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제대로 알고 다스리기 (1)

*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정신적인 부분에서 신체적인 질병으로도 발현되는 스트레스. 팬데믹(Pandemic)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더욱 깊숙이 침투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알고 다스릴 수 있도록 새로운 대담을 시작합니다. 대담은 대한정신건강재단 정정엽 마음소통센터장과 영남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명상의학회 이사인 구본훈 선생님이 함께했습니다. 

 

정정엽: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할 만큼 다양한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어요. 그만큼 스트레스에 관해 사람들이 정말 많이 이야기하는데, 도대체 스트레스란 어떤 건가요? 스트레스와 명상을 정신의학적 관점으로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요?

구본훈: 그렇죠. 스트레스는 가볍게 언급되기도 하지만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일상을 망가뜨리기까지 그 정의가 다양하고 광범위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스트레스라고 하면 발생시키는 요인 자체를 생각해요. 예를 들어 업무나 일이 많은 거 자체를 스트레스로 보는 거죠. 또 다른 경우는 스트레스를 외부적인 자극으로 개인에게 일어나는 반응까지 포함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스트레스라고 하면 외적인 자극일 수도 있고 내적인 자극일 수도 있는 거예요. 어떤 자극이 발생해서 그 자극 때문에 굉장히 부정적인 감정이 발생하고 불쾌한 감정이 신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생물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겁니다. 불안할 때 가슴이 두근두근하는 것과 같이요. 저 같은 경우에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속이 꽉 막힌 느낌을 받으며 생리적인 반응까지 일어납니다. 그래서 보통 스트레스라고 하면 자극 때문에 개인에게 감정이 일어나 신체적인 반응까지 나타나는 것들을 통틀어 이야기합니다.

 

정정엽: 그렇다면 스트레스는 외부적 스트레스와 내부적 스트레스로 분류할 수 있겠네요. 스트레스 분류는 어떻게 의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까요?

구본훈: 좋은 질문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하는 건 외부적인 사건을 이야기하죠. 예를 들어 직장에서 굉장히 까다로운 상사에게 지속적인 지적을 받으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요. 그렇다면 상사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겠죠. 또는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을 보았을 때, 개인이 부모와 계속 갈등과 마찰이 있다면 그 개인에게는 부모가 스트레스가 되는 거죠. 사람들이 보통 흔하게 이야기하는 경우는 외적인 스트레스를 말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외적인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내적인 자극 또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해요. 예를 들어 굉장히 내성적이고 예민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보이는 반응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도 미리 타인의 행동과 반응을 예측하고 그에 자극을 받는 것이죠. 꼭 소심하거나 내성적이지 않더라도 이러한 경우는 내적인 스트레스를 일으킬 만합니다. 상대방이 “너 오늘 뭐 하고 있어?”라고 평범하게 던진 질문을 예민한 상태의 사람은 ‘저 사람이 내가 아무것도 안 하니까 무시하는 걸까?’라고 생각하며 스트레스를 발생시키는 거죠. 이러한 예시는 상대방의 말 같이 외적인 요소보다는 본인의 성격이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됩니다.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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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엽: 자기 자신이 스스로 스트레스의 원인 자체가 될 수 있다는 거군요. 어쩌면 원인이 분명한 외적 스트레스보다도 더욱 고통스러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구본훈: ‘A형 인격장애’(Type A Personality)라는 게 있어요. 특징을 살펴보면 굉장히 다혈질적이고 모든 것을 빨리 완벽하게 잘 해내야 한다는 의식이 깔려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나야 하고 그래서 경쟁심도 강해요. 외래마저 결과가 빨리 안 나온다고 재촉하기도 합니다. 검사 결과는 일주일이 지나야 나오는 것인데, 자신의 기대만큼 빨리 나오지 않는다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계속 전화를 걸기도 하죠. 그런 분들 또한 검사 결과라는 외적인 요소보다는 자신의 성격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거예요. 사람들은 흔히 스트레스를 외적인 것만 생각하지만 내적인 것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정엽: 옛날에는 스트레스의 수치를 평가할 때, 부부가 이별하면 100점, 외도를 경험하게 되면 70점 등 수치화해서 한 달에 총점이 얼마 이상이면 스트레스가 이렇게 높으니 휴식을 취해줘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 말씀을 들어보니 외적인 사건으로만 스트레스를 평가할 수 없고, 외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내적인 부분을 더 크게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구본훈: 맞습니다. 예전부터 스트레스의 정도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가 많은 선생님들의 고민이었습니다. 이 사람이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까 고려할 때 정량적으로 배우자와의 이혼은 90점이다, 이런 식으로 평가를 했던 게 사실이죠. 개인마다 자극되는 정도와 스트레스를 느끼는 정도가 다 다르기 때문에 평가하는 게 굉장히 어렵기도 하고요. 이는 위에서 말했다시피 외적인 자극뿐 아니라 내적인 자극이 스트레스에 더욱더 작용하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부부 갈등이 심한 사람들은 배우자와의 이혼이 스트레스가 아니라 평생의 큰 소원을 달성하는 일이 될 수도 있는 것과 같이요.

스트레스를 정량적으로 수치화한다는 것은 개인마다 스트레스 요인으로 발휘되는 부분이 주관적이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스트레스의 특성이 바로 그 부분에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사실이요. 스트레스를 고려하는 여러 가지 중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트레스는 외적 자극, 내적 자극도 될 수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개인, 즉 자기 자신이 스트레스를 어떻게 대하고 받아들이고 마주하느냐, 해석하느냐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구본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영남대병원 교수
국립부곡정신병원 및 울산기독병원 공중보건의사
시몬병원 정신과 과장 역임, 영남대학교병원 정신과 전임의 및 임상교수
미국 UCSD 불안장애연구소 방문교수 (2012.8.~2013.7.)
미국 샌디에고 정신분석연구소 정신분석프로그램 연수 (2012.8.~2013.7.)
미국 UCSD Center for mindfulness MBCT & MBSR 과정 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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