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여러분은 딩크족에 대해 아시나요? 딩크족이란,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영위하면서도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를 일컫는 말입니다. 예전에는 생소한 개념이었던 이 가족 형태가 가족이나 가까운 이웃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세계 출산율 최저 국가, 바로 남의 나라가 아닌 우리나라의 이야기입니다. 비혼이 증가하는 추세는 물론이고,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결혼도, 아이도 그야말로 선택인 시대가 되었습니다.

‘2021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합계출산율이 0.81명으로 OECD 국가 중에서 압도적으로 꼴지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사진_ freepik
사진_ freepik

그렇다면 이렇듯 해마다 딩크족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부부마다 그 사연과 이유는 다양할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많은 부부들이 딩크족을 선택하는 가장 큰 몇 가지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1. 육아를 위한 비용이 부담스럽다

경제적인 이유로 딩크를 선택하는 부부들도 있습니다. 요즘은 한 아이를 온전히 키워 내는 데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것이 현실입니다. “아이들은 자기가 먹을 것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말은 옛말이 되어 버렸을 만큼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시간과 정성, 비용이 만만찮습니다.

 

2. 아이를 키우기 힘든 사회적 여건과 현실

비단 경제적인 부분만이 이유는 아닙니다. 행복과는 거리가 먼 교육 환경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며 자라 온 지금의 부모 세대들이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 격차와 오염되는 환경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이 딩크를 결심하게 한 주요한 이유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또 맞벌이 부부가 많은 요즘의 상황에서 육아에 대한 현실적인 어려움도 많습니다. 

 

3. 부모가 아닌 부부의 삶을 선택한 이들

한 생명을 온전한 인격체인 성인으로 길러내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정성, 부모로서의 책임과 인내가 필요합니다. 육아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부모가 되어 보신 분이라면 알 것입니다. 물론, 아이가 태어남으로써 얻게 되는 행복은 세상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많은 희생과 수고가 수반되는 부모라는 무거운 어깨 대신 자신들의 삶에 집중하기로 결심한 부부들이 딩크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4. 좋은 부모가 될 자신이 없어요

반대로 부부 중심의 삶을 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되어 줄 자신이 없어서 딩크를 선택하는 부부들도 있습니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깊은 상처를 받았다거나 개인의 내면적인 부분에서 미성숙하다고 생각될 경우에도 부모라는 역할에 대해 회의적일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무수히 개인적이거나 사회적인 이유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인생은 모두 각자의 것이듯, 딩크를 선택하는 것 역시 부부의 몫입니다. 문제는 결혼 전 딩크 부부로 살 것을 합의한 부부더라도 결혼 후 생각이 바뀌어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입니다. 또는 양가 부모의 출산 독촉이나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상처가 되는 말들 때문에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만약 결혼 전 부부가 딩크를 결정하거나 출산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알지 못한 채 부부가 되었는데, 이후에 출산에 대한 서로의 입장이 다른 경우 부부 생활에 큰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부부에게 출산이란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출산에 관산 양쪽 부부의 입장차가 팽팽하게 엇갈리는 경우에 부부는 어떻게 문제를 풀어 나가야 좋을까요?

사진_ freepik
사진_ freepik

이마고 부부관계치료를 개발한 하빌 헨드릭스(Harville Hendrix) 박사와 그의 아내인 헬렌 헌트(Helen L. Hunt)는 각자의 어린 시절의 미해결 과제의 치유를 통해 부부관계에 대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고자 했습니다. 이 치료 모델을 실제의 부부가 개발했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이 모델에서는 부부의 문제를 ‘연결의 단절’로 보고 있습니다. 인간에게는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욕구가 있는데, 이 같은 욕구가 어린 시절에 충족되지 못했을 때 그것이 무의식에 잠재되어 성인이 되었을 때 부부관계 안에서 방어기제로 작동함으로써 문제를 확대시킨다는 것입니다. 출산이라는 쟁점을 두고 대립되는 부부의 의견은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거나 공감하기보다는 자기의 주장만 고집할 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마고 부부치료의 핵심은, 서로의 말을 번갈아 가면서 들어 주고, 상대방의 말에 반응해 주는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 거울 반영하기: 이것은 상대방을 파괴하거나 비판해서 바꾸려 하지 않고 그저 상대가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당신은 여전히 아이를 갖고 싶지 않다는 거지?”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 인정하기인정한다는 것은 상대의 말을 이해했다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는 상대가 왜 그런 생각을 갖게 되고,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알게 됩니다. “아이를 갖게 되면, 지금 당신이 하는 일과 육아를 동시에 잘 해낼 자신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듣고 보니 이해가 되네.”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 공감하기: 이는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기 위해 상대방의 감정과 자신의 감정을 연결하려는 시도입니다. “내가 당신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여성으로서 출산을 결심하는 일은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겠어.”라고 공감해 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마고 부부치료의 효과는 임상 사례를 통해 대단히 크다고 확인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존의 다른 치료법의 성공률이 20~40%라면, 이 치료법은 80~90%의 부부가 성공적으로 치료받았다고 합니다. 

 

“부부 사이에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애 없이 어떻게 살려고?”

“요즘 젊은 사람들, 참 이기적이야!”

 

부부가 딩크를 선택할 때는 수많은 고민과 합의점을 찾은 후에야 이르게 된 결론일 것입니다. 결코 한순간에 쉽게 한 선택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러한 중차대한 결정을 한 부부에게는 또다시 넘어야 할 산이 있습니다. 바로 주위의 의심스러운 눈초리와 비수를 꽂는 말들입니다. 

남들과 비슷한 인생의 경로를 걷지 않는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닙니다. 결혼이 성립되는 데 필수 조건은 부부입니다. 부부가 중심을 잃지 않고 자신들의 생각과 방식대로 살아가려는 모습에 차가운 시선 대신 따뜻한 격려를 보내 주세요. 상처가 되는 말 대신 힘이 되는 응원의 말을 들려주세요. 이것이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결정을 내린 한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입니다.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전형진 원장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전공의 수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전문의 홈 가기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