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정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늘은 수면제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수면제 중에서도 ‘졸피뎀(Zolpidem)’이라는 수면제를 다뤄볼까 합니다. 졸피뎀은 가장 흔하게 처방되는 수면제 중 하나이지만, 그만큼 논란이 많은 약이기도 하니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작년에 TV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위험성에 대해 보도가 된 적이 있습니다(이 글은 방송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을 것입니다). 방송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졸피뎀은 ‘자살을 유발할 수 있다’는 소문이 무성한 것이 사실이고 이런 소문은 정신과 약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을 안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런 소문은 왜 생긴 것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일까요?

 

사진_픽사베이

 

졸피뎀에 대하여

졸피뎀(Zolpidem)은 1992년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후 가장 널리 쓰이는 수면제 중 하나 입니다. 약효의 지속시간이 짧은 편이라 다음 날 일상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아 많은 인기를 얻었는데요, 불안, 우울증 등과 같은 다른 정신과 질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더 일차적으로 많이 사용하게 되는 불면증 치료제 입니다.

 

졸피뎀은 왜 논란의 약이 되었는가?

졸피뎀이 논란에 휩싸이게 된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2006년 미국 FDA에서 발표한 안전에 대한 보고서(FDA’s 2006 postmarketing safety review)에 졸피뎀을 포함한 ‘Z-drug’들이 자살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이 되었고, 이후 해당 약물의 설명서에 ‘우울증이 있는 환자에게 이 약물은 자살에 대한 생각 및 행동을 포함한 우울증 악화의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표기되도록 하였습니다. 이후 진행된 여러 후향적 연구, 전향적 코호트 연구, 사례 분석에서 자살자와 졸피뎀 복용 여부의 연관성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이러한 사실들로 미루어 보았을 때 졸피뎀에 대한 우려는 아무런 근거 없이 생긴 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사진_픽셀

 

그럼 졸피뎀은 정말로 위험한 약인가요?

위에서 언급한 졸피뎀에 대한 연구들은 졸피뎀의 위험성을 단정 짓기에는 몇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우선 졸피뎀 복용과 자살 시도의 연관성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대부분의 연구들이 피험자들의 정신과 질환에 대해서는 고려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고, 약물 과량 복용과 수면제 이외의 다른 약물 복용 실태 또한 충분히 고려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결론을 내렸다는 부분은 실제로 졸피뎀이 자살 위험성을 높인다고 결론을 내리기에는 무리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불면, 우울증 등의 정신과 질환은 악화될 경우 그 자체가 자살의 중요한 위험 요소이기도 할 뿐 아니라, 오히려 적절한 수면제 복용이 자살시도의 위험성을 줄이고, 우울증 환자들의 경우에도 불면 해소에 도움을 주어 항우울제와 함께 복용 시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들도 분명히 있거든요. 실제 연구가 시사하는 바와 다른 연구 결과들을 함께 두고 고려해 보았을 때, 수면제, 그 중에서도 졸피뎀의 복용이 자살의 위험성을 높인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근거가 매우 부족한 이야기 입니다.

 

하지만 졸피뎀이 다른 약물들에 비해 더 주의가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많은 연구자들이 졸피뎀 복용으로 인한 자살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는 요소로 꼽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탈억제화, 이상 행동이 대표적인데, 연구에 따라 약 복용자의 1~5% 정도에서 이러한 부작용을 경험한다고 합니다(술, 마약 등을 함께 복용하면 발생률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탈 억제화는 쉽게 말해 ‘이성의 끈이 풀리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맘 속에 꾹꾹 눌러 담고 있던 생각 혹은 행동이 약을 복용한 후 나도 모르게 표현이 되고 터져 나오는 것이지요. 비정상적인 행동은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 걸어다니거나, 대화를 나눈다거나,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 먹는 등의 행동을 포함하는 것이며, 부작용을 경험한 사람들은 대부분 일어나서 본인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이러한 부작용은 자살의 위험성이 아니더라도 안전 상 위험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사와 상의하셔야 합니다.

그래도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올바른 방법으로 약을 복용한다면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낮추고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으니까요.

 

사진_픽셀

 

안전하게 졸피뎀을 복용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약 복용 시 몇가지 원칙만 지킨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효과적으로 불면증 치료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졸피뎀 복용으로 인한 탈억제화, 비정상적인 행동들은 주로 술이나 마약을 함께 복용하거나, 과량 복용할 때 많이 나타납니다. 또한, 약을 먹고 나면 바로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데, 약 복용 후에도 계속 활동을 하거나 깨어 있으면 부작용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2017년 1월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에 실린 Hypnotic medications and suicide: Risk, Mechanisms, Mitigations, and the FDA 를 보면, 수면제 복용에 대한 지침이 나와 있습니다. 이를 요약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효과가 있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낮은 용량을 사용한다.

- FDA에서 권고한 최대용량을 넘긴 용량은 사용하지 않는다.

- 치료가 되지 않은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Obstructive sleep apnea) 환자에게는 벤조디아제핀, 혹은 벤조디아제핀 수용체에 작용하는 수면제를 처방하지 않는다.

- 술, 특히 잠자리 들기 전에 술과 수면제를 함께 복용하지 않는다.

- 진정, 수면효과가 있는 다른 약과 함께 복용하지 않는다.

- 잠이 들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간’에 복용한다. (하루 중 잠에 대한 생리적 욕구가 강한 시간. 일반적인 수면 패턴을 가진 사람의 경우 9PM~1AM 사이)

- 약을 먹고 15분 이내로 침대에 눕는다.

- 약이 몸에서 충분히 빠져나갈 때까지 침대에 머무른다.

- 만약 다음 날 기상해야 하는 시간이 약 작용 시간보다 빠르다면, 약을 복용하지 않도록 한다.

- 수면이상(Parasomnia)가 생길 경우 약을 중단한다.

 

적절한 수면제의 복용은 불면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굉장히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의사의 처방 하에 현재 수면제를 복용 중이거나 복용 예정인 분들은 위의 내용을 참고해 안전하게 약을 복용하실 것을 권유 드립니다. 그럼에도 언급된 부작용을 혹시라도 경험하신다면 반드시 병원에 재방문하시어 의사의 상담을 받으세요. 언제나 가장 좋은 방법은 혼자 결정하는 것이 아닌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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