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민트 정신과, 조장원 전문의] 고수직 대리는 요즘 골치가 아프다. 얼마 전에 입사한 문수평 사원 때문이다. 정말 오랜만에 신입사원이 들어와 뛸 듯이 기뻤는데, 잠시뿐이었다. 일을 덜기는커녕 외려 스트레스까지 덤으로 안게 됐다. 영 배우려는 자세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되지 않는다.“월별 분기별 통계 작성법에 대해 알려줄 테니까 시간 좀 내요. 언제가 좋아요?”“아, 제가 과장님 지시로 작성해야 할 문서가 있어서요. 이번 주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뭘 좀 가르쳐주려고 시간 있냐고 물어보
[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번아웃(탈진) 증후군은 업무 관련 피로가 극심하여 마음도 힘들어지고 일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마약, 알코올 중독자들을 돌보는 상담가들이 지쳐가는 것을 관찰하며 정의한 개념입니다. 누군가를 돌봐야 하는 감정노동과 함께, 힘든 노력에 비해 결과가 좋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를 겪는 사람들입니다. 이제는 감정노동뿐 아니라 다양한 업무 관련 스트레스로 지친 사람들에게 사용됩니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정신의학신문 : 민트 정신과, 조장원 전문의] “민 팀장, 오늘 발표한 기획안 아주 좋았어. 기대가 커. 잘해보라고.”회의실 문을 나서는데, 조 이사의 칭찬이 이어졌다. 민 팀장은 민망하고 쑥스러운 표정으로 어쩔 줄 몰랐다. “이거 민 팀장 거래처지? 계약 내용을 위반했다고 소송이 들어왔어. 무슨 일을 이렇게 해?”며칠 뒤 갑자기 나타난 황 부장이 민 팀장에게 다가와 호통을 쳤다. 계약서 내용을 잘못 해석해 엉뚱한 조치를 한 것이다. 거래처에서 소송이 들어왔다니 보통 일이 아니었다. 황 부장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되어 있었다. 반면
*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정신적인 부분에서 신체적인 질병으로도 발현되는 스트레스. 팬데믹(Pandemic)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더욱 깊숙이 침투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알고 다스릴 수 있도록 새로운 대담을 시작합니다. 대담은 대한정신건강재단 정정엽 마음소통센터장과 영남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명상의학회 이사인 구본훈 선생님이 함께했습니다. 정정엽: 정신 치료를 받는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주는 직장 상사, 즉 외부적인 자극이 줄어들거나 원인이 없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스트레스 사건은 그대로인데 치료를 받아서 뭐해’라는
대담은 대한정신건강재단 정정엽 마음소통센터장과 한국적 정신치료의 2세대로 불교정신치료의 체계를 확립해 나가고 있는 전현수 박사 사이에 진행되었습니다. 정정엽: 마음의 지혜를 통해 살아간다면 행복해질까요? 마음의 지혜는 어떻게 만드는 걸까요?전현수: 제가 볼 때 이 세상은 살기 힘든 곳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정확하게 봐야 할 필요가 있지요. ‘지혜’는 사람마다 여러 가지 의미로 정의할 수 있겠지만 저는 ‘정확하게 아는 것’을 지혜라고 봅니다. 주식시장에 대한 지혜가 있다고 한다면 주식시장이 어떠한 원리로 작동되는지를 정확하게 파
[정신의학신문 : 여의도 힐 정신과, 황인환 전문의]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일 한 가지를 꼽으라고 하면 어떤 걸 꼽으실 건가요? 순식간에 많은 생각이 떠오르실 겁니다. 가치와 의미를 두는 일이 저마다 다르니까요. 제가 이 질문에 답을 한다면 아마도 결혼이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수십 년 동안 전혀 다른 환경과 조건 속에서 제각각 살던 남녀가 어느 날 우연히 만나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의 결실로 결혼해서 한 가정을 이룹니다. 생각해 보면 이 얼마나 믿기지 않는 놀라운 일입니까?결혼은 하나와 하나가 만나 둘이 되는 게 아니라, 하나와
[정신의학신문 : 서대문 봄 정신과, 이호선 전문의] 자녀를 많이 낳았던 예전에는 형제자매 간에 비교를 자주 당했다. 비교하는 사람은 주로 부모다. 공부 못하는 아이가 있으면 공부 잘하는 동기간과 비교당했고, 운동 신경이 부족한 아이가 있으면 운동 신경이 뛰어난 동기간과 비교당했으며, 말을 잘못하는 아이가 있으면 말재주가 남다른 동기간과 비교당했다. 심지어 밥 잘 안 먹는 아이, 일찍 잠자리에 들지 않는 아이, 부모님 심부름하기 싫어하는 아이도 그렇지 않은 동기간과 수시로 비교당했다.형이나 누나를 동생과 비교하면서 나무라는 일도 있
[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점심 약속이 있어 차에 올랐다. 조금 늦어서 익숙한 길이지만 최소 시간 경로를 확실히 하고자 네비게이션을 찍고 갔다. 본래는 봄 풍경이 예쁜 언덕길을 지나가는 경로라 내심 기대를 했다. 그런데 안내해 주는 방향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전혀 엉뚱한 길이 나왔다. 바쁜 하루 중 잠깐 풍경을 보며 쉴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데 너무 아쉬웠다. 시간이 빠듯했던지라 되돌아갈 수도 없어 그저 꾸준히 네비를 따라갔다. 그런데 웬걸, 10년을 산동네에서도 처음 보는 샛길을 골라 더 높고 상쾌한 전망으로
*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정신적인 부분에서 신체적인 질병으로도 발현되는 스트레스. 팬데믹(Pandemic)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더욱 깊숙이 침투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알고 다스릴 수 있도록 새로운 대담을 시작합니다. 대담은 대한정신건강재단 정정엽 마음소통센터장과 영남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명상의학회 이사인 구본훈 선생님이 함께했습니다. 정정엽: 스트레스의 정도와 심각성이 주관적인 해석의 차이라면, 스트레스라는 개념 또한 주관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스트레스의 개념 자체를 나쁘게만 보잖아요. 주관적인 해
대담은 대한정신건강재단 정정엽 마음소통센터장과 한국적 정신치료의 2세대로 불교정신치료의 체계를 확립해 나가고 있는 전현수 박사 사이에 진행되었습니다. 정정엽: 마음을 들여다보고 알아가는 과정에 관해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선생님께서는 이를 위해 미얀마에서 어떤 수련을 했었나요?전현수: 제가 2003년 처음 미얀마에 갔을 때는 몸과 마음을 관찰하는 수행을 했어요. 순간순간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을 계속 관찰하는 거죠. 2013년에 다시 미얀마에 갔을 때는 삼매를 닦는 수행을 했어요. 처음에 한 건 요즘 소위 말하는 마인드풀니
[정신의학신문 : 나종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A와 B는 한 날 한 시, 같은 곳에서 태어났다.A를 처음 본건 정신 병동에서였다. 뉴욕에서 수련받으며 다양한 환자들을 봐왔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를 처음 마주 한 날 받았던 충격은 아직도 어제처럼 생생하다. 수주 간 씻지 않은 듯한 모습으로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환자복을 입은 체 맨바닥에 누워서 꼼짝하지 않고 있던 그녀. 지난 수년간 중증의 조현병을 앓아온 그녀는 뉴욕의 수많은 노숙자들 중 하나였다. 가족, 직장, 집을 모조리 잃고, 병원과 길거리를 오가며 입퇴원을 반복하던 그녀는,
[정신의학신문 : 강남 푸른 정신과, 신재현 전문의] “사람들 대하기가 너무 어려워요”얼마 전, 진료실을 찾았던 새내기 직장인이 사람들과의 관계가 너무 불편하다며 꺼낸 말이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하게 된 후, 이상하게 주변 사람들이 자꾸 의식이 되고 사람들 사이에서 말문이 턱 막히더라는 거다. 처음엔 그러다 말 거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 대하기가 더 불편해지고, 주목받는 상황이 오면 움츠러들게 되었다 한다. 급기야는 사람들 앞에서 얼굴이 금세 붉어지고, 말도 잘 나오지 않게 되었다. 자꾸만 인간관계가 어
[정신의학신문 : 민트 정신과, 조장원 전문의] 차이나 과장의 꿈은 퇴직이다. 멋지게 사표를 내고 회사 문을 박차고 나갈 날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언제 그런 날이 올지, 어떻게 그날을 맞이하며 보내야 할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하지만 회사에서는 아무도 눈치를 채는 사람이 없다. 워낙 능력 있고 조직 문화에 잘 적응하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그는 이 일에 딱 맞는 사람이다. 항상 즐거워 보이고 에너지가 넘쳐나는 듯하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 닥쳐도 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해서 보기 좋게 일을 마무리한다. 그는 상사에게는 가장
대담은 대한정신건강재단 정정엽 마음소통센터장과 한국적 정신치료의 2세대로 불교정신치료의 체계를 확립해 나가고 있는 전현수 박사 사이에 진행되었습니다. 정정엽: 명상을 제대로 하면 괴로움을 없앨 수 있다고 하는데, 명상이란 대체 뭘까요? 어떻게 해야 제대로 된 명상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요?전현수: 불교와 명상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 사람들은 불교를 종교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종교 ‘Religion’의 어원을 들여다보면 ‘Rely’에요. 의지한다는 뜻이죠. 서양의 종교 개념은 신을 가정하고 있어요. 즉, 신에게 의지하는 거예요
*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정신적인 부분에서 신체적인 질병으로도 발현되는 스트레스. 팬데믹(Pandemic)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더욱 깊숙이 침투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알고 다스릴 수 있도록 새로운 대담을 시작합니다. 대담은 대한정신건강재단 정정엽 마음소통센터장과 영남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명상의학회 이사인 구본훈 선생님이 함께했습니다. 정정엽: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할 만큼 다양한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어요. 그만큼 스트레스에 관해 사람들이 정말 많이 이야기하는데, 도대체 스트레스란 어떤 건가요? 스트
[정신의학신문 : 여의도 힐 정신과, 황인환 전문의] 전쟁 중에도 사랑을 합니다. 근사한 결혼식은 올리지 못하더라도 반지 하나 끼워주며 미래를 약속합니다. 아기도 태어납니다. 큰 전란 후에는 출산율이 올라가 베이비붐 세대가 생겨납니다. 사랑의 힘은 이토록 위대합니다. 어떤 고난과 역경도 인간의 본능인 사랑의 힘을 이기지 못합니다. 사랑은 죽음 같은 광풍도 견뎌낼 만큼 강력한 에너지를 갖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겪어야 할 어려움은 하나둘이 아니지만, 사랑을 만들고 키우고 이어가기가 힘들어졌다는 사실은 정말 안타
[정신의학신문 :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최재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성인기에 처음으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ADHD로 진단되는 경우, 처음부터 ADHD 증상을 주문제로 내원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개 우울, 충동 조절의 어려움, 불안 등의 증상이 심해서 내원했다가 ADHD도 함께 진단되는 경우가 더 흔하다. 대체로 성인 ADHD에서 다른 진단이 동반되는 경우가 약 80%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참조: 성인ADHD의 동반질환] 성인 ADHD에서 흔히 동반되는 진단들에 대해 살펴보자. 1) 주요우울장애 Major Depressi
[정신의학신문 : 민트 정신과, 조장원 전문의] 이비지 대리는 다음 주부터 휴가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휴가를 앞두고 그녀의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하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스마트폰 안에 적어둔 일정표를 들여다보니 어느새 빼곡하다. 그동안 밀린 영어 공부도 해야 하고, 회사 다니면서 병행 중인 대학원 석사 논문도 써야 하고, 한참이나 만나지 못한 친구들도 봐야 한다. 그밖에 또 뭘 해야 좋을까 틈틈이 궁리 중이다. 그녀는 항상 바쁘다. 회사 출근할 때는 물론 휴가 중일 때도 마찬가지다. 바쁜 건 그녀의 일상이다. 그녀 사전에
[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 집 냉장고 야채칸에는 늘 조그만 초록색 청양고추가 있다. 한 열 개~열다섯 개 정도 든 고추 가격은 990원. 월급 빼고 다 오르는 물가인데 고맙게도 이 가격은 학교 다닐 때 자취 때 보다 큰 차이가 없다. 라면을 끓일 때 이 고추를 넣고 안 넣고 에서 국물의 시원함과 칼칼함은 극명히 차이가 난다. 라면을 끓일 때면 우선 넙적한 구이용 냉동만두와 냉동 대파(있을 때)를 적당히 바닥에 깐다. 커피포트에 끓인 물(그래야 속도가 빠름)을 냄비에 붓고 건더기 스프와 라면 스프를 먼저
[정신의학신문 : 한명훈 광화문 숲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술이라는 것의 효과는 주로 술의 주 성분인 에틸알코올에 의해서 일어납니다. 그리고 에틸알코올은 뇌의 작용을 억제하는 억제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술을 마시면 졸리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억제제인 에틸알코올(술)을 마시면 흥분을 하고 기분이 들뜨는 등의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전두엽에서는 평상시에는 하지 않을, 과도한 뇌의 작용을 억제하여 조절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억제 작용을 술이 억제하여 탈억제(disinhibition) 반응이 일어나게 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