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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좋은 엄마이고 싶다
송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8.03.30 00:05

[정신의학신문 : 송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금 내가 내리는 결정이 옳은 일인지 모르겠어요.
 
이전에는 아이와 즐겁게 놀아주고 좋은 음식을 먹이며 
스스로 좋은 엄마라고 생각했는데 

아이에 대해 결정할 것이 많아지니 
내가 잘하고 있는지 헷갈려요.’

 

사진_픽사베이

 

보통이는 7세가 되는 장난꾸러기이고 평범한 남자아이입니다. 오늘 보통이 엄마는 같은 유치원을 다니는 엄마들의 차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행여나 유치원 생활에 대한 정보를 놓칠까 걱정이 되어 연차를 쓰고 엄마들 모임에 참여하였습니다. 엄마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보통이 엄마는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가슴은 답답해집니다. 다수의 엄마들은 지금 다니는 유치원의 영어 수업이 체계적이지 않아 영어 유치원으로 옮기려고 합니다. 보통이 엄마는 보통이가 말이 조금 늦게 트여 영어 유치원을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다른 엄마들의 말을 들으니 초조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유아기에 영어에 많이 노출되어야 자연스럽게 영어 회화가 되고 나중에 시작하면 발음도 좋지 않고 학교에 가면 뒤처지게 된다는 말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엄마들이 당연한 듯 이야기하는 수많은 사교육 종류(놀이 수학, 가베, 미술, 각종 운동)들을 듣다보니 보통이 엄마는 ‘내가 그동안 아이한테 너무 무심했나?’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보통이 엄마는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했다가 보통이가 3세가 되었을 때 복직을 하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습니다. 퇴근하자마자 바로 어린이집에 가서 아이를 데려오고 대부분의 시간을 보통이와 보냈습니다. 복직을 한 뒤 보통이 엄마는 아이와 계속 있어주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같이 있는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어 책도 읽어주고 육아서적에서 권하는 상호작용 놀이를 해 주었습니다. 요리를 해서 저녁을 먹고 나면 잘 시간이 되고 그때쯤 보통이 아빠는 집에 옵니다. 아이를 아빠에게 맡기고 간신히 욕실로 가서 잘 준비를 하고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면 생기 없이 지친 자신을 보게 됩니다. 힘들다는 생각도 들지만 침대에서 천사 같은 얼굴로 자는 보통이를 보니 ‘기쁨’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아이가 잠들고 나서야 보통이 엄마는 오늘 유치원 엄마들 모임에서 느끼게 된 것을 보통이 아빠에게 이야기합니다.

‘보통이 친구들은 영어 유치원에 간데. 나는 보통이가 유치원 다니면서 한글도 배우고 학교 가는 것을 차근차근 배웠으면 해. 이게 맞는 결정이겠지?’

‘그럼, 나도 그게 맞다고 생각해. 엄마들 이야기에 너무 휩쓸리지 마. 보통이는 안 시켜도 잘 할 거야.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활발하잖아. 유치원 선생님도 아주 잘 생활하고 있다고 하시는데 걱정하지 마.’

보통이 아빠가 이렇게 이야기를 해 줘도 보통이 엄마는 마음이 쉽게 편안해지지가 않습니다. 지금 내린 결정으로 인해 보통이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거나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을까하는 여러 걱정이 듭니다. 무언가 명쾌한 답을 듣고 싶은데 주변에 이야기를 해 봐도, 인터넷에 찾아봐도 정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오늘날의 부모들은 정서적으로 물질적으로 과거의 부모보다 많은 에너지를 자녀들에게 쏟아 붓고 있습니다. 발달 심리학자인 제롬 케이건은 ‘과거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자녀를 여럿 낳던 시절에 비해 현재에는 부모가 아이에게 과도한 의미를 필연적으로 부여하게 된다.’고 언급하였습니다. TV에서는 연예인 부모가 자녀에게 풍족한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보여지고 인터넷, 육아 서적에서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보통이 부모님도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보통이가 미래에 안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보통이 엄마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렇게 불안한 감정이 드는지 혼란스러웠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남에 따라 부모가 결정해야 하는 일이 늘어나고 이에 대해 조언을 듣고 싶어서 진료실을 찾아오는 부모님이 많습니다. 변화하는 육아 환경 속에서 무작정 항해하는 듯한 부모님들은 해답을 찾기 위해 많은 정보를 탐색하고 많은 정보들 속에서 혼란함을 느끼며 부모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불안감을 느낍니다. 또 이미 많은 부모들은 자신들의 삶에서도 많은 결정을 해 왔고, 현재도 그렇게 살고 있는데 왜 유독 아이 육아 문제와 마주치면 소신보다는 타인의 의견에 귀 기울이게 되어 불안을 느끼는 걸까요.

부모라면 아이를 심리적, 인지 발달적으로 온전하게 키워내야 할 것 같은 이상적이만 과도한 기준치를 가진 부모님이 꽤 많습니다. 아이의 능력이나 재능, 즐거움보다 당장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잣대에 맞는 아이의 능력 함양이 우선이 되는 경우도 있고요. 그러나 사회는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그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준과 가치는 달라집니다. 또 내 아이의 고유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사회적 기준에 걸 맞는 아이를 키우는 것은 미래를 완전하게 예측하지 못한다면 실패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아이가 미래에 어떤 사회를 만나든 자신의 삶을 살아 갈 수 있게 양육하고 교육하는 것이 부모로서 가장 중요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또 아이의 당당한 삶은 바로 부모로부터 그 모델을 형성하고 배운다는 것도 생각해야 합니다. 앞으로 보통이가 엄마를 보면서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경험하고 내적 안정감을 갖기 위해서는 엄마 스스로도 자신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인정하고 엄마로서의 역할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자신감의 출발은 공부이지요. 보통이 부모의 공부는 바로 ‘보통이’가 되어야 합니다. 보통이를 꾸준히 관찰하여 아이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아이에 대한 꾸준한 공부로 내린 엄마의 결정은 딱히 정답이 없는 육아에서의 최선의 결정입니다.

 

 

송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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