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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정의 대화 비밀
홍종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8.07.09 05:02

[정신의학신문 : 홍종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선생님, 저는 제 가정을 지키고 싶습니다.”

 

김 과장은 30대 중반에 결혼해 40이 가까운 나이에 첫 아이를 가졌습니다.

힘들게 아이를 가진 만큼 아내가 잘 키울 것이라 믿었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아내는 유난히 육아를 힘들어했습니다.

자신의 퇴근만 기다리는 아내.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오면 아내는 잠깐 바람을 쐬러 간다며 집을 나섭니다.

아직 씻지도 않은 아이, 텅 빈 식탁. 김 과장은 이제는 견디기 힘듭니다.

 

결혼이 늦어지면서 유치원생 자녀를 둔 40대 부부를 흔히 보게 됩니다.

이미 중년에 접어들었지만 사회는 이들에게 30대 부부의 역할을 강조합니다.

 

사진_픽셀

 

아내의 손에 이끌려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은 남편의 이야기는 대강 이렇습니다.

 

• 남편

남편은 아내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합니다.

집에 있으면 아이를 돌보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 합니다. 남편이 들어오면 따뜻한 밥을 차려줘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요.

아내를 안 도와주는 것은 아니라 합니다. '바깥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할 만큼 하고 있다.' 그는 그렇게 주장합니다.

 

• 아내

그녀는 남편이 밉습니다.

들어오자마자 식사를 요구하는 남편을 보면 마치 자신이 하녀가 된 기분이 듭니다.

아빠와 지내는 시간이 많지 않다 보니 자녀는 내게만 다가옵니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로 제대로 잠을 잔 적이 없습니다.

1년 전부터 낮에 혼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혼자가 되고 싶습니다.

 

모든 부부 문제가 그러듯 어느 쪽 하나 틀린 말이 없습니다.

이 치료가 마지막 희망이라 생각하고 방문했다지만 실상은 충분한 치료를 받을 정도로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습니다.

저는 위기를 겪고 있는 부부, 하지만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부부에게 제 환자의 이야기를 종종 전합니다.

 

어릴 적 아픔을 안고 있는 여자 환자였습니다. 전 치료를 종결할 때 종종 인생의 목표가 무엇인지 묻습니다.

"앞으로 인생의 목표가 뭔가요?"

이 질문에 많이 나오는 답이 있습니다.

 

"이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건강이 최고죠."

"일단 돈이 많아야 하지 않을까요. 행복도 그래야 따라오죠."

 

그런데 그날 그녀의 답은 정말 의외였습니다.

"선생님, 전 이 상처를 다 극복하고 지금 배 속에 있는 아이는 저처럼 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제 남편은 좀 이상해요.

저희 남편은 뭔가 계획을 물어보면, '난 우리 가족이….' 이렇게 말을 시작해요. 심지어 저녁을 먹을 때도 '우리 가족, 오늘은 이게 어떨까?' 이런 식이죠.

그런 남편을 보면 제가 너무 미안해져요. 정말 남편에게 잘 해주고 싶어요. 제가 가진 상처가 이 사람에게 전달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치료를 시작했거든요."

 

사진_픽사베이

 

이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눈시울이 붉어졌죠. 그녀의 남편에겐 특별한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표현을 한다’는 것이죠. 모두 정신치료에 있어서 이 요소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요.

다른 하나는 ‘가족이란 주어의 사용’입니다. 전 부부치료를 할 때 이 방법을 자주 사용합니다. 문장마다 주어를 분명하게 하는 훈련이죠.

 

‘내일 외식할까?’ 대신 ‘우리 가족 내일 외식할까?’

‘고생했어. 오늘.’ 대신 ‘당신 고생했어. 오늘.’

‘미안해.’ 대신 ‘내가 미안해.’

 

다들 화목한 가정을 꿈꿉니다.

하지만, 중년, 쉽게 지칠 수 있는 나이입니다.

결혼, 서로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절대 행복할 수 없는 관계입니다.

오늘 서로에게 '우리 가족'이란 주어를 사용해 한 마디씩 건네는 것은 어떨까요?

 

 

홍종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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