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ㅣ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SNS나 유튜브, 브이로그를 보다 보면, 남들은 모두 화려하고 멋진 일상을 사는 듯 보입니다. 친구의 해외여행 사진, 유명 인플루언서의 고급스러운 라이프 스타일, TV 속 화려한 성공담까지. 이런 모습을 보다 보면 ‘나는 왜 이렇게 평범할까’, ‘내 노력이 헛된 건 아닐까’, ‘금수저가 아닌 내가 어떻게 이들과 경쟁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치며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비교는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지만, 자주 비교하면 자존감이 떨어지고 불안·우울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사람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자신이 속한 그룹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려는 본능이 있습니다. 이는 사회적 비교 이론으로도 설명할 수 있는데요. 나와 남의 상대적 위치를 비교하면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는데, 만약 내가 타인보다 낮은 곳에 있다고 생각되면 박탈감과 우울감이 듭니다.
둘째, 미디어에선 멋진 순간만 골라 보여주기 때문에 현실의 고단함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 ‘하이라이트 릴(영상, 기록)’을 보고 비교하면, 상대는 완벽해 보이고 나는 부족해 보이기 마련입니다. 또, 온라인상에서는 누군가가 올린 행복하고 화려한 순간의 빈도가 상대적으로 더 자주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친구나 인플루언서가 올린 여행 사진이나 영상은 두세 달 정도 간격으로 업로드되지만, 지켜보는 나에게는 더 자주 있는 일처럼 느껴지고, 그 사람에게도 ‘특별한 이벤트’일 수 있는 그 일이 ‘그 사람에게는 저런 이벤트가 일상이구나.’라고 내 머릿속에서 인식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비교가 반복되다 보면 ‘나는 안 될 거야’, ‘남들은 다 잘되는데 나는 왜 이럴까’ 같은 부정적인 생각이 자리 잡습니다. 이런 자기 대화(self-talk)는 ‘노력해도 소용없다’라는 무력감으로 이어지고, 결국 새로운 도전을 막아 삶의 활력을 떨어뜨립니다.
하지만 비교를 전혀 하지 않기가 쉽진 않은데요. 그렇다면 이렇게 비교하는 마음이 들 때, 마음의 평온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나만의 기준을 세워보세요. 남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성공 기준이 곧 나에게도 꼭 맞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내가 진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순간에 행복감을 느끼는지 스스로 질문해 보세요. 예를 들어 ‘사람들과 따뜻한 관계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성취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재미가 있다’라고 느낀다면, 그 기준에 따라 내 성취를 돌아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미디어 사용을 조절해 보세요. 비교하는 마음이나 열등감을 부추기는 계정이 있다면 잠시 팔로우를 멈추거나 알림을 꺼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대신 내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콘텐츠, 일상의 작은 기쁨을 함께 응원해 주는 사람들의 계정을 더 찾아보세요. 혹은 주기적으로 알고리즘을 리셋해서 비교하는 마음을 들게끔 하는 콘텐츠에 지나치게 노출되지 않도록 자신을 지키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피드나 알고리즘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비교의 빈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감사 일기를 써보세요. 하루에 내가 잘한 일이나 고마운 일을 세 가지 적다 보면, 화려한 모습보다 내 삶의 소소한 순간들이 더 크게 보입니다. 이렇게 긍정적인 경험을 의식적으로 기록하면, 비교로 인한 박탈감이 줄고 자존감이 회복됩니다.
비교할 때는 ‘상대의 장점만 보고 내 단점만 보는’ 인지 왜곡이 일어나기 쉽습니다. 그럴 땐 ‘저 사람도 힘든 순간이 있었을 텐데’,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겠지’라고 스스로에게 말해 보세요. 시야를 조금만 넓혀도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자기 연민(self‑compassion)을 연습하세요. ‘나는 왜 이럴까’라고 자책하기보다는 ‘나도 사람이고, 누구나 부족할 때가 있다’라고 자신을 다독이는 겁니다. 자기 연민은 불안과 우울을 완화하고 다시 용기를 내게 해주는 큰 힘이 됩니다.
비교를 전혀 하지 않기가 쉽지는 않지만, 비교가 내 자존감을 갉아먹지 않도록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미디어 환경을 바꾸며, 감사와 자기 연민을 실천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나만의 기준으로 나를 돌아볼 때, 누군가와의 비교를 통해 나의 가치를 확인하는 것이 아닌, ‘내가 내 삶을 만들어가는 힘’이 생깁니다. 작은 변화가 모여 더 편안하고 행복한 일상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전형진 원장
국립공주병원 전공의 수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