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불안의학회 신영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일상의 '리듬'을 유지하라>

 

사진_픽셀

 

의문이 생긴다. 정말 공황장애는 유독 연예인들에게 많은 걸까? 물론 통계적으로는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몇몇 유명 연예인들이 자기 고백을 하다 보니 착시현상으로 많아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찌 되었건 공황장애가 꽤 흔한 질병이고 치료만 잘하면 별문제 없이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홍보는 충분히 된 셈이다. 

일단 연예인들에게 많다는 가정을 해 본다면 분명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연예인들이 특별히 스트레스가 더 많으니 공황장애가 흔한 것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장래가 확실한 직업도 아니고 대중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으니 늘 긴장된 생활이라 불안이 높을 수도 있다. 그러나 스트레스보다는 일상의 리듬이 깨어지는 게 더 큰 이유일 수도 있다. 불규칙한 수면, 과도한 다이어트, 과로, 지나친 음주, 모두 불안과 연관이 많다. 

 

문제는 일상의 리듬이다. 잘 잤어요? 식사는요? 낮에는 뭐 했어요? 환자분들이 오면 늘 물어보는 질문이다. 왜 선생님은 매번 똑같은 질문을 하세요? 이렇게 항의하는 분들도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 먹고, 자고, 움직이고,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일상의 리듬을 물어보는 것이다. 이게 잘 안되면 약도 별 소용이 없는 경우가 많다. 

 

공황장애는 일종의 급성불안발작이다. 별 이유도 없다. 멀쩡하게 지하철을 잘 타고 가다가 갑자기 숨이 막히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꼭 쓰러질 것 같은 불안이 엄습해온다. 이러다가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닐까, 순간적으로 공포가 몰려오면 걷잡을 수 없는 불안의 나락으로 빠져든다. 숨이 안 쉬어지는 것 같으니 억지로 숨을 몰아 쉬어 보지만 깊이 있는 호흡이 될 수가 없다. 오히려 사태는 점점 더 악화될 뿐이다. 응급실에서 이 검사 저 검사를 다 해보지만 별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 분명히 심장이나 폐에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아무 병이 없다니 답답할 뿐이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어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경우에 공황장애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 

요즘은 워낙 잘 알려진 병이라 비교적 병원을 빨리 찾고 진단이 빨리 되는 편이다. 특별히 동반된 다른 질병이 있거나, 병이 너무 오래되어서 외출을 피할 정도로 회피 행동이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치료도 그리 어렵지는 않다. 

 

사진_픽셀

 

스트레스를 받으면 불안이 높아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도둑을 만나면 불안이 올라가는 건 생리적인 현상이 아닌가? 문제는 꼭 외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때만 불안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이 수면이다. 예전에는 장례식장에서 밤을 새우고 다음 날 공황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지나치게 피곤한 것도 사람을 예민하게 만든다. 가끔은 격한 운동을 한 후에 불안 증상이 오는 사람들도 있다. 너무 피곤해지면 세포들이 각성이 되고 안정을 얻는 데 시간이 걸린다. 운동이 몸에 좋은 것이야 말할 필요도 없지만 가끔은 지나치면 불안에는 좋지 않다는 뜻이다. 

탄수화물이 뚝 떨어지는 것도 불안을 일으키는 데 일조를 한다. 두어 끼 굶어보면 느낌이 온다. 다리도 후들후들 떨리고, 이게 마치 불안 증상과 유사하다. 지나친 다이어트도 문제다. 다이어트 약물 가운데 불안이나 정신적 문제를 일으키는 약물도 많다. 탄수화물이 지나치게 떨어지면 정서가 안정이 안되고 불안이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다이어트로 인해 젊은 여자 환자들이 급성불안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늘어나는 이유다. 지나친 카페인의 섭취도 불안, 공황장애와 연관이 깊다. 좋아하는 경우라면 대개 한두 잔은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지만 카페인에 아주 예민한 사람들은 줄이는 게 현명하다. 카페인이 교감신경을 흥분시키기 때문에 지나치면 불안이 올라가고 수면에도 지장을 준다. 

불규칙한 수면과 지나친 피로, 심한 다이어트, 과도한 카페인의 섭취, 불안을 일으키는 주범들이다. 그러나 이 친구들보다 더 강력한 유발인자가 있다. 바로 술이다. 불안한 사람들이 가끔 의존하는 게 술이다. 술을 마시면 놀랍게도 불안이 줄어든다고 우긴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 술을 마시면 일시적으로 불안과 긴장이 줄어드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적당한 술은 인간관계의 윤활유 구실을 한다. 문제는 술기운이 떨어지면 원래의 불안보다 더 큰 불안을 경험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또 마실 수밖에 없다. 심리적인 의존이 생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 그리 만만하지는 않은 것 같다. 살다 보면 불안할 때도 있고 때로는 불안에 압도당해 중심을 잃을 수도 있다. 몸도 마음도 지쳐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우선 자신의 일상 리듬에 관심을 가지는 게 좋겠다. 이게 잘 안된다면 당연히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건강한 사람의 자세다.

 

 

대한불안의학회

대한불안의학회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소속 전문학회로, 공황장애, 강박장애, 사회불안장애, 범불안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 다양한 불안 및 스트레스 관련 질환에 대한 연구, 교육 및 의학적 진료 모델 구축의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신영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원 박사
미네소타대학 연구조교수,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소장
대한 신경 정신의학회 중독특임이사
보건복지부 및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 국민권익위원장 표창
전문의 홈 가기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