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제대로 알고 다스리기 (3)
*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정신적인 부분에서 신체적인 질병으로도 발현되는 스트레스. 팬데믹(Pandemic)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더욱 깊숙이 침투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알고 다스릴 수 있도록 새로운 대담을 시작합니다. 대담은 대한정신건강재단 정정엽 마음소통센터장과 영남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명상의학회 이사인 구본훈 선생님이 함께했습니다.
정정엽: 정신 치료를 받는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주는 직장 상사, 즉 외부적인 자극이 줄어들거나 원인이 없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스트레스 사건은 그대로인데 치료를 받아서 뭐해’라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요.
구본훈: 맞습니다. 스트레스 때문에 발생한 여러 가지 증상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에 진료를 오시는 분들이 있어요. 불안장애와 우울증, 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이에 속합니다. 그런데 진료를 본다고 스트레스가 해결되는 건 아니죠. 외부적인 사건을 없앤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니까요. 일이 너무 많은데 일을 없앨 수도 없고 직장을 그만둘 수도 없잖아요. 직장 상사 때문에 괴롭다고 해서 직장 상사를 내쫓을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정정엽: 그러면 어떻게 스트레스를 대처하고 조절할 수 있을까요.
구본훈: 외부적인 사건을 없애는 건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외부적인 사건을 없앤다고 정말 해결이 되는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합니다. 나를 괴롭힌 직장 상사가 다른 일이 생겨 퇴직했다면 스트레스의 원인이 사라지는 거니까 해결이 되겠지요? 하지만 그다음에 오는 직장 상사가 원래 있던 사람보다 더 지독하게 나를 괴롭힐 수도 있어요. 일이 너무 많아서 현재 하는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구했는데, 새로운 일이 더욱더 고되거나 일을 아예 구하지 못해 돈벌이를 못 할 수도 있고요. 결국 스트레스라는 건 우리가 피하고 싶다고 모조리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예를 들어 정말 모든 스트레스를 다 피해서 파라다이스 같은 휴양지에 평생을 살러 간다고 해도요. 거기 가면 거기에도 또 스트레스가 있는 거죠. 물론 스트레스의 원인을 해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가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외부적인 스트레스를 없애고 해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정정엽: 외부적인 스트레스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게 가능한가요?
구본훈: 그렇죠. 본인에게 이러한 스트레스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 스트레스는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대처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해요. 예를 들어 인터넷 서점에 스트레스를 검색하면 700여 개의 스트레스 서적이 나와요. 책마다 스트레스 대처를 소개하고요. 스트레스 대처법이 굉장히 다양하고 많다는 것은 거꾸로 생각해보면 정답이 없다는 뜻이에요. 정답이 있다면 한두 가지의 같은 방법으로 소개될 테니까요. 결국 스트레스 해소에는 정답이 없으며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다는 거죠.
흔하게 제일 많이 하는 방법의 하나가 음악이에요. 저 같은 경우는 노래방은 싫어하지만 음악 감상은 좋아합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한두 시간 정도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몰입해요. 이처럼 개인마다 스트레스 대처 방법은 다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스트레스의 가장 큰 특성이에요. 사람마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주관적 해석에 달려있기 때문이죠. 해소 방법 중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해주는 방법 가운데는 기본적으로 스트레스 자극을 줄이는 겁니다. 스트레스를 주는 외부 자극을 없앨 수는 없지만 덜 받을 수 있다면 당연히 줄이는 게 좋겠죠. 예를 들어 어머니와의 갈등이 있는 사람이 어머니를 없앨 순 없으니까 잠시 어머니와 분리하기 위해 독립해서 산다든가 하는 방법으로요. 처해있는 상황을 바꾸어가며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습니다.
정정엽: 외적인 방법이 아닌 내적으로 스트레스를 바꾸는 방법도 있을까요?
구본훈: 앞으로 조금 더 중요하게 이야기할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우선 스트레스에 관한 생각을 바꾸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 내가 이렇게 생각해서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다르게 생각하자.’는 마음가짐으로 본인의 생각을 직접 변화시키는 겁니다. 또한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았을 때, 감지기를 통해 생리적 활동상태를 제공받아 자기 조절이 학습할 수 있는 ‘바이오피드백(Biofeedback)’처럼 불안한 감정을 안정화하는 훈련을 할 수도 있습니다. 잘 알려진 스트레스 예방법으로는 술을 마시지 않고 담배를 피우지 않고 운동을 하면 좋습니다. 유명한 말이지만 대체로 하기 어려운 것이지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스트레스받는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고, 대처하고 조절하려는 의지가 중요합니다. 여러 방법을 예로 들어 이야기했지만 제가 소개해드리려고 하는 부분은 ‘명상’입니다. 다음 회차에서는 명상에 중점을 두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보겠습니다.
시몬병원 정신과 과장 역임, 영남대학교병원 정신과 전임의 및 임상교수
미국 UCSD 불안장애연구소 방문교수 (2012.8.~2013.7.)
미국 샌디에고 정신분석연구소 정신분석프로그램 연수 (2012.8.~2013.7.)
미국 UCSD Center for mindfulness MBCT & MBSR 과정 연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