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제대로 알고 다스리기 (4)
*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정신적인 부분에서 신체적인 질병으로도 발현되는 스트레스. 팬데믹(Pandemic)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더욱 깊숙이 침투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알고 다스릴 수 있도록 새로운 대담을 시작합니다. 대담은 대한정신건강재단 정정엽 마음소통센터장과 영남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명상의학회 이사인 구본훈 선생님이 함께했습니다.
정정엽: 명상이 스트레스에 도움이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방식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구본훈: 스트레스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방법은 주관적인 해석의 차이가 있어요. 오해하고 있는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바꾸어주는 방법도 그렇고요. 하지만 명상의 특징은 억지로 내가 생각을 바꾸려고 하거나,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변화시키려고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이렇게 하면 안 되니까 저렇게 바꿔야 해.’ 이런 게 아니라 ‘아, 내가 이렇구나’라는 걸 가만히 지켜보는 거죠. 내 마음속에 있는 스트레스와 힘든 것들과 나 사이에 거리를 만들어주는 방식이 명상입니다.
명상이 어떻게 스트레스에 도움이 되는지는 심리학적 기준으로 여러 가지 가설이 있어요. 명상을 통해 본인의 주의력이 변화될 수 있거든요. 명상하면서 호흡에 집중하거나 한곳에 집중하다 보면 생각과 모든 주의력의 초점이 거기에 맞춰지니까 마음속에 있던 여러 걱정이나 생각이 저절로 빠져나오게 되는 효과가 있는 거죠.
걱정과 고민이 많을 때, 내가 어떤 걱정을 하는지 가만히 들여다보면 거의 두 가지 경우입니다. 첫 번째는 ‘내가 그때 그랬으면 안 됐는데’, ‘그때 그랬어야 했는데’처럼 과거에 대한 생각으로 후회하거나 자책하는 등 과거에 대한 생각이 많은 거예요. 두 번째는 미래에 대한 생각입니다. ‘내일 뭐가 있는데 이거 어떻게 하지?’, ‘다음 주에 누구 만나야 하는데 어쩌면 좋지?’ 등등. 걱정의 공통점은 생각이 현재에 있지 않고 과거나 미래에 쏠려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들은 꼬리를 물고 이어져요. 그래서 명상을 통해 나의 집중력과 주의력을 생각이 아닌 호흡에 집중시키는 거예요. 과거에 대한 후회와 자책,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저절로 현재로 모이게요. 생각에서 빠져나오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정정엽: 선생님께서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어떻게 하시나요?
구본훈: 저는 정신없이 일에 집중하다가 일이 끝날 때쯤 다음 일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그럴 때는 호흡에 주의를 둬요. 코로 숨이 들어왔다가 나가는데요. 습관으로 만들어서 온종일 시간이 날 때마다 기회가 되면 합니다. 잠시 쉴 때도 코에 바람이 들숨 날숨 오가는 걸 의식하고요. 그렇게 하루 24시간 중에 짬짬이 5분, 10분, 15분 시간 날 때마다 하니까 꽤 많이 하는 거죠. 주의력을 호흡하는 데 두는 동안에는 과거에 제가 했던 여러 가지 걱정과 생각들이 없어집니다. 별거 아닌 듯 보여도 아주 미세하고 잔잔한 걱정들이 줄어들게 되니까 마음을 편안하게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정정엽: 명상과 호흡법에 관해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어떻게 스트레스에 도움이 되는지 구체적인 원리를 알 수 있을까요?
구본훈: 첫 번째가 심리적인 기준으로 주의력을 조절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관찰입니다. ‘주의적 집중’이라는 게 불교에서 ‘사마타(외부 대상에 대해 감각기관을 다스려 마음이 동요되지 않고 고요하게 하는 것을 의미하는 불교 교리)’, ‘삼매(불교 수행의 한 방법으로 심일경성이라 하여, 마음을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는 정신력)’라고 표현하는 거라면, ‘관찰’은 ‘관(불교 수행법의 하나로 진리의 대상을 자세히 관찰하는 방법)’이라고 하거나 ‘사띠(팔리어 불교 용어로 마음 챙김과 동의어)’라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내 마음이 지금 이렇구나’, ‘내 감정이 이렇구나’, ‘나한테 이런 생각이 드는구나’를 지켜보고 알아차리는 거죠.
알아차리는 것은 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본인이 어떤 일 때문에 속상해 있을 때랑 본인은 아무 일도 없는데 친구 일로 굉장히 속상한 걸 볼 때는 기분이 다르죠. 친구가 속상해하는 걸 본다고 친구와 똑같이 속상해하지는 않잖아요.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속상해하는 걸 보면 ‘아 저 사람 지금 화가 많이 나 있네’라고 보이는 거죠. 그걸 스스로 관찰하는 거예요. ‘내 마음속에 지금 화가 막 끓어오르고 있구나’를 보는 식으로요. 내가 나를 본다는 걸 심리학적 용어로는 ‘탈융합(cognitive defusion)’이라고 표현해요. 감정이 내 마음이랑 붙어져 있을 때, 내가 그 감정대로 행동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화가 나니까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하고 목소리 톤이 떨릴 수밖에 없는 건데, ‘내가 화가 났네’, ‘내 마음속에 화가 있구나’ 이걸 알아차리게 되면 감정이 저절로 줄어들게 돼요. 이 감정을 없애려고 애쓰지 않더라도 저절로요.
이게 명상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주의를 현재로 돌려서 내 마음이나 신체 감각, 감정, 생각을 알아차리고 보게 되면 내가 그 감각에 얽매이지 않게 되기 때문에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거예요. 내가 어떤 상태인지 알아차리면서 가만히 지켜보게 되는 거죠. 없애야 한다는 압박에 빠지지도 않고요. 감정을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게 되는 것, 이러한 부분들이 명상을 통해 스트레스를 조절하는데 중요한 부분입니다.
시몬병원 정신과 과장 역임, 영남대학교병원 정신과 전임의 및 임상교수
미국 UCSD 불안장애연구소 방문교수 (2012.8.~2013.7.)
미국 샌디에고 정신분석연구소 정신분석프로그램 연수 (2012.8.~2013.7.)
미국 UCSD Center for mindfulness MBCT & MBSR 과정 연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