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ㅣ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일러스트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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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안녕하세요. 제목처럼 말하면 할수록 사람들과 멀어지는 것 같아서 고민입니다. 처음에는 저를 좋게 보던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저를 싫어하거나 배척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얼마 전 모임에 회식이 있는데 제가 연락도 없이 안 나갔거든요. 나올 수 있는 사람만 얘기하라고 해서 말 안 하고 안 나간 건데 그날 이후 모임을 가면 분위기가 싸한 게 가시방석처럼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더 이상 못 나갈 것 같다고 하고 그만뒀는데도 계속 마음이 불편하고 상처가 되네요.

 저는 사람들과 어느 정도 가까워지려고 하면 회피하게 되고 피곤하게 느껴집니다. 상대방의 감정이 잘 읽히기도 하고 맞춰주는 것도 피곤해서 혼자 있는 게 제일 편한 거 같아요. 아무 말 안 하고 있으면 화났냐고 하거나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는 것도 피곤해요. 남이사 화가 나든 말든 저한테 신경 좀 꺼줬으면 좋겠어요. 내가 기분이 나빠도 웃으면서 맞춰줘야 하는데 신물이 납니다.

 저도 똑같이 대놓고 싫은 티를 내거나 정색하면 되는데 성격상 그러지도 못하고요. 싸가지 없단 소리 듣기도 싫고 그래도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했는데 결과가 이렇다 보니 인간관계가 신물이 납니다. 제가 말을 막 한 건지 생각해 봐도 그렇지도 않거든요. 오히려 묻는 말에만 대답하고 되도록 쓸데없는 말을 안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다만 거짓말을 못 하다 보니 사실대로 말해주면 기분 나빠하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너무 제 생각만 하는 건가요? 오히려 호불호 강하고 대놓고 감정 표현하는 사람한텐 찍소리 못하고 저한테만 왜 이러는 거죠. 저도 대놓고 싫은 티를 내주면 안 그럴까요. 상대가 상처받을까 봐 대놓고 표현을 안 했더니 오히려 제가 상처를 받네요.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게 나은 건가요?

 답변)

 안녕하세요. 관계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고민이 많으시군요. 정확하게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모르겠는데 사람들과 자꾸 멀어지는 느낌이 들어서 답답하기도 하고, 심리적으로 피로감도 드실 것 같아요.

 사연자님의 관계 패턴이나 소통방식을 모두 다 알기는 어려운 면이 있지만, 사연에 남겨주신 내용으로 비추어 보면 다른 사람들에게 사연자님의 생각이나 감정을 전달하는 면에서 조금 서툰 측면이 있으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회식에 나올 수 있는 사람만 이야기하라고 해서 말하지 않고 안 나갔다고 하셨는데요. 물론 사연자님은 갈 수 없으니 연락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액면 그대로 그 말을 받아들이신 것이기에 그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왠지 분위기가 싸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하셨는데요. 물론 어차피 못 나가기에 별다른 말씀을 하지 않으신 것이지만, 해당 모임에 함께 속한 분들로서는 서운함을 느꼈거나 사연자님이 못 나오시는 이유를 설명해 주기를 원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사연자님이 꼭 이유를 설명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누군가는 사연자님이 나오기를 기다렸을 수도 있고, 모임을 주관하는 사람은 정확한 인원수 파악이나 준비를 위해 연락을 기다렸을 수도 있었겠죠. 이런 부분을 생각했을 때 꼭 의무는 아니더라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소통방식을 취하신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와 함께 사연자님이 관계 속에서 느끼시는 불편감이나 사람들이 멀어지는 것 같은 느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시면 좋겠는데요. 정말 사람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일 수도 있고, 혹은 사연자님이 실제보다 사람들의 반응을 더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계실 가능성도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만약 모임에 나가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셨다면 다른 분들의 반응은 어땠을 것 같으신가요? 지금과 비슷할 것 같나요, 아니면 반응이 달랐을 것 같으신가요?

 사람들과 어느 정도 가까워지면 회피하게 되고 피로감이 느껴진다고 하셨는데요. 아마 사람들의 말투나 표정, 반응에서 많은 정보를 읽으시고 그에 따라 많은 것을 느끼시는 편이 아니실까 싶습니다. 이런 면을 봤을 때 섬세하고 예민한 편이실 수 있겠다는 짐작도 드는데요. 그렇게 느끼는 것은 많은 반면 그것을 상대방에게 직접 표현하지는 않으시는 편이다 보니 더 쉽게 지치고, 관계 자체를 피하게 되는 측면도 있으실 것입니다. 불편한 점이 있어도 직접 말은 하지 않고, 대신 이런 불편감이 간접적으로 표출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내 생각이나 불편한 점을 다른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시지는 않는지요. 내가 솔직하게 내 생각이나 감정을 이야기했을 때 상대방과 갈등을 일으킬 것 같아서 걱정스럽거나, 논쟁이나 싸움을 피하고자 하는 성향이 강하다면 이런 모습이 나타날 수 있는데요. 이런 소통방식은 단기적으로는 갈등을 피하도록 도와주지만, 솔직하게 표현되지 못한 불만이나 불편감이 언젠가 어떤 식으로든 표현되고, 그로 인해 관계 안에서 미묘한 긴장감이나 균열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를 전문 용어로는 ‘수동공격’이라고 하는데요. 마치 돌려 까기처럼 상대방에게 내가 불편한 것을 직접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미묘하고 은근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관계 속에서 사연자님은 다른 사람들에게 맞춰주고 갈등을 피하려고 직접적으로 불편한 것을 표현하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불편감을 모임에 말하지 않고 불참한다든지, 아니면 상대방이 미묘하게 불편함을 느끼도록 하는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으시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또, 묻는 말에만 대답하고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도 해주셨는데요. 이런 소통방식이 사연자님으로서는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관계에서 생길 수 있는 오해나 갈등을 피하기 위한 노력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AI와 이야기하는 느낌을 받거나 사연자님이 마음을 열지 않고, 필요할 때만 이야기한다고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또, 대화할 때는 서로 주고받는 ‘티키타카’가 중요한데 그런 부분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연자님으로서는 ‘이런 부분까지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된다.’든지 ‘굳이 이런 것까지 이야기해야 하나?’라고 생각되는 면도 많이 있을 텐데요. 때로는 그런 사소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에 대해서까지 조금 더 나눠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이 사연자님의 마음을 다 이해하기도 어렵고, 원하지 않는 오해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사연자님으로서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뿐인데 왜 이렇게 기분 나빠할까 하고 의아할 때도 많으실 텐데요. 아마 사연자님께서 이성적인, MBTI로 치면 사고형(T)에 가까우신 성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할 의도로 한 말은 아니지만, 그 말을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한 번 더 생각해 보시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사실이더라도 상대방이 불편해할 내용이라면 꼭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지요.

 사람들이 호불호 강한 사람에게는 아무 말도 못하면서 사연자님에게만 왜 이렇게 대할까 싶다고 하셨는데요. 그리고 직설적으로 말씀하시는 게 좋을지에 관해서도 문의주셨는데요. 관계에서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 불편한 점에 관해서도 솔직하게 소통하는 것은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런 솔직한 소통이 반드시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방식이나 강한 표현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세게 이야기하면 물론 사람들이 아무 말도 못 하고 수긍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것을 진정한 소통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어떻게 보면 너무 강해 보여서 소통하기를 포기한 것은 아닐까요?

 따라서 관계 안에서 사연자님이 느끼시는 감정이나 생각들을 조금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시되 부드럽게 표현하는 방법을 연습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또, 사연자님이 ‘굳이 이런 것까지는 이야기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상대방에게 이야기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도 있음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내가 불편해도 참고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더라도, 사실은 그런 불편감이 간접적인 방식(수동공격)으로 상대방에게 전달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은 그런 표현 방식으로 인해 또 다른 불편감을 느낄 수도 있고요. 말씀드린 부분들을 기억하시면서 더 솔직하고 건강한 소통을 이어가시고, 관계도 잘 지속할 수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합정꿈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장승용 원장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합정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인하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인하대병원 인턴 및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한국정신분석학회 정신분석적 정신치료 Master class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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