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정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람들은 유독 정신과 약의 중독성, 의존성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합니다. 2018년 현재 정신과에서 쓰는 약에는 굉장히 다양한 종류가 있고, 수십년 전에 비해 부작용, 의존성 등의 우려를 상당히 줄여줄 수 있을 만큼 약이 좋아졌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편견은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상황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특히 정신과 질환의 경우 감기나 장염같이 흔히 걸리는 병들과는 달리 치료 기간이 긴 경우가 많고, 치료 효과가 드라마틱하기 보다는 서서히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약을 빨리 끊기가 어려운 경우’들이 생기는데, 아직 병이 다 낫지 않아서 계속 먹고 있는 약임에도 사람들에게는 약 복용의 장기화가 중독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또한 실제로 진료를 하다 보면 의학적으로 약물 의존, 혹은 중독이 아닌데 이를 오해를 하시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 대표적 원인 중 하나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항우울제 중단 증후군(Antidepressant Discontinuation Syndrome)

 

간혹 항우울제를 의사와의 상의 없이 중단을 한 이후 ‘약을 먹다가 안 먹으니 더 심해진 것 같아요. 약에 중독 되었나 봐요.’라고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항우울제는 많은 분들께서 우려하시는 바와 달리 의존성과는 연관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약을 중단한 후 느끼는 불편감에는 의존성과 관련이 없는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은 아직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데 약을 중단한 경우입니다. 아직 우울 증상, 불안 증상 등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약을 중단하게 되면 다시 증상이 나타나겠지요. 약 중단 후에 느끼는 증상은 이미 약 복용으로 인한 회복을 부분적으로 경험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여 더 심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경우 충분 기간 치료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외의 또 하나의 이유는 ‘항우울제 중단 증후군(Antidepressant Discontinuation Syndrome, ADS)’ 입니다. 이는 항우울제를 갑작스럽게 중단하였을 경우 나타나는 증상으로, 주로 구역, 구토, 어지럼증, 근육통, 감기 유사 증상 등의 신체 증상과 불안, 불면, 짜증, 우울감 악화 등의 정신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증후군은 약을 갑자기 중단한 사람의 20~40% 정도가 경험을 한다고 하며 항우울제의 갑작스런 중단으로 인해 우리 뇌에서 갑작스런 신경전달물질(세로토닌, 도파민, 아세틸콜린 등)의 농도 변화가 일어나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부 연구들에 따르면 항우울제를 복용한 지 5-8주 이내의 단기 복용자들에게서는 흔하지 않다고 하네요.

 

항우울제 중단 증후군은 시간이 지나면 특별한 치료 없이 사라지고, 우울증의 재발 및 악화와도 연관이 없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닙니다. 하지만 약 중단 후 겪는 이러한 증후군은 정신과 치료에 대한 경험 자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하고 치료를 멀리하게 되는 결과를 이끌어내어 만성적인 우울감 악화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약을 갑작스럽게 끊음으로 인해서 오는 증상들은 충분히 피할 수 있는 불편함이기 때문에 항우울제 중단 증후군이 우울증 치료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더욱 더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항우울제 중단 증후군은 일시적일 뿐만 아니라(약 3주 이내에 없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계획적으로 약을 줄여간다면 충분히 예방 가능합니다. 다음의 몇 가지만 지켜 주시면 이러한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예방할 수 있습니다.

 

- 절대로 자의로 항우울제를 끊지 마세요.
- 항우울제를 중단하고 싶다면 약을 복용하고 있는 상태에서 주치의와 상의하세요.
- 항우울제를 약을 줄여가는 중 이전과 달리 힘들어지는 부분이 있다면 꼭 주치의와 상의하세요.
- 혹시 실수로 약을 중단하게 되어 증상이 발생하였다면 바로 병원에 찾아가 도움을 받으세요.

 

항우울제를 중단하여 오는 불편함은 때로는 실제 우울증 증상과 유사하여 구분을 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오히려 재발의 징후를 위에서 설명한 항우울제 중단 증후군으로 오해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치료 과정에서 겪는 불편감들은 반드시 주치의와 공유하고 상의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새로 개발되는 항우울제들에 대해 중단 후 유사 증상이 나타나는지에 대한 연구들도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항우울제 중단 증후군이 적은 약들을 개발하는 데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언젠간 약을 끊으면서 이런 불편함이 생길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네요. 그 날이 올 때까지 항우울제를 복용하시는 분들이 더 안전하게 약을 복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진단 시 보험가입 불이익에 대한 청원이 진행중입니다. 정신의학신문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 드립니다.

청원 참여하기 :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111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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