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제대로 알고 다스리기 (2)

*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정신적인 부분에서 신체적인 질병으로도 발현되는 스트레스. 팬데믹(Pandemic)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더욱 깊숙이 침투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알고 다스릴 수 있도록 새로운 대담을 시작합니다. 대담은 대한정신건강재단 정정엽 마음소통센터장과 영남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명상의학회 이사인 구본훈 선생님이 함께했습니다. 

 

정정엽: 스트레스의 정도와 심각성이 주관적인 해석의 차이라면, 스트레스라는 개념 또한 주관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스트레스의 개념 자체를 나쁘게만 보잖아요. 주관적인 해석으로 접근한다면 좋은 쪽도 가능할 것 같은데요?

구본훈: 스트레스라고 해서 다 나쁜 건 아니죠. 예를 들어 학생들의 시험을 생각해볼게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나 시험이란 굉장히 잘 치러야 하는 거잖아요. 시험을 앞둘 때마다 엄청난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있겠죠.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이유로 시험을 다 없앤다고 한다면 학생들은 공부를 안 할 거예요. 학업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사회인도 마찬가지예요. 월급을 생각해보면 쉬워요. 일하고 사회생활을 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만, 월급이라는 보상을 얻죠. 월급이라는 보상이 없으면 또 다른 스트레스가 발생하겠지만요. 과제와 발표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지만, 새로운 학문을 공부하고 지식을 익히는 대학생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스트레스라는 게 무조건 나쁜 게 아니라는 겁니다. 때로는 이런 스트레스를 겪음으로써 한 단계 발전할 수 있고 성숙해지는 기회를 얻는 거죠.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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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엽: 주관적 해석에 따라 스트레스가 나뉜다는 것이 흥미로우면서도 의문이 듭니다. 외적인 스트레스와 내적인 스트레스로 분류한 가운데 예를 들어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제가 일이 많아서 스트레스를 받는 건 일이 많은 거 자체가 외적인 스트레스잖아요, 그런데 일이 많은데도 ‘일이 많은 게 아니야’라고 생각을 바꾸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걸까요? 사람들은 주관적인 생각으로 일을 보고 있어서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걸까요?

구본훈: 선생님 말씀대로 ‘걱정, 고민하는 게 스트레스니까 하지 말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그게 제일 좋죠. 그런데 스트레스를 받지 말자고 생각만 할 수 있지,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말처럼 해결이 되면 좋겠으나 스트레스란 끊임없이 생각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마음대로 조절이 안 되는 어려움이 있는 거죠. 예를 들어 직장 상사의 괴롭힘이나 과다업무 등 외부적인 사건에 의한 스트레스는 그 사건 자체뿐 아니라, 그로 인해 스스로가 문제를 부풀리고 되새기고 걱정하며 고민하는 게 더 큰 문제라는 거예요. 물론 외부적인 사건의 해결로 개인을 힘들게 하는 상사가 사라지면 그 개인을 괴롭히는 스트레스 또한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겠죠. 하지만 스트레스란 없다가 있고, 있다가 없고 하는 것입니다. 개인을 괴롭히는 외부적인 요소는 종종 발생하기 마련이고요. 제일 끔찍스러워하는 상사는 절대 회사를 나가지 않고 퇴직도 안 하고 끝까지 함께 가는 것과 같이 말이죠.

 

정정엽: 없어질 일이 없군요.

구본훈: 점점 더 많아지고 갈수록 태산이죠. 그렇다 보니 고민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는 거예요. 이런 고민이 일주일 만에 끝나는 게 아니라 육 개월, 일 년에서 오 년, 십 년 이렇게 쌓여나가면 스트레스를 누적하는 일이 발생해요. 즉 걱정 고민을 계속하다 보면 우리 몸에 여러 가지 신체 반응으로 이어지는 거죠. 호르몬의 일종으로 급성 스트레스에 반응해 분비되는 물질인 코르티솔(Cortisol)이 끊임없이 나오고, 이러한 원인을 통해 신체의 자율신경계에도 영향이 미치고 혈압이 높아지며 맥박도 점점 빨라지게 되는 겁니다.

신체적 증상뿐 아닙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우울증과 불안장애 등 여러 정신적 증상이 발생합니다. ‘왜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가’하는 생각이 길어지면서 우울증과 무기력증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또 다른 경우로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주로 많이 이야기하는 지적장애, 긴장성 두통, 흔히 스트레스 두통으로 알려진 질병도 나타나게 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증상과 발병이 원인에 따라 결과가 나타나듯 가능한 예상 범위 안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시험 기간이라든지 중요한 순간에 돌발적으로 일어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평소에 멀쩡하다가도 시험 기간이나 면접 등 중요한 순간에 감기에 걸리고 입술에 헤르페스 염증이 나는 일이 그러합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면역기능이 떨어지면서 만성적으로 있던 두통, 불면증, 소화불량, 과민성 대장 증후군, 설사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거죠. 결국 스트레스 자체도 중요하지만, 스트레스의 영향을 받아 걱정하고 고민하는 게 우리의 일상에 악영향을 가져다주고 더욱더 힘든 쪽으로 향하게 하는 겁니다.

 

구본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영남대병원 교수
국립부곡정신병원 및 울산기독병원 공중보건의사
시몬병원 정신과 과장 역임, 영남대학교병원 정신과 전임의 및 임상교수
미국 UCSD 불안장애연구소 방문교수 (2012.8.~2013.7.)
미국 샌디에고 정신분석연구소 정신분석프로그램 연수 (2012.8.~2013.7.)
미국 UCSD Center for mindfulness MBCT & MBSR 과정 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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