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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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낀 안개로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태에서 운전하느라 고생해 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뿌연 안개 때문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때는 엉금엉금 기어가는 것처럼 서행해야 합니다. 그럴 때면 답답하기도 하고, 혹시 사고가 나지는 않을까 불안하고 걱정됩니다. 우리 뇌에도 이렇게 안개가 낀 것 같은 현상이 발생할 때가 있는데, 이를‘ 브레인 포그(Brain fog)’라고 합니다.

브레인 포그는 말 그대로 뇌 속에 안개가 낀 것처럼 주의 집중이 되지 않거나 단어, 사건 등이 잘 기억나지 않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일을 한 번에 하기 어렵거나 한 번에 많은 정보가 입력되었을 때 처리하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은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납니다.브레인 포그는 코로나 19로 인한 장기적 후유증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겪는 증상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만성피로, 폐경, 항암을 위한 화학요법 치료로 인한 신체적 변화, 불안, 우울과 같은 심리적 어려움을 느낄 때도 브레인 포그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브레인 포그를 경험할 때는 예전만큼 인지적 기능을 할 수 없다는 좌절감과 함께 이 증상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두려움과 불안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 자신이 경험하는 증상이 브레인 포그에 해당하는 것인지 명확하게 구분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본인이 주로 경험하는 증상들이 어떤 것인지 정리해 보고 빈도와 강도, 해당 증상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전보다 자주,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손상을 가져올 정도로 증상이 심각한지 살펴보고, 배우자, 가족, 친구, 동료 등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 보면서 본인의 상태에 대해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해 볼 수도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이나 의학적 개입을 위해서는 신경심리학자, 정신과 전문의와 같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일상에서 브레인 포그를 예방 및 완화하기 위해 건강한 습관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어떤 방법이 있는지 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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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충분한 수면 시간 및 수면의 질 확보하기

수면은 우리 몸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꼭 필요합니다. 또, 수면 중에는 기억세포 및 관련 시냅스들이 활성화되어 기억을 복습하며 활동 시간 중 보고 들은 것들이 장기기억으로 저장됩니다. 그렇기에 수면은 기억력 향상에도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일정한 수면 시간을 유지하고 암막 커튼 설치, 블루라이트 차단, 조용하고 적절한 온도의 수면 환경 조성을 통해 좋은 수면의 질을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수면주기를 활용하여 깊은 잠을 잘 때가 아닌 얕은 잠을 잘 때 일어나면 더 개운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은 약 90~120분 주기로 얕은 수면과 깊은 수면, 꿈꾸기를 반복하며, 하룻밤에 보통 5회 정도 반복합니다. 

일반적으로 성인은 하루 7~8시간, 어린이는 9~10시간의 수면이 필요하지만, 낮 동안 피로한 느낌이 들지 않고 푹 자고 일어난 느낌이 들도록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수면 시간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적절한 운동하기

운동은 몸의 활력 증진뿐만 아니라 인지 기능 강화 및 기억력 향상, 수면 증진 및 정서적 안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운동은 코로나로 인한 후유증 및 브레인 포그와 연관된 다양한 신체적, 정서적 기능 저하 상태로부터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데 도움이 됩니다. 

 

3. 건강한 식단

면역력 및 인지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건강한 식재료 및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어, 고등어, 호두, 들기름, 아몬드는 오메가 3 지방산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으며, 고등어의 DHA는 뇌를 활성화합니다. 베리류, 토마토, 올리브유, 생강, 강황, 짙은 녹색 채소 등 항염증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좋습니다. 

 

4. 인지기능 향상을 위한 게임

보드게임, 일상에서 하는 다양한 게임 중 인지력과 기억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게임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혼자 또는 친구, 가족들과 함께 다양한 게임을 하면서 재미도 느끼고 기억력 향상 효과도 얻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겠지요. 실제로 치매 환자의 기억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에도 다양한 놀이를 활용한 인지력 향상 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브레인 포그는 코로나, 항암치료, 스트레스, 불안 등 특정한 신체적, 심리적 상태 속에서 경험하기도 하지만 나이가 드는 과정에서 누구나 언젠가 경험할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브레인 포그를 경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은 경험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막연하게 걱정하기보다는 효과적으로 예방 및 대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혹시 주변에 브레인 포그로 힘들어하는 분들이 있다면,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세요. 안개 속을 걸을 때도 혼자가 아닌 둘이라면 그 길이 덜 막막할 것입니다.

 

서대문봄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이호선 원장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대문봄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한양대병원 외래교수, 한양대구리병원 임상강사
(전)성안드레아병원 진료과장, 구리시 치매안심센터 자문의, 저서 <가족의 심리학>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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