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최준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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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흔히 ADHD라고 불립니다. 최근 정말 많은 분들이 주의력에 문제가 있는지 검사를 받아 보기 원합니다. 오늘은 ADHD에 대해서 여러분께서 궁금해하시는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요즘 제 주변에서도 진단을 받은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얼마나 흔한 병인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초등학생은 전체의 약 13%, 청소년은 약 7%정도가 ADHD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성인 ADHD의 경우에는 아동 ADHD보다 늦게 관심을 받게 되어 연구가 부족하지만 일반적으로 3~5% 사이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ADHD가 우리나라에서만 많은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흔한 정신질환입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고, 특히 성인 ADHD의 경우 최근에 진단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유병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2. ADHD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니 걱정도 되고, 왜 그런지 의문이 들기도 하네요. ADHD의 원인이 무엇인가요?

현재까지 ADHD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여러 연구에서 ADHD 환자들의 뇌가 정상에 비해 발달이 지연되었거나 다소 손상되어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특히, 우리 뇌의 앞쪽에 위치하고 고차원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이라는 부위가 문제입니다.

이 부위는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계획을 세우고, 필요할 때 주의를 한곳에 집중한 상태로 유지하며, 자신의 감정이나 행동을 통제하고, 일하는 데 필요한 기억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기능을 합니다. 이런 기능을 통칭해서 실행기능이라고 하는데요, 우리가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할 때 특히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ADHD가 있으면 이런 일들을 잘 해내기가 어렵고 같은 일을 하더라도 남들보다 훨씬 에너지가 많이 들 수 있습니다. 

 

3. 저도 뭔가 찾아보려고 스마트폰을 꺼냈다가 SNS에 빠져서 잊어버리고, 책을 읽으려고 하면 5분도 되지 않아 다른 생각을 해버리는 일이 자주 있어서 저 스스로 ADHD가 아닌지 걱정이 드는데요, ADHD는 어떻게 진단할 수 있나요?

우선 ADHD의 진단 기준을 한번 살펴보죠. 같은 ADHD 안에서도 소란스럽고 산만한 '과잉행동 충동성 타입'이 있고, 그와 반대로 조용하지만 잔실수가 많은 '주의력 결핍 타입', 두 가지가 혼합된 '복합 타입'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건 복합형이에요.

두 유형의 진단기준이 다른데, 각각 9가지 중에 6가지 이상에 해당해야 합니다. 

 

▪ 주의력 결핍형에 대한 기준

- 학업, 일 등을 할 때 실수가 잦다.

- 일이나 놀이에 집중하지 못한다.

- 마주 보고 대화를 해도 듣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 어떤 일을 끝내지 못할 때가 많다. 

- 어떤 일을 계획적으로 못한다.

- 오랜 시간 집중해야 하는 일을 싫어한다.

- 물건을 자주 분실한다.

- 상관없는 자극에 쉽게 산만해진다.

- 일상적인 일을 자주 잊어버린다

 

▪ 과잉행동-충동성형에 대한 기준

- 손발을 계속 꼼지락거린다.

- 부적절한 시간에 자리를 뜬다.

- 부적절하게 뛰거나 기어오른다.

- 조용하게 놀지 못한다.

- 모터가 달린 것처럼 쉬지 않고 움직인다.

- 말을 너무 많이 한다.

-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한다.

- 차례를 기다리지 못한다.

- 다른 사람을 자주 방해하고 끼어든다. 

 

17세 이상에서는 9개 중 5개만 해당되어도 ADHD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4. 제가 어렸을 때를 생각해 보면 어떨 때는 쉽게 유혹에 넘어갔지만, 또 어떨 때는 꾸준히 노력할 때도 있었거든요. 좀 애매한 것 같은데 얼마나 심해야 ADHD 인지 쉽게 알려주실 수 있나요?

정신과 질환들이 진단하는 게 참 어려워요. 진단 기준을 읽어 보면 다 조금씩 있는 것 같은데 그 정도에 따라서 판단을 해야 되는데 표본은 없으니 스스로가 어느 정도 심한 건지 알 수가 없죠. 그래서 저는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선생님들께 상담을 받아 보는 걸 추천 드립니다. 경험이 많은 전문의 선생님들은 어느 정도의 기준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컴퓨터를 이용한 전산화 주의력검사나 구조화된 평가도구를 이용하면 정확한 진단에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또 ADHD의 진단이 간단하지 않은 이유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점점 성숙하고 행동도 변하기 때문에 최대한 긴 기간을 관찰해야 하고, 혹시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능력이나 적성의 문제는 아닌지 구분해야 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집, 학교, 학원 등 두 군데 이상의 장소나 상황에서 문제가 확인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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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렇군요. 혹시 저처럼 어릴 때 ADHD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는 성인도 ADHD 진단을 받을 수 있나요? 

최근 들어 ADHD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성인이 처음 ADHD 진단을 받는 분들이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보통은 ADHD의 특성이 어릴 때부터 시작되므로 어린 시절의 증상에 대한 평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아동기에 ADHD가 있었으며 그중 50~65% 정도는 성인이 된 이후까지 증상이 지속된다고 합니다. 성인을 ADHD로 진단하려면, 현재 5개 이상의 증상이 있으면서, 12세 이전에도 최소 3개 이상의 증상이 있었음을 확인해야 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많이 지났다 보니, 어린 시절 내 모습을 제대로 기억하기도 어렵고, 부모님께 여쭤 봐도 괜찮았다, 보통 애들 같았다 정도로만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평가하기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6. 어릴 때 학교에서 내 모습이 잘 기억나지 않는 것이 문제네요. 그렇다면 혹시 아동기 ADHD와는 다른, 성인에서 ADHD를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 따로 있을까요? 성인들은 학교나 학원에 다니지 않을 수도 있고 선생님도 없는데, 어떤 경우에 성인 ADHD를 의심할 수 있나요?

사실 진단기준에 있는 질문들이 아이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성인에서는 잘 맞지 않는 부분도 있죠. 그래서 최근에는 성인들에게 적합한 문항들로 바뀐 진단 도구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수업 중에 자리를 이탈하거나 지시 사항을 지키지 못하는 형태가 많은데요, 성인에서는 좀 다른 형태로 과잉행동이나 충동성을 보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대화할 때 자꾸 상대방의 말을 자르거나 전화할 때 자기 말만 하고 먼저 끊어버려요. 운전할 때는 쉽게 흥분을 해서 욕설을 하거나 운전이 거칠어서 교통사고를 자주 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끈기가 부족하고 충동적이어서 이직도 자주 하는 편이고요. 일이나 공부에는 집중이 안 되지만, 반대로 자극적이고 흥분이 되는 것에는 너무 빠져들어서 게임중독, 쇼핑중독, 알코올중독에 더 잘 걸립니다. 

과잉행동/충동성에 비해 주의력 결핍으로 인한 증상은 성인이 되어서도 줄지 않고 지속되는 경향이 있어요. 예를 들면, 회사에 다니시는 경우에는 약속된 업무기한을 잘 못 지켜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과제에서 중요한 부분은 이미 해결해 놓고서 뒤로 미루다가 마무리를 못해서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또, 일의 순서가 중요한 업무도 있는데 그런데 약해요. 스케줄 관리가 잘 안 돼서 지각을 자주 하고 업무 중 회의에도 자주 늦고요. 회의 시간에는 끼어들고 싶은 충동을 참느라 에너지를 다 써버려서 정작 회의 내용을 기억하기 어렵습니다. 업무상 중요한 자료나 상사의 지시를 잘 잊어버리기도 해서 불필요한 오해를 받기도 하죠.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시면 주의력이 좋아져서 직장생활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7. 예전에 어디선가 성인은 ADHD 진단을 받아도 건강보험 적용을 못 받아서 약값이 비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사실인가요?

네. 예전에는 성인 ADHD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지원을 받지 못했어요. 하지만 2016년에 법이 개정되어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단을 받으시면 성인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약물치료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8. ADHD 같아서 병원에 갔다가 우울증 진단을 받은 분들도 많던데요. 혹시 진단이 잘못돼서 그런 건가요?

ADHD 가 있으면 우울증, 조울증, 강박증, 중독과 같은 다른 정신질환이 더 잘 생깁니다. 연구에 따르면, 성인 ADHD의 약 85%가 최소 한 가지 이상의 다른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고, 60%는 두 가지 이상의 질환이 동반된다고 합니다. 

우울증이 심할 때도 주의력, 기억력, 판단력과 같은 인지기능이 떨어집니다. 우울증이 오면 의욕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일이 잘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에 ADHD와 겹쳐 보일 수 있습니다. 또 강박증의 경우 강박행동에 시간을 너무 빼앗겨서 중요한 일을 처리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죠. 

마치 호수 위에 눈이 덮여 있으면 그 아래에 호수가 있는지 모르는 것처럼 ADHD 위에 동반된 다른 질환들이 더 두드러져 보이니 ADHD 진단이 늦어지기도 합니다. 

 

9. ADHD는 치료를 받으면 완치될 수 있나요? 얼마나 오랫동안 치료를 받아야 하나요?

약물치료에 효과가 있는 비율이 80%에 이를 정도로 ADHD는 치료가 잘되는 병입니다. 대표적인 약물인 중추신경자극제를 먹으면 대뇌 피질과 기저핵에 작용하여 주의력을 증가시키고 충동성과 과잉 활동을 감소시킵니다. 중추신경자극제에 반응이 없거나, 쓸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비자극제 계열의 약물도 쓸 수 있습니다. 

치료의 기간은 몇 달이라고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ADHD는 어느 날 갑자기 생겼다가 사라지는 병이 아니라 치료가 길어질 때도 많고 약을 먹어야 할 정도인지 경계도 불분명해서 종결 시점을 딱 잘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질환에 대해 잘 알게 되고, 스스로 문제행동을 조절할 수 있을 만큼 훈련이 되면 약을 줄이거나 끊을 수 있습니다. ADHD 증상을 조절함으로써 남들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고, 관계가 좋아지고, 시간 관리를 잘 하고, 더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병이라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10. ADHD를 치료하려면 인내심이 필요하겠네요. 오랫동안 약을 먹어야 한다면 어떤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중추신경자극제는 많은 분들에게 효과적이지만, 일부에서는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비교적 흔한 부작용으로는 식욕 감소, 불면, 가슴 두근거림, 두통, 복통, 입마름 등이 있습니다. 드물게는 혈압 상승, 성격 변화, 기존에 있던 심장질환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안전하게 약의 도움을 받고 계시지만 약물치료 전후로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를 하고 약의 효과와 부작용을 항상 모니터링하며 복용해야 합니다.

약을 먹으면 혹시 약에 중독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임의로 남용하지 않고 의사의 지시대로 약을 복용하시면 ADHD 약에 중독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약을 먹으면 뚜렷한 효과가 있으니까 증상이 많이 좋아졌는데도 감량이나 중단을 주저하는 분들도 있으세요. 약물치료로 얻을 수 있는 효과와 부작용으로 인한 손해를 잘 모니터링 하면서 담당의사와 상의하고 결정하시면 안전하게 약을 드실 수 있습니다. 

 

11. 혹시 약을 먹지 않고도 ADHD를 좋아지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인지행동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아주 구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보죠.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아이라면 자신의 차례가 되지 않았을 때 ‘잠시만 기다려 줘.’라는 말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ADHD 증상을 가지고 있는 아이라면 이 말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앞에 한 친구가 더 있어. 그 친구가 발표를 하는 데 15분이 걸릴 거야. 저기 저 책상 보이니? 저 책상에 앉아봐. 잘 했어.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좋을 것 같아. 15분이면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읽고 있으면 될 것 같네. 선생님이 알람 시계를 맞춰 놓을 테니 알람이 울리면 책을 덮고 친구가 나오는지를 봐. 친구가 나오면 노크를 하렴.’ 이렇게 각 단계를 하나 하나씩 다 지도해 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성인 ADHD 환자도 이런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ADHD 증상으로 인해 의도치 않게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미움을 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로 인해 대인관계가 나빠지는 경우도 많은데 사회적 기술훈련을 받으면 나아질 수 있습니다. 다양한 사회적 상황에서 적절히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고 연습해서 실제로 타인과 긍정적인 감정 경험을 하게 되면 자신감이 올라갑니다. 자신감이 생기면 불안이 줄어들어서 예기치 못한 실수가 줄어드니 미움이나 오해를 사지 않게 되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분노나 충동성을 조절하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는 부정적인 감정이 들었을 때 즉각적인 대처를 하지 말고 감정을 추스를 시간을 가진 뒤에 말로 표현하도록 감정 조절 훈련을 받으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ADHD 분들은 에너지가 넘쳐서 발산할 곳이 필요한데, 운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수영, 달리기, 축구, 농구 등 운동을 통해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사회적 기술도 발달시킬 수 있죠.  

자꾸 잊어버리시는 분들은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시면 좋고, 시간관리를 못하는 분들은 스케줄 앱을 사용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시는 분들은 중요한 물건은 늘 같은 위치에 놓을 수 있도록 보관함 같은 걸 사용해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삼성양재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최준배 원장

최준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삼성양재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대학원 졸업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전임의
전)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임상부교수
전)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마음건강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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