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송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초등학교 3학년인 보통이의 엄마는 요즘 ‘나는 괜찮은 엄마인가?’라는 생각을 자주 하십니다.

답답한 마음에 주변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하면 ‘그럼. 좋은 엄마지!’라는 대답을 듣습니다.

보통이에게 크게 화를 내거나 혼내본 적도 없고 웬만하면 아이의 말을 귀담아듣고 반응하는 편이지만 ‘내가 엄마로서 잘하고 있나?’라는 고민은 늘 지속이 됩니다.

 

무엇이든지 알아서 잘 하는 첫째 아이와 달리 둘째 보통이는 낯가림도 많고 내향적인 아이입니다.

학교 담임선생님은 보통이가 수학에 재능이 있고 모범적으로 지낸다고 하시지만, 어머니 앞에서의 보통이는 ‘시험 보는 거 스트레스받아.’라며 풀 죽은 모습입니다.

주위 엄마들은 보통이가 순하고 착하다며 부러워하지만 엄마는 보통이가 혼자 있기 힘들어하고 조금만 지적을 해도 울먹이는 모습을 보일 때마다 마음이 무너져 내립니다.

 

사진_픽사베이

 

보통이 어머님은 TV에서 소아기 우울증상에 관한 내용을 보신 뒤, 아이에 대해서 행여나 놓치는 것이 있을까 봐 상담을 받으러 오셨습니다.

어머님은 보통이에게 자신이 좋은 엄마인지를 궁금해하셨습니다.

제가 ‘어머님은 좋은 엄마란 어떤 엄마라고 생각하세요?’라고 여쭤보자 ‘아이가 평범하게 잘 자라게 도와주는 엄마’라고 하십니다.

어머니가 보통이에게 바라는 것은 높은 성적이나 대단한 결과가 아니라 다른 아이들처럼 잘 지내고 평균적인 것이라고 합니다.

다른 아이들의 평균적인 모습이 기준이다 보니 아이가 상대적으로 미흡해 보이면 쉽게 불안해지셨습니다.

3학년이면 밤에 혼자 잘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보통이가 혼자 자게 하였지만 몇 번이고 안방으로 건너와 결국 엄마 옆에서 잠든 아이를 보면서 속상해지셨습니다.

 

다양한 육아서적, 양육 관련 강좌, 인터넷 정보들이 넘쳐나는 것을 보면 괜찮은 부모이길 희망하고 노력하는 것은 보편적인 일인 것 같습니다.

자녀 양육에 대한 관심에 비례해서 내 아이가 ‘정상’, ‘평균’, ‘표준’에 해당되는지에 민감해지는 부모님이 많습니다.

부모님이 아이의 모습을 이상적인 평균에 맞추게 되면, 그와 다른 경우 더 큰 실망, 고통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엄마의 역할에 대해서도 ‘최소한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아이와 함께 경험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을 방해하고 자책감이 들게 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아이의 발달 과정을 체크하기 위해 시행한 임상심리검사 상 보통이는 인지적 역량이 잘 발달되어 있으나 자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 주변의 평가에 민감해져 있는 아이였습니다.

인정받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편이지만, 기질적으로 실패나 좌절에 대해 충분히 표현하고 자신의 안정감을 확인하는 과정이 많이 필요하였습니다.

상담 과정을 통해 보통이가 스스로 갖는 기대치를 알아보고 이를 현실적으로 수정해주어 정서적 에너지를 소진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을 진행하였습니다.

보통이 어머님은 다른 아이와 비교하며 보통이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한 게 아닌지 미안해하셨습니다.

어머님과 상담을 지속적으로 하며 보통이 어머님의 특성인 섬세함과 지속적인 노력이 있기에 보통이가 어머님과의 관계 안에서는 부정적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어머님 스스로가 실수를 하더라도 수정하고 해결해나가는 것을 편안하게 여기시며 보통이도 자신의 실수나 실패를 여유 있게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자녀를 양육하는 일은 무던한 노력을 통해 성취하는 과제가 아니라 불안정한 세상에서 예측이 어려운 항해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아이는 부모와 다른 새로운 인격체이고 그 인격체가 어떤 성향이나 욕구를 가질지는 미리 알기 어렵습니다.

아이가 각자의 특성이 있듯이 부모도 부모의 특성이 있고 서로의 상호작용이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괜찮은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아이와의 소통에 몰두하기 힘든 경우가 있습니다.

부모 스스로 부모의 역할을 평균적인 이상에 가둬두지 않고 아이와 함께 자기 자신을 찾는 여정을 떠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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