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오동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B 씨의 사연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전문가의 관점에서 담배와 술이 법적으로 성인이 되기 전까지 금기라는 사실이 사람들이 성인이 되었을 시점에서 그것을 '욕망'하는 것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구약에 보면 아담이 과일을 금기시하자 거기에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먹어서 벌을 받았다는데, 담배와 술이 19세 미만에게 판매 금지라고 쓰여있는 것 역시 반대로 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술과 담배에 대한 욕구에 영향을 어느 정도 끼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점에 대해 심리학적 관점에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사진_픽셀

 

뇌부자들의 답장

 

안녕하세요 뇌부자들입니다.

굉장히 흥미로운 질문인데요, 인간에겐 금지된 것에 더 큰 호기심을 갖게 되는 경향이 분명히 있습니다. 어린아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인간은 기본적으로 주변 환경에 관심을 갖고 탐색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지요. 그런데 그중 한 가지 요소가 사회적 합의에 의해 금기로 지정되면, 되려 그것이 되려 ‘아무나 경험해 볼 수 없는 특별한 것’으로 부각되는 반작용이 생깁니다. 자연스레 금지된 요소를 성취했을 때 얻는 만족과 쾌감도 더 커지겠지요. 이때 느끼는 감정을 배덕감이라고 부르는데요, 여기에는 새로운 것을 탐색했다는 성취감과 다른 사람이 경험하지 못한 것을 나는 해봤다는 타인에 대한 우월감, 그리고 자신을 억누르고 규제하려는 사회에 반기를 들었다는 개인의 해방감이 뒤섞여 있습니다. 이러한 배덕감 역시 인간의 본능의 일부라 우리의 삶 곳곳에서 나타납니다. 다만 위에서 말한 세 가지 요소 중에 어떤 것이 더 크게 작용하느냐는 개인이나 상황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요.

 

사진_픽셀

 

이 중에서도 청소년에게 특히 크게 작용하는 건 타인에 대한 우월감일 겁니다. 청소년기는 또래 집단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자신만이 가진 특성으로 자신과 타인을 구분 지으려는 욕구가 강한 시기입니다. 금지된 것을 경험한다는 것은 자신이 특별한다는 걸 스스로에게, 또 친구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죠. 그중에서도 술과 담배 같이 지나치게 위험하지 않고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으면서 모두가 알고 있는 금기는 굉장히 매력적인 수단일 수밖에 없습니다. 학생 시절 실제로 술 담배를 입에 대지 않았더라도 '한 번쯤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한 경험은 다들 한 번쯤은 있을 텐데요, 그 배경에는 이러한 심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성인이 된 직후에는 법적으로 허가받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술과 담배가 의식 속에 매력적인 금기의 이미지로 남아있게 됩니다. 따라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술을 마시고, 목이 아픈 걸 참아가면서 담배를 피우기도 하죠. 이런 점에선 말씀하신 대로, 청소년에게 판매가 금지된 부분이 성인이 되었을 때 술과 담배의 소비행동에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 이상 술과 담배가 가진 금기의 이미지가 희석되게 되고, 자연스레 이로 인한 욕망은 줄어들게 된다고 봅니다.

 

동일한 맥락에서 청소년기에 술 담배의 사용을 금지하는 게 오히려 사용을 부추긴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만 19세라는 기준 자체가 근거 없이 임의로 설정된 거 아니냐 라는 의견도 있고요. 하지만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술과 담배는 분명한 의존성을 가지고 있고, 남용되었을 때 분명히 신체적, 정신적으로 위해를 끼칠 수 있는 물질이기 때문에 설사 금기로 인해 일부에게 그것을 더 ‘욕망’하게 만든다고 하더라도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이 성인에 비해 집단 전체로 보았을 때 상대적으로 판단력 등에서 미성숙하기 때문에 이러한 물질의 사용에 더욱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 부작용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다고 볼 수 있겠지요.

 

뇌부자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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