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온안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너무 힘들 때나 우울할 때, 일이 복잡하고 현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그냥 생각 자체를 포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오랜 기간 우울증을 겪으며 거의 집에만 있고 운동도 하지 않고 지내다보니 머리가 나빠진 것 같아요. 예전에 비해서 사고력이나 기억력이 감퇴한 것을 느낍니다.

이건 회복이 불가능한가요? 사고력이나 기억력, 추상력 같은 것들을 향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건강한 두뇌를 만드는 방법이나 지능을 올리는 방법 같은 게 있을까요?

 

그리고 오른쪽 뇌 안쪽에 통증이 조금 느껴집니다.

2년 전인가 1년 전에도 같은 부위에 통증을 느껴서 뇌 CT를 찍어봤는데 아무 이상 없었습니다.

오늘도 머리가 아파서 두통약을 먹으니 조금은 괜찮아졌습니다.

정말 아무 문제가 없는 건가요? 왜 이런 걸까요?

사진_픽셀

 

A) 안녕하세요. 머리가 나빠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고민이 많으시군요.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울증이 심할 때는 실제로 인지기능이 감퇴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주로 노인 환자들한테서 많이 보이는 증상이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우울증은 '정신운동지체'라고 불리는 신체적, 정신적, 인지적 기능의 저하를 일으키는 증상을 핵심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심한 우울감은 기억력이나 사고력 판단력, 계산력 등의 감퇴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치매가 생길 수 있는 고령에서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에는 치매와 혼동될 수 있기 때문에 '가성치매'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질문자님께서도 "그냥 생각 자체를 포기하고 싶습니다"라고 말씀하셨는데 바로 그러한 점이 우울증에서 동반되는 정신운동지체로 인한 지적기능 저하의 가장 큰 특징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 뇌세포에 문제가 생겨 심각한 뇌 자체의 문제로 지능이 떨어지는 것과는 다르게 머리를 굴릴만한 에너지가 떨어져서 지적기능이 떨어지는 것처럼 나타난다는 것이지요.

물론 환자 본인에게는 '정말로 머리가 나빠진 것 같은', '정말로 머리가 안 굴러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겠지만 우울증으로 인한 정신운동지체는 객관적으로 관찰하였을 때에, 사고 작업에 대한 의지와 에너지의 결여가 더욱 두드러지곤 합니다.

 

이러한 정신운동지체가 특히나 심한 우울증의 경우에는 "멜랑콜리아"라는 아형으로 따로 분류되어 진단하기도 합니다.

질문자님이 우울증의 멜랑콜리아 아형에 해당하는 증상들을 모두 가지고 계신지, 또 그만큼 심각한 상태인지는 질문글만으로 쉽게 파악할 수 없으나, 멜랑콜리아 우울증을 갖고 있는 분들의 경우에는 실제로 정말 사소한 일에도 큰 노력이 필요할 정도로 극도의 피로감을 보이고 심각한 경우에는 아예 마비에 이르기도 합니다.

"시간이 멈춘 것 같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다"라는 표현을 하기도 하시지요.

 

사진_픽사베이

 

그렇지만 치매,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같은 노인 퇴행성 질환과는 다르게 우울증에 의한 사고력 저하는 우울증 자체를 치료함에 따라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질문자님께서도 오랜 기간 우울증을 앓고 계시고, 아직 남은 증상 때문에 불편감을 겪고 계신다면 인지기능 저하에 대해 과도하게 불안해하고 낙담하시기보다는 우선 우울증의 치료에 조금 더 집중해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욱이 최근에는 항우울제 중에서도 인지기능의 개선에 초점을 맞춘 신약도 출시가 되어 있긴 합니다.

 

덧붙여, 뇌 안쪽에서 통증이 느껴지신다고도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사실 대부분의 두통이 뇌 안쪽의 문제로 발생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더군다나 CT를 찍어보았는데도 이상이 없다고 한다면 더욱 그러하고요.

뇌 자체에는 통증을 감지할 수 있는 기관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통증은 뇌를 둘러싸고 있는 뇌 막이나 두개골 바깥의 근육, 피부에서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곳에서 발생하는 통증도 주관적으로는 "두개골 안, 뇌가 아픈 것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그래서 근육 때문에 생긴 긴장성 두통이라는 의사의 진단에도 쉽게 납득하시지 못하는 환자분들도 계시지요.

그렇지만 질문자님께서는 CT검사에서도 큰 이상이 없다고 하시고, 두통약에 호전되는 양상을 보이신다니 과도한 스트레스, 우울감으로 인해 머리 쪽으로 이어져 있는 목 근육이나 머리를 감싸고 있는 근육이 지속적으로 긴장되어 발생하는 긴장성두통의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실제로 우울증에 가장 흔하게 동반되는 두통이 긴장성 두통이기도 하고요.

보통 긴장성 두통은 일시적이며 근이완제나 진통제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고, 스트레스 원인이나 우울장애가 해결되면 같이 호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과도하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쪼록 쾌유를 빌겠습니다.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온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공의
한양대학교병원 외래교수
저서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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