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제대로 알고 다스리기 (5)

*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정신적인 부분에서 신체적인 질병으로도 발현되는 스트레스. 팬데믹(Pandemic)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더욱 깊숙이 침투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알고 다스릴 수 있도록 새로운 대담을 시작합니다. 대담은 대한정신건강재단 정정엽 마음소통센터장과 영남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명상의학회 이사인 구본훈 선생님이 함께했습니다. 

 

정정엽: 앞에서 호흡과 명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했는데요, 호흡과 명상 이외에 조금 더 심도 있게 스트레스에 접근하는 방식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무엇인가요?

구본훈: 불교의 이론 “무상무아(無常無我)”를 우리가 조금씩 체험하는 방식으로, 불교정신치료의 체계를 확립해 나가고 있는 전현수 선생님이 주로 담당하는 부분입니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스트레스는 없앨 수 없다’라는 말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해요. 사람들이 이성적으로는 이 세상의 모든 스트레스를 없앨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잖아요. 하지만 막상 스트레스를 겪고 있을 때는 너무 괴로워서 이 스트레스가 없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크게 들어요.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직장 상사를 쫓아내고 싶고, 일을 그만두고 싶은 거죠. 하지만 우리의 기본 전제가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어요. 살기 위해서는 일을 할 수밖에 없고, 일을 하다 보면 항상 좋은 사람들만 만날 수 없는 것과 같이요.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그 사람을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좋지만, 그 사람만 피한다고 해도 또 다른 스트레스의 원인이 나타날 것이라는 거죠. 불교정신치료로 이야기하면 삶은 어차피 ‘고(苦)’라는 이야기입니다.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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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엽: 사는 건 괴롭다는 말인가요?

구본훈: 그렇죠. 만족하고 즐길 수 있는 경우는 반짝이며 잠깐입니다. 우리는 만족스러운 시기가 계속 이어지길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거죠. 이걸 절실하게 이해할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해요. 두 번째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직장 상사가 나를 괴롭히고, 일이 너무 많아서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라고 예를 들어 볼게요. 그런데 이 직장 상사가 내가 퇴직할 때까지 함께 할 수는 없죠. 지금은 나를 괴롭히지만 어느 순간에 어떠한 이유로 인해 바뀔 수도 있는 거고요.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알 수 없지만요. 혹은 지금은 일이 많아서 괴롭지만, 언젠가는 일이 없어서 고민이 될 수도 있어요. 이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건 없거든요.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 영원히 계속된다면 엄청난 스트레스가 되겠지만 언젠가는 바뀔 거예요. 스트레스의 강도는 똑같지만, 언젠가 변할 거라는 걸 알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을 때는 전혀 달라요. 조금 더 받아들이기 쉽겠죠. 조금 더 이야기를 해볼까요? 스트레스를 받아서 ‘아, 내 인생이 도대체 왜 이러냐’라고 걱정을 만들고 고민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정정엽: 자기 자신이죠.

구본훈: 그렇죠. 본인이 고민을 만들고 그로 인해 고생하고 있는 거죠. 문제는 고생을 통해 자신이 바뀔 수 있다면 괜찮은데, 점점 힘들어진다는 거예요. 바뀌는 건 없죠. 결국 세상은 내 뜻대로, 내 생각대로 안 된다는 겁니다. 안 되는 걸 하려고 계속 붙잡고 있으니 힘든 거죠. 불경에 나오는 부처님 일화 중에 “두 번째 화살”이 있습니다. 적군에게 화살이 날아왔을 때, 첫 번째 화살은 어느 방향에서 올지 모르니까 내가 아무리 조심한다고 피할 수가 없어요. 우리한테 닥쳐오는 스트레스와 같이요. 하지만 첫 번째를 겪은 후에 오는 두 번째 화살은 어디서 날아오는지 알 수 있으니 피할 수 있겠지요. 만약에 두 번째도 못 피한다면 세 번째는 피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첫 번째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고, 그걸 알고 있음에도 ‘이걸 어떻게 하지, 피해야 하는데, 없애야 하는데’하고 또 부차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요. 이건 어쩌면 두 번째, 세 번째 화살과 같은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피할 수 있는 건데요. 그렇다면 피할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부딪혀야 하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그게 지금까지 말한 부분입니다. 어차피 없앨 수 없는 것을 계속 스트레스로 지니고 있다면 스스로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을 쏘고 맞는 것과 같아요. 그래서 명상을 합니다. 명상을 통해 걱정과 고민에 거리를 두고 바라보기 시작하는 거예요. 물론 고통을 완전히 받아들이고 없앤다거나 쾌락이 되진 않겠지만, 덜 고통스러운 상태로 본인에게 고통을 받아들일 기회가 생기는 겁니다.

 

구본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영남대병원 교수
국립부곡정신병원 및 울산기독병원 공중보건의사
시몬병원 정신과 과장 역임, 영남대학교병원 정신과 전임의 및 임상교수
미국 UCSD 불안장애연구소 방문교수 (2012.8.~2013.7.)
미국 샌디에고 정신분석연구소 정신분석프로그램 연수 (2012.8.~2013.7.)
미국 UCSD Center for mindfulness MBCT & MBSR 과정 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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