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라엘마음병원 원장 이희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제가 다니고 있는 직장에 입사한 지 한참 오래된 선임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제가 실수라도 하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저를 말로 아프게 합니다.

그리고 저는 다른 사람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많은 상처를 받는 성격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기다렸다는 듯이 제가 실수를 하면 꼭 한 마디씩 합니다. 그것도 참 기분 나쁘게.

저보다 훨씬 선임인데다 일도 꽤나 잘하고 나름 평판도 좋은 편이라 대꾸를 할 수도 없습니다. 

다른 직원들에게 상담해보면 네가 후임이니 참으라는 말이 아닌, 애도 아니고 뭘 또 그런 걸 얘기하냐는 식으로 무시합니다. 그러면 저는 또 한 번 상처를 받게 됩니다.

그렇다고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제가 이런 것도 못 버티고 나가는 것은 제 자신에게 너무 자존심이 상합니다. 어렵게 들어온 직장이기도 하고요.

제가 이 소심한 성격을 조금이라도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사진_픽사베이

 

A) 안녕하세요. 성격적인 부분을 말씀 주셨는데, 성격적인 부분에 관한 해결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말씀하신 것처럼 성격을 바꾸어 나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성격을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최소 20~30년간 쌓여온 경험에 의해 형성된 성격은 바꾸고자 한다고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지금까지 살아왔던 기간만큼이나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고, 어쩌면 지금 선임에게 매일 아픈 한 마디를 듣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일 수도 있습니다.

성격을 바꾸는 게 이렇게 힘들다면 두 번째 방법은 무엇일까요?

 

두 번째 방법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그리고 또한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자주 하는 이야기일 겁니다. 자신의 성격을 받아들이는 겁니다.

'성격을 받아들인다'라는 말은 '그냥 성격대로 살아'라는 말이 아닙니다.

 

성격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1. 본인이 본인 자신의 성격을 구체적으로 정확히 알고

-어떻게 이런 성격이 형성됐는지, 이런 성격은 어떤 경향이 있는지, 이런 성격 때문에 앞으로 생겨날 일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자신의 성격 때문에 일을 하는데 어떤 스트레스 상황들이 발생할지, 자신의 성격 때문에 사람들하고 관계에서 어떤 일이 생길지 등-

2. 자신의 성격 때문에 나타난 그 결과까지도 ‘좋다, 싫다’ 판단하지 않고 오롯이 스스로가 책임지는 것입니다.

사진_픽셀

 

1, 2번의 과정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다 보면, 자신의 성격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성격을 받아들이게 되면, 자신의 성격을 미워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성격을 싫어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어린 선임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비판을 해도 상처를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뭘 또 그런 걸 얘기하냐?’는 식의 이야기를 들어도 상처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직장에서 1년도 못 버티고 나가도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성격을 소심하다고 평가하지도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말과 행동들이 상처가 되는 이유는, 이런 모습들을 스스로도 용납하지 못하는 생각이 우리의 마음속 깊은 곳에 깔려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성격을 온전히 받아들이게 되면, 다음으로는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성격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상대방의 성격 역시 위의 경우처럼 받아들여지면 상대방을 미워하고 싫어하는 마음 역시 많이 줄어들고, 갈등과 스트레스 역시 많이 줄어들 것입니다.

 

일단 질문자님께서는 자신의 성격이 어떤지, 또한 현재 상황이 어떤지 등에 관해서 상당히 객관화해서 잘 파악하는 능력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은 훌륭한 장점입니다.

이러한 능력은 기본적으로 1번 과정을 수행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1번 과정만 진행이 되더라도 스트레스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자신의 현재 모습들을 스스로가 책임지려는 자세도 훌륭한 장점이고요.

받아들이는 것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합니다만, 성격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쪽으로 설정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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