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최재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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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기에 처음으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ADHD로 진단되는 경우, 처음부터 ADHD 증상을 주문제로 내원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개 우울, 충동 조절의 어려움, 불안 등의 증상이 심해서 내원했다가 ADHD도 함께 진단되는 경우가 더 흔하다. 대체로 성인 ADHD에서 다른 진단이 동반되는 경우가 약 80%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참조: 성인ADHD의 동반질환] 성인 ADHD에서 흔히 동반되는 진단들에 대해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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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요우울장애 Major Depressive Disorder

ADHD 아동에게서 주요우울장애가 동반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성인기에도 여전히 ADHD로 진단되는 사람에게서 주요우울장애가 동반되는 경우는 18.6~53.3%, 주요우울장애로 진단된 성인에서 ADHD가 동반되는 경우는 9~16%로 알려져 있다. 당연하겠지만 주요우울장애만 있는 사람보다 ADHD를 함께 진단받은 사람들의 삶의 질이 더 낮다. 아마도 부주의함, 충동성 등 ADHD 증상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실패를 반복 경험하게 되면서, 우울함, 무기력함, 자살사고, 부정적 생각 등 우울증의 증상들이 심해지고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무기력하고 의욕이 낮은 우울증 때문에 ADHD 치료도 방해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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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불안장애 Anxiety Disorder 

불안장애에는 사소한 것에도 ‘어떡하지?’ 걱정하는 범불안장애, 사람 만나는 것을 불편해하는 사회공포증, 높은 곳, 개 등 특정 대상을 무서워하는 특정공포증, 순간 극심한 불안으로 인해 미칠 것 같은 공포를 느끼는 공황장애, 발표나 연주 등 무언가를 하려 하면 불안이 심해지는 수행불안 등 다양한 진단이 포함된다. 예전에는 반복적으로 씻고 확인하는 강박장애나, 큰 심리적 충격을 받고 불안해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도 넓은 의미에서 불안장애 범주로 보았으나, 요즘에는 따로 분류하고 있다. 불안장애 중에서도 성인기에 ADHD와 많이 동반되는 것으로는 사회공포증, 범불안장애, 공황장애가 있다. 

불안장애는 대체로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걱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문에 현재 하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며 이러한 증상을 표현할 때 ‘지금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따라서 불안장애와 ADHD는 주관적으로 증상을 드러내는 표현이 비슷하여 잘 구분해야 할 질환이기도 하다. 

또한 ADHD와 불안장애는 함께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다. 아동기에 ADHD로 진단된 경우의 25~50%에서 불안장애로도 진단된다고 하는데, 성인 ADHD의 46%에서 불안장애가 함께 진단된다고 한다. 불안 증상에 ADHD가 동반되는 경우 불안만 있는 경우에 비해, 불안 증상이 더 일찍 나타나고, 증상이 더 심하며, 다른 진단이 추가되기도 하고, 약물 사용이 더 빈번하다고 한다. ADHD의 부주의함, 충동성으로 인해 실수하고 빠뜨리고 일을 망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불안을 심하게 만들 것으로 보이며, 불안함으로 인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신중하게 선택하지 못함으로써 ADHD의 증상 또한 더욱 심하게 만드는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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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물질사용장애 Substance Use Disorder

ADHD 아동이 성장하면서 청소년기에 술, 담배 같은 물질남용 문제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성인 ADHD에서 술, 의존성 약물, 마약 등에 대한 의존/남용의 문제로 동반 진단되는 경우가 8~59%라고 한다. ADHD의 부주의함과 충동성은 물질남용에 빠질 가능성을 높이며, 물질 사용으로 인한 뇌 상태의 변화는 ADHD의 증상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물질사용장애가 동반된 ADHD는, 적대적 반항장애, 품행장애, 반사회성 인격장애 등 행동 문제나 성격 문제가 흔히 동반된다. 

이들은 자신의 우울한 기분이나 수면 문제를 조절하기 위해 술이나 약을 먹기도 하지만, 즐기려는 목적으로 먹기도 하며, 보통 사람들보다 더 일찍부터 물질을 사용하고, 자살 시도의 위험도 높으며, 입원 치료를 받는 경우가 흔하다. 또 금단현상을 견디는 힘도 약하고, 스스로 잘 치료받으려 하지도 않아서, 물질사용장애가 있는 경우 ADHD가 혹시 동반되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ADHD가 함께 치료되지 않으면, 물질사용장애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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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양극성 장애 Bipolar Disorder

양극성장애는 흔히 조증 mania, 조울증이라고 부르는데, 대체로 갑자기 에너지가 넘치고, 짜증 내고, 잠도 줄고, 말도 빨라지고, 충동적인 조증 상태가 한동안 계속되다가, 천천히 괜찮아지거나 우울증 상태로 바뀌는 패턴이 반복되는 질환이다. 평생, 이 질환에 걸릴 확률은 1%라고 하는데, 사실상 발병률은 매우 낮아서 주변에서 양극성장애로 진단받고 치료받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ADHD에서 양극성장애가 동반되는 경우는, 4.5~14%로 ADHD가 없는 일반인에 비해 다소 높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요우울장애, 불안장애, 물질사용장애처럼 높은 비율로 동반되지는 않는다. 반대로 양극성장애로 진단된 성인에서 ADHD가 함께 진단되는 경우는 9~35%로, ADHD에서 양극성장애가 진단되는 경우에 비해 확실히 높다. 

에너지가 넘치고 말이 많고 집중을 못하는 양극성 장애의 증상은 ADHD의 증상과 비슷하기에 두 가지 질환 중 어떤 질환의 증상인지 잘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며, 두 가지 증상이 함께 있는 경우 서로의 증상을 더 악화시킬 것으로 생각된다. ADHD가 동반된 양극성장애의 경우, 첫 삽화가 더 일찍 시작되고, 그런 삽화들이 더 자주 나타나며, 대인관계에서의 폭력성이 더 많고, 불안과 약물 사용의 빈도도 더 높다고 한다. 

분명한 것은 다양한 정신건강의 문제로 내원한 성인에게, 혹시 ADHD가 동반되는 것은 아닌지 꼭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ADHD로 이미 진단된 사람이라면 혹시 다른 추가적인 진단이 가능한 것은 아닌지 꼭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이러한 동반질환 때문에 ADHD가 생긴다거나, ADHD 때문에 이러한 동반질환이 생긴다고 단정 짓기는 어려우며, 다만 ADHD와 이러한 동반질환이 함께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실 정신의학적 진단 중에 여러 가지가 동반되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 예를 들어, 우울장애와 불안장애, 틱장애와 불안장애, 지적장애와 ADHD 등. 이처럼 정신의학적으로 여러 진단이 동시에 내려지는 경우가 많은 현상에 대해서 이미 여러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아마도 유전학적으로 더욱 명확하게 진단되는 날이 조만간 다가올 것이라 기대한다. 

 

참고문헌

Katzman MA, Bilkey TS, Chokka PR, Fallu A, & Klassen LJ. Adult ADHD and comorbid disorders: clinical implications of a dimensional approach. BMC psychiatry, 2017;17(1):302.

Barkley RA. Attention-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A handbook for diagnosis and treatment. Guilford Publications.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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