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불안의학회 서호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불안이란, 친숙하지 않은 환경 혹은 위협적인 환경에 대응하고자 할 때 생물이라면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기본적인 경고 반응이다. 특히 시험을 앞두고 있다든지, 맞선, 첫 데이트, 연주, 발표 등을 앞두면 누구나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별로 불안을 유발할 상황이 아닌데도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불안감이 크다거나,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상황일지라도 너무 극심하게 불안감을 느낄 때는 불안장애 등의 정신 건강에 대하여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불안을 느끼게 되면 인간은 여러 신체 증상이 나타난다.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계가 항진이 되어 나타나는 현상들, 즉 심장이 마구 뛰거나 땀이 나고 호흡이 가빠지고, 근육이 긴장되고 손발이 저리고 속이 메스꺼워지고, 더 나아가 어지러워 곧 쓰러질 것 같은 느낌 등의 여러 신체 반응이 나타난다. 이는 동물이 외부 위협을 받았을 때 그 개체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방어 기전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원시인이 길을 가다가 사자를 맞닥뜨렸을 때를 가정해보자. 이때 사자와 맞서 싸우든 도망가든, 인간의 근육에는 평소보다 많은 산소와 혈액이 필요하게 되고, 이를 위해 심박동이 빨라지고 혈압이 올라가며 호흡이 빨라져야 할 것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말초신경계 혹은 소화기관에는 혈액 공급이 적어져, 저린 증상이나 속이 메스꺼워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사진_픽사베이

35세의 회사원 K씨는 6개월 전 버스를 타고 퇴근하던 중, 갑자기 심장이 쿵쾅거리며 숨이 막힐 것 같고 머리가 어지럽고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주위가 낯선 것처럼 느껴지며 이러다가 곧 실신하여 죽을 것 같은 공포심을 느꼈다. 다음 정류장에 다다르자 K씨는 허겁지겁 버스에서 내려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갔다.

심장 검사, 폐 엑스레이, 혈액 검사 등을 하였지만 아무런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다. K씨가 응급실에 도착한 후 위의 증상들은 감쪽같이 사라졌고, 담당의사는 별 문제없어 보이나 내일 내과 외래에 방문하여 한번 정밀 검사를 받아보라는 말을 하며 예약을 해주었다.

다음날 내과에서 여러 가지 추가적인 검사를 하였으나, 내과 의사는 별 문제없다며, 신경성인 것 같으니 맘 편히 가지고 생활하라는 말만 하였다. 안심이 된 K씨는 이전처럼 생활하며 별문제 없이 지내었다.

그러나 2주 후 버스를 타고 출근하던 K씨는 위와 같은 증상을 또 경험하였고, 이번에는 미칠 것 같은 느낌도 들며 온몸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 이제 K씨는 버스를 탈 수 없었다. 버스만 타면 위와 같은 증상들이 나타나기 때문이었다.

K씨는 더 이상 회사에 나갈 수가 없었고 더 이상 사회생활을 못할 것 같았다. 사람 많은 곳을 회피하게 되어, 영화를 좋아하던 K씨는 영화관에는 가지도 못했고 즐기던 사우나에도 가지 못하게 되었다.

혼자 있는 것이 점차 두려워 바깥에 나갈 때도 부인과 함께 나가야 마음이 편했다. K씨의 생활은 점차 황폐해졌고 우울해지면서 죽음을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위에 기술된 K씨는 전형적인 ‘공황장애’ 환자이다. 다행히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게 되어 약물 치료 및 인지행동치료를 받고 지금은 회사도 잘 다니며 예전과 같은 삶을 누리고 있다.

 

공황장애란 갑작스럽게 아무런 이유도 없이 무서운 공포와 불안이 밀려오는 증상이 반복되며 다시 또 이런 공포와 불안이 올까 두려워하고 이런 일이 있었던 장소나 상황을 피하는 일이 생기게 되는 질환이다. 보통 이때는 어지러워 곧 쓰러질 것 같고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이 마구 뛰거나 땀이 나고 속이 메스꺼워지고 곧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끼게 된다.

위에서 언급한, 생체가 외부 위협을 받았을 때 그 개체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방어 기전으로 나타나는 신체 증상과 같은 현상이 벌어지게 되는데, 이런 현상이 별로 불안을 야기하는 일 없이도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는 매우 큰 공포감을 느끼는 것이다.

따라서 공황 장애 환자는 이런 신체 증상의 특성으로 인해 여러 과의 진료를 거치게 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환자들을 초기에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으면 우울증이나 건강염려증 등의 결과에 이르게 된다.

 

사진_픽사베이

공황장애의 원인은 뇌에 있는 불안과 관련된 ‘청반핵’이란 조직에서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우리 몸에 호르몬이 있어 신체생리적인 균형을 이루듯이, 뇌의 호르몬, 즉 신경전달물질이라는 것이 뇌의 기능이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데, 이들의 균형이 깨져 신경전달이 방해를 받게 되면 공황장애가 오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약물치료를 통해 이들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이루도록 작용함으로써 공황장애가 치료되는 것이다. 약물치료 단독으로 70% 이상의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약물 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면 90% 이상에서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공황장애 인지행동치료란, 공황 발작과 관련되어 나타나는 비합리적이고 문제가 되는 왜곡된 사고방식을 교정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위의 K씨에게서 나타나는 회피 행동, 즉 ‘도망가려는 행동’을 ‘도전하게’ 도와주는 행동치료를 병행하는 치료로, 많은 공황장애 환자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치료 기법이다.

 

공황장애 환자의 치료에서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 등의 정신치료와의 병용치료의 중요성이 점증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실제 임상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치료지침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 같은 필요에 의해 대한불안의학회의 후원으로 한국형 공황장애 치료지침서 개발위원회가 구성되어 ‘2018 한국형 공황장애 치료지침서’가 개발되어 최근 발표되었다.

 

- 두렵다고 도망갈(flight) 것인가, 아니면 도전할(fight) 것인가? 

 

 

* 대한불안의학회

대한불안의학회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소속 전문학회로, 공황장애, 강박장애, 사회불안장애, 범불안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 다양한 불안 및 스트레스 관련 질환에 대한 연구, 교육 및 의학적 진료 모델 구축의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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