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불안의학회 이경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나는 걱정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요"

 

외래 진료를 하다 보면 걱정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고 호소하는 환자를 흔하게 만나게 된다. 불안한 생각이 지속적으로 나고 잊으려고 해도 잊히지가 않는다면서 불안해한다.

가슴이 두근거려서 심장에 무슨 병이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심장내과를 찾아 이것저것 검사 후 이상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안심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또, 숨이 좀 차거나 몸의 어디가 아프기라도 하면 폐에 이상이 있는 게 아닌가, 몸에 암이라도 있는 게 아닌가 걱정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심지어 몸에 병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몸 상태가 조금만 변해도 불안이 생기고 마음에서 걱정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스스로의 상태가 병이라면서, 이 병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불안해하며 힘들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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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의 본질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불안과 걱정의 경우도 이러한 불안이라는 현상에 대해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개 불안증을 겪는 환자는 불안을 없애고 피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불안한 상태 자체가 불편하고 견디기 힘든 상태기 때문에 벗어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마음이다. 그러나, 불안을 느끼는 것은 개인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경험하는 정상적인 현상이라는 것을 우선 이해할 필요가 있다.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뇌에서 공포 회로가 활성화되고, 그 결과 심장이 두근거리고, 숨이 차고, 손에 땀이 나고, 입이 마르는 등 불안이 몸으로 표현된다. (불안의 신체적 반응)

또한, 불안한 상태를 조절하지 못하고 정신을 잃게 될 거라거나,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계속 걱정을 한다. (불안의 심리적 반응)

반대로 생각해보면, 심장이 두근거릴 경우 '아, 내 몸으로 불안이 표현되는구나'하고 이해하면 된다. 전에는 심장이 두근거리면 '내 심장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하고 오해했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불안의 신체적 반응이라는 것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계단을 올라가거나 빨리 걸을 때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면, 이것은 '운동을 하니 심장이 피를 빨리 보내는 자기 역할을 잘 하고 있구나'하고 정확히 이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불안한 사람들은 자신의 신체 반응에 민감하고 그것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불안의 신체적 심리적 반응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통해 부정적 해석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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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조하고 싶은 또 다른 점은, 불안은 아이러니하게도 없애고 피하려고 하는 노력에 집중할수록 오히려 더 커지고 지속된다는 점이다.

기분이 좋다거나, 불안하거나 무섭거나 하는 특정한 정서상태는 순간적으로 생겼다가 일시적으로 지속된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기분 좋으려고 노력한다고 기분이 계속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불안 같은 부정적 정서 상태도 계속 불안하려고 노력한다고 지속되지는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반대로, 부정적 정서 상태를 없애려고 하면, 오히려 그 부정적 정서 상태에 주의를 집중하게 되어 부정적 정서상태가 지속된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부정적 생각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걱정이 많은 사람들은 걱정 위에 걱정을 계속 쌓는다. 쉽게 말하면, 생각의 고리에 갇혀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불안한 생각을 버리려고 계속 애를 쓴다. '내 심장에 무슨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걱정을 하지 말아야지'하고 여전히 걱정하는 생각에 매달려 있게 된다. 감정과 마찬가지로 생각도 그 생각을 억누르려고 할수록 더 의식에 매어있게 되므로, 고통이 지속된다.

'고통은 저항할수록 더 커진다'라는 말이 있다. 불안의 신체적, 정신적 반응 자체로도 우리는 이미 힘겨움을 경험한다. 거기에 그러한 불편함을 없애버리려 하는(저항하는) 노력이 고통을 더 증가시키는 역설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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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는 우리의 불안을 바라보는 '우리 자신의 마음의 태도'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불안한 감정은 없애야 할 어떤 것이라는 마음의 태도에서 불안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하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것이라는 정확한 이해에 바탕을 둔 마음의 태도가 필요하다.

또한, 걱정하는 것은 생각 중의 하나이며, 생각이라는 것은 잠시 일어났다 사라지는 하나의 심리현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이해하는 마음의 태도를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다.

즉, 좋은 생각이든 나쁜 생각이든 내 뇌의 활동의 결과로 생기는 하나의 정신적 현상이며, 걱정도 마찬가지로 뇌의 활동의 결과로 생기는 정상적 현상이므로, 그것과 다투지 않는 마음의 태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내버려두고 그냥 바라보면' 불안한 감정과 생각 모두 스스로 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새로운 마음의 태도를 가지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마음의 태도는 습관과 같아서 정신을 차리고 알아채지 않으면 이전에 오해를 지속해 왔던 습관적 역기능적 태도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제 불안한 생각과 감정을 바라보는 나 자신의 새로운 마음의 태도를 확립함으로써 불안을 이겨내고 편안한 삶을 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대한불안의학회

대한불안의학회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소속 전문학회로, 공황장애, 강박장애, 사회불안장애, 범불안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 다양한 불안 및 스트레스 관련 질환에 대한 연구, 교육 및 의학적 진료 모델 구축의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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