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재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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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마음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음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정신과적 주제와 관련된 TV 프로그램, 유튜브 채널 등이 많아진 영향이 적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성격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리고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질문들을 종종 마주합니다. 이러한 관심이 20, 30대 성인의 새로운 문화가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관심이 가는 점은, 상당수의 젊은 성인들이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어려움의 원인을 성장 환경에서 찾고 있다는 것입니다. 소심하거나, 권위적인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혹시 자신이 고압적인 태도의 아버지 아래에서 자랐기 때문이 아니었을지를 묻습니다.

이성 친구를 만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화목하지 못한 가정환경을 보면서 자랐기 때문에 자신이 그렇게 되었을 것이라고 여깁니다. 평소에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은 어머니가 항상 안달복달하면서 자신을 통제하려고 해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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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정말일까요? 듣고 보면 일리가 있습니다. 성장 환경은 사람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니까요. 부모님으로 대표되는 성장 환경이 남긴 다양한 흔적들을 들자면 수도 없을 것입니다. 여기에 답하기 위해서, 존경하는 은사님께서 즐겨 말씀하셨던 비유를 하나 들어 보려 합니다.

“향단이가 길을 걷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무릎이 까졌지만 털고 일어나서 다시 가던 길을 갔습니다. 심청이가 길을 걷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멍이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다시 가던 길을 갔습니다. 이번에는 춘향이가 길을 걷다가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졌는데, 다리가 부러졌습니다. 그러면, 춘향이의 다리가 부러진 것은 돌부리 때문입니까?”

​스트레스를 겪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무런 불행 없이 마냥 행복하기만 한 삶 역시 존재하지 않습니다. 완벽한 성장 환경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족은 이상적인 공동체가 아니라, 부정적인 것을 포함해 다양한 감정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어딘가 부족한 점이 있는 공동체입니다.

이러한 다양한 감정적 상호작용은 나라는 사람의 기질적인 특성과 상호작용해 다양한 결과(성격, 습관, 가치관)를 만들어 냅니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것처럼 성장 환경이 백지 상태의 어린아이에게 그림을 그려 내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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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환경이 정말로 어떠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정말로 누군가의 성장을 저해할 만큼의 신체적, 감정적인 폭력들이 행해지는 가정이 적지 않으며, 이런 경우에는 가해자인 부모의 잘못으로 인해 자녀의 성격에, 삶에 많은 왜곡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 어딘가 부족한 점이 여러 군데 있는 그런 일반적인 가정이었다면,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의 원인을 내가 자란 환경으로 돌려 버리는 것은 그리 건강하지 않은 일입니다.

다른 사람의 탓을 하는 것은 나의 문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비교적 쉬운 방법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들은 나 자신을 돌아보고 궁극적으로 더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를 가로막습니다.

김재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으뜸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인턴,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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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글 덕분에 제 마음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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