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저는 사람들 앞에서는 제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요. 특히 부정적인 이야기나 감정을 드러내기가 힘듭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기분 나쁜 말을 하거나, 부당하게 대할 때 화를 내고 내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게 되질 않아요. 무엇인가가 저를 가로막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내 감정을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놀랄 것 같고, 이상하게 볼 것 같은 기분도 들고요.

요즘 많은 상황에서 이런 문제들이 반복되고 있다고 느낍니다. 가족, 친구, 회사에서도 같은 문제가 똑같이 생겨요.

어릴 때는 몰랐는데,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 앞에 설 기회도 많고, 만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점점 더 이런 문제가 나타나는 것 같아요. 이제 이런 부분이 제 성격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성격은 바뀌기 힘들다는데, 더 좌절이 큽니다.

변화하고 싶은데 변하지를 않고, 도무지 무엇 때문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요. 저도 제 감정을 올바르게 표현하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네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도와주세요.

 

사진_픽셀

 

A) 질문자님의 답답한 심정이 글에서 그대로 느껴집니다. 참 안타깝습니다. 힘내시길 바랍니다.

스스로에게 먼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나는 왜 내 감정을 표현하지 못할까?’, ‘나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대개 이런 질문의 해답은 외부에 있기보다는 내 마음에 있는 경우가 많지요.

 

결국 여러 상황에서도 동일하게 위축된 반응과 반복된 문제가 나타난다는 말은,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소 왜곡된 상태로 고정되어 있고,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될 것 같습니다.

나와 세상과 미래를 바라보는 눈을 ‘스키마(schema)’라 합니다. 스키마는 타고난 유전적 기질의 바탕 위에, 성장 과정의 경험이 덧씌워지면서 만들어집니다. 일종의 성격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요.

아마 질문자님께서 타인을 대할 때 내면을 잘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는,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되어온 나의 관점이 현 상황에 대한 왜곡된 생각을 만들어내고, 이로 인해 왜곡된 감정과 행동이 나타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자신의 과거와 마음을 들여다보는 연습입니다.

성장 과정의 경험을 거슬러 올라가며 반추하는 것은 괴로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왜 감정표현을 어려워하는지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 증상 극복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자신을 괴롭히는 증상의 뿌리를 찾는 일은, 나를 가로막고 있는 희뿌연 안개를 조금씩 벗어나는 과정입니다. 안개가 걷히면, 비로소 우리가 가야 할 길의 이정표가 드러나게 됩니다. 왜곡된 생각들 또한 살펴보며 가다듬어야 하겠죠.

 

사진_픽셀

 

안갯속에서 드디어 길을 찾았다면 다음에 해야 할 것은, 내 안의 건강한 부분을 조금씩 키워주는 일입니다. 마라톤을 준비할 때도 한 번에 수십 킬로미터를 뛰지는 않잖아요. 현재 자신의 삶에 반복되는 문제가 있는 반면에, 건강한 삶을 영위하도록 도와주는 부분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목표를 향해 조금씩 연습을 하면서 ‘마음 안의 근육’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감정 표현 또한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향상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억눌린 감정을 가까운 이들에게 조금씩 풀어보시고, 피드백도 받아보세요. 익숙해지면 차츰 안부인사와 같은 작은 것들부터 타인과 나누기 시작하는 겁니다.

매일 향상된 부분과 감정 표현을 통해 알게 된 것, 느낀 것을 매일 기록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혼자 힘으로 해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마음을 털어놓고 공유할 수 있는 가까운 지인이나 가족, 더 나아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겠습니다. 질문자님의 고민에 부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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