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림 평온 정신과, 전형진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한 3달 전쯤 이별 통보를 받았습니다.
바로 전날까지 잘 놀았는데 갑자기 그런 소리를 들으니 너무 황당하면서 모든 게 무너져 내리는 거 같았습니다. 제가 저희 가족보다 더 마음 줬던 사람인데 그런 말을 들으니 그냥 인생이 전부 부정당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대화를 시도했지만 돌아오는 건 너랑 만난 걸 후회한다 널 기다린 걸 후회한다 진짜 안 울려고 노력했는데 그런 말을 들어버리니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문제는 그 뒤로 인간관계에 있어 대화하다 약간 반응이 애매모호하다거나 연락이 늦거나 하면 갑자기 엄청 불안해지는 겁니다. 원래는 연락 같은 것도 신경을 잘 안 썼던 사람인데 지금은 상대방의 말 하나하나에 어떤 의미가 있지 않을까나 생각하게 되고 약속을 잡으려 했다가 거절당하면 당연히 바쁜 일이 있어서일 텐데 혹시 내가 싫은가 뭔가를 했나 라고 자꾸 생각하게 되면서 눈물이 쏟아집니다. 그럴수록 계속 더 연락에 집착하게 되고 거기서부터 갑자기 그냥 모든 게 싫고 죽고 싶고 우울해집니다.
좀 괜찮아지나 싶다가도 혼자만 있으면 계속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지금까지의 자신을 전부 부정하게 되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병원을 가보는 게 좋을까요?
답변)
안녕하세요. 신림 평온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전형진 전문의입니다.
이별 후 경험하게 되는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해주신 것 같습니다.
이전에 연인과의 관계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자세히 알기는 어렵지만 4년 정도 교제했던 연인과의 이별은 힘든 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연인과 헤어진 상황에서 느낄법한 심리적인 반응을 통상적으로 애도 반응이라고 합니다. 이는 자신에게 중요한 대상을 상실했을 때 나타나는 정서적인 고통을 말하는데, 학자에 따라 설명하는 단계는 다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극복됩니다.
보통 상실과 회복의 과정을 거치면서 적응해 나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거나 내가 가진 어떤 심리적인 부분으로 인해 더 이상 진행이 되지 않으면 심리적으로 다양한 어려움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별한 경험 자체가 원인이 되어 주요 우울증과 유사한 증상으로 발전하는 상황이 대표적일 것 같습니다.
사연을 주신 분의 전반적인 배경이나 지금 생활에 대해 자세히 파악은 되지 않지만, 어느 정도의 우울한 모습과 대인관계에서의 어려움은 구체적으로 확인이 됩니다.
대인관계에서의 어려움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우울한 상황이 되면 보통 자신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우울의 정도가 심할수록 이런 경향은 두드러지는데,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사소한 잘못을 큰 잘못으로 여기게 되거나, 잘못이 없는데도 잘못이 있는 것처럼 믿게 됩니다. 반응이 애매모호 한 상황이나 지연되는 상황, 별다른 의미가 없는 상대방의 대화에서도 나 자신의 결점이나 문제점을 찾는 방식이 위에서 이야기한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연관된 반응입니다.
사연에서 얼마든지 다르게 판단할 수 있는데도 나에게서 문제를 찾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는데, 이를 자동적 사고라고 부르고, 이것의 영향으로 불필요한 감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자동적 사고는 대개 논리적인 오류를 동반하게 되는데 이를 인지왜곡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인지왜곡이 개선되지 않으면 불필요한 감정들도 좋아지기 어렵습니다.
우선은 인간관계에서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되면 그러한 감정을 유발하는 생각을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잘못된 생각을 지지하는 증거/반박하는 증거를 수집해보고, 가장 현실적인 생각을 찾아봅니다. 그리고 나와 유사한 어려움을 겪는 가까운 사람에게 도움을 준다면 어떻게 말하는 것이 도움이 될지 생각을 해봅니다. 타인에게는 좀 더 객관적인 조언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자동적 사고를 탐색하는 과정이 현실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감정을 느끼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말씀드린 과정만으로 지금의 어려움이 해결되지 않거나, 인간관계의 어려움 이외에도 생활 전반에 걸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우울증으로 발전한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적절해 보입니다.
아무쪼록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관계에서의 불안감을 떨쳐내시길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국립공주병원 전공의 수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