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림 평온 정신과, 전형진 전문의]

 

 

2019년 12월 발생한 코로나 19 사태 이후, 우리는 마스크를 생활필수품으로 사용하며 살아가고 있다. 외출 시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써왔으니 이제 익숙해질 만도 하다. 하지만 출근길 지하철에서라면 마스크를 확 벗어버리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땀이 나거나 얼굴에 뾰루지가 난 경우라면 더더욱.

약속에 늦거나, 해결해야 하는 일이 있을 때 등, 고민과 걱정을 품은 채 어딘가 이동할 때는 평소보다 답답함이 커지는 것 같기도 하다. 마음이 안 좋은 것과 더불어, 마스크의 불편함이 극대화된다. 호흡이 불편하고 공기도 뜨겁게 느껴진다.

반대로 마스크를 썼다는 사실이 의식되지 않는 날도 있다. 걱정과 고민이 없을 때가 그렇다. 마스크는 손목시계를 차고 벗는 것처럼 당연한 일상의 물건으로 여겨진다. 호흡의 불편함도 전혀 느끼지 않는다.

 

SNS상에서 많은 사람의 공감을 받는 동영상이 있다. 동영상의 내용은 이러하다. 음식점에서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잠시 후 면 요리가 나오고, 크게 한 젓가락으로 면을 집어 입으로 가져간다. 그런데 아뿔싸, 마스크를 벗지 않은 채다.

댓글에는 어떻게 마스크 쓴 걸 까먹을 수 있냐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영상 속 인물의 행동에 공감하는 반응이 있다. 마스크를 쓰고 있는 줄 몰랐다가 벌어진 자신의 일화를 얘기하기도 한다. 마스크를 쓴 채로 음식이나 음료를 먹어본 적은 없지만, 누구나 종종 ‘아 마스크 벗어야지’하고 생각할 때가 있을 것이다. 너무 온종일 쓰고 있기 때문일까?

왜 어떨 때는 마스크를 껴도 불편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으나, 어떨 때는 마스크 때문에 너무나 호흡이 불편하고 답답한 걸까?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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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9명이 마스크 착용에 대해 불편함을 호소했다. 불편한 원인으로는 ‘숨쉬기 어려움(78.1%)’, ‘피부 트러블(44.3%)’, ‘귀 부분이 아픔(42.7%)’이 꼽혔다. 또한 2021학년도 수능시험 재수생 57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72.3%가 수능 당일 마스크 착용 시 가장 불편한 점으로 호흡곤란과 답답함을 걱정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한다고 해서 산소 공급이 감소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다양한 연구에서 심박수나 산소포화도 같은 수치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마스크 쓰면 호흡이 어렵게 느껴질까? 심리적인 원인이 작용하는 걸까?

 

캐나다의 폐호흡 전문가 크리스토퍼 유잉(Christopher Ewing) 박사는 마스크를 착용해도 산소 공급이 감소하지 않지만, 호흡 패턴이 바뀌어 어지럽거나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마스크가 산소 흐름을 방해하지 않음에도 심리적인 원인으로 숨 가쁨, 심박 수 증가 등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마스크 착용이 익숙하지 않으며, 마스크를 쓰는 느낌은 누군가를 불안하게 만들거나 불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호흡한다. 호흡은 호흡 중추에 의해 제어되지만 여러 가지 감각이나 심리적인 요인들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따라서 불편감을 느낄 시 무의식적으로 호흡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마스크로 인해 입 주변의 공기가 뜨거워지면 얼굴에 닿는 온도가 변하고, 이를 감지하게 되어 호흡이 빨라진다. 혹은 숨을 내쉴 때 안경에 김이 서리는 등의 구체적인 변화를 감지하게 될 경우,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감각들이 몸에 과도한 신호를 보내게 된다. 그로 인해 일시적인 불편감을 느낄 수 있다. 호흡이 얕아지고, 다음 호흡에서 숨을 완전히 내쉬지 않는 것으로 이를 보상하려 하는 것이다. 어떠한 형태든 내가 감지할 수 있는 호흡의 변화는 긴장감을 유발할 수 있다. 유발된 긴장감이 호흡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 불편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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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까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지내왔다. 근 몇 년간, 갑작스레 마스크를 착용하고 생활하는 게 불편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마스크로 인한 불편감이 호흡과 관련된 어려움이라면 해결책을 생각해볼 수 있다.

크리스토퍼 유잉 박사는 호흡이 곤란하다고 느껴질 때, 호흡 패턴을 재설정하면 된다고 이야기했다. 그 방법으로 ‘이완 호흡법’을 추천한다. 호흡법은 신체나 마음의 긴장 상태를 이완하는 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천천히 길게 호흡하는 것이 그 방법이다. 중요한 점은 들이마시는 호흡보다 내쉬는 호흡을 더 길게 하는 것이 이완을 가져오는 데 효과적이다. 공기를 충분히 들이켜면 횡격막이 확장되어 긴장을 야기하지만, 숨을 내쉬면서 이완되기 때문이다.

누구나 긴장하면 호흡이 빨라지고 불규칙해지며, 가슴 부위가 중심이 되는 얕은 호흡을 하게 된다. 호흡 훈련이란 이런 식의 호흡과 반대되는 느리고 규칙적이며 깊은 호흡으로 바꾸는 것이다.

[호흡의 중요성과 구체적인 호흡 방법에 알고 싶다면 다음 글을 참고해 보아도 좋겠다.] -> [마음 다루기 - 첫 번째 시간] 

 

코로나 19가 발생하기 전에도 우리는 미세먼지와 황사를 피하고자 마스크를 착용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쓰던 것과 달리 코로나 19 발생 이후, 마스크는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 되었고, 우리의 일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행동에 제약이 생겼으니 답답한 것이 당연하다. 마스크가 불편하고, 너무나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은 단순한 감각의 문제가 아닌 어쩌면 끝나지 않은 코로나 19에 대한 불안이 아닐까.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전공의 수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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