넘은 박OO씨는 어릴 때부터 한 가지 일을 오래 하지 못합니다. 어렵게 들어간 직장에서도 일을 빠뜨리거나 업무실수가 많아 상사에게 꾸지람을 듣기 일쑤입니다.

그는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틈이 날 때마다 온라인 스포츠 도박으로 풀고는 합니다.

돈을 잃는 것을 알면서도 도박 충동이 올라오면 참기 어렵습니다. 일할 때와는 달리 도박할 때는 생기가 돌며 오랜 시간 집중도 가능합니다.

 

사진_픽셀

 

재미나 이벤트로 도박을 즐기는 경우는 대부분 큰 문제가 생기지 않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가 관련되는데, 젊은 성인은 특히 성격요인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위험을 감수하는 성향, 자극을 추구하는 성향, 충동성과 같은 것들이 그 특징입니다.  

이러한 것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증후군(이하 ADHD)에서도 보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ADHD는 병적도박과 같은 중독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병적도박환자의 20~30%는 ADHD로 진단받은 적이 있고, ADHD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더 심각한 도박 증상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ADHD와 병적도박은 얼핏 생각하면 별개의 질환 같지만 분명히 무언가 연관된 것 같습니다. 과연 어떤 특징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일까요?

 

♦ 이 두 가지는 충동성을 중심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ADHD가 아니더라도 성인보다 청소년이나 학생에서 이러한 병적도박의 비율이 높게 보고 되는데, 이것은 충동성을 조절하는 뇌의 기능이 나이가 들어 발달하면서 점차 감소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ADHD를 일찍 진단받을수록 위험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실제로 지속되는, 즉 치료받지 않은 ADHD 환자 중 충동성이 더 심한 아형(subtype)의 경우 도박 문제의 심각성이 더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충동성은 의지가 아닌 뇌의 문제

도박과 ADHD를 다룬 연구에서 충동성과 관련된 뇌의 기능 저하에는 적어도 두 가지 회로의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첫 번째는 집행기능 회로이며, 두 번째는 충동조절 회로에 대한 것입니다.

집행기능 회로에 문제가 생기면 여러 인지 오류가 생깁니다. 불합리한 판단을 근거로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다는 믿음과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오류입니다.
이것은 좋았던 경험만 선택적으로 기억해 앞뒤 보지 않고 뒤쫓듯 도박을 하는 행동문제를 강화하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두 번째 회로에 문제가 생기면 크기가 작더라도 눈앞의 즉각적 보상에 더 민감해지고, 큰 보상을 위해 즐거움을 미루거나 참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이러한 회로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기능저하로 보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문제가 생기면 단순히 충동을 참는 것뿐 아니라 계획을 세우고 실천을 하는 것도 어려워 충분한 학습이 되지 않는 것이지요.

 

사진_픽사베이

 

♦ 이러한 것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선 대부분 도박중독자를 도박 충동을 참지 못하는 의지가 부족한 사람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ADHD가 동반되어 있다면 충동성과 관련된 뇌의 기능 저하로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니 단순히 도박을 자제하라는 식의 이야기만 가지고는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교육이나 가정 분위기와 같은 환경의 영향도 있지만 이것만 가지고 도박중독을 모두 설명할 수 없습니다.

주변 환경 문제로 접근하면 중독자나 가족은 자책하기 쉽고, 문제 해결의 초점을 잃기 쉽습니다.

 

♦ 어떻게 도우면 좋을까?

모든 병적도박 환자나 문제성 도박을 하는 사람이 ADHD가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도박치료와 회복에서 충동성이 문제가 된다면 ADHD에 대한 평가를 받아보고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회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소아, 청소년 때 ADHD 진단을 받고, 충동성이 문제가 된다면 도박을 포함한 다른 중독장애 발생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기 때문에 주변의 많은 도움과 관찰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메칠페니데이트는 ADHD 치료의 대표 약물입니다. 연구 조건에서는 메칠페니데이트가 도박과 관련된 행동을 줄이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생활에서는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도박뿐 아니라 난폭운전, 약물 사용과 같은 위험한 행동을 줄여주며, 크고 작은 충동성을 줄여주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반복적 학습과 경험을 통해 충동을 조절하고, 대처하는 법을 익힌다면 도박으로 인한 문제가 커지는 것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참고 

J Gambl Stud (2009) 25:227-238 

Psychiatry Research 239 (2016) 232-23

 

권용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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