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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6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악마의 속삭임 - 연쇄 사망 사건의 범인은 누구인가’ 편이 방송됐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고 최진실, 최진영 남매의 자살부터 시작해, 올해 1월 자신의 가족들을 살해하고 끝내 자신도 투신자살한 사건까지의 범인을 ‘졸피뎀’이라는 약으로 지목하고 있다. 졸피뎀 부작용이 방송된 이후 시청자들은 "정말 끔찍하다", "대체 이렇게 위험한 약물을 우린 여태 그저 평범한 수면제로 알고 있었나?", "왜 이런 부작용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이 없는 건가?", "의사들이 이 약을 처방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등의 반응을 보이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또한 여러 매체에서 졸피뎀의 부작용과 남용의 심각성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과연 졸피뎀은 어떤 약일까?

 

졸피뎀은 수면제다. 가볍게 수면제에 대해서 알아보자.

수면제의 종류로는 GABAnergic인 벤조디아제핀계 수면제인 flurazepam, quazepam, triazolam과 최근에 개발된 항불안효과, 근육이완효과, 항경련효과 등이 없는 새로운 선택적 omega-1 active benzodiazepine agonist인 zolpidem, zopiclone, eszopiclone 등이 있다. 쉽게 벤조디아제핀계 수면제와 비벤조디아제핀계 수면제로 나뉜다.

 

수면제는 불면증의 원인과 약물의 특성을 우선 고려한 다음에, 약물에 따라 수면유도, 수면유지, 기상 후 각성상태, 내성 및 의존성 등에서의 기능이 각기 다르므로 환자의 상태에 맞는 수면제를 선택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중간에 자주 깨는 경우는 장기작용 benzodiazepine계 약물(flurazepam, quazepam)을, 잠이 잘 들지 못하는 경우는 단기작용약물(zolpidem, trizolam) 등이 적절하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졸피뎀은 비벤조다이아제핀 계열 수면 유도제로 속효성이며 약효의 지속시간이 짧아 잠이 잘 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처방한다. 전 세계적으로 병원에서 수면제로 가장 흔하게 처방되는 약 중 하나이다. 미국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에서도 전문가의 적절한 검사와 관리하의 졸피뎀의 사용은 매우 유의한 효과가 있고,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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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렇게 유용한 약이 왜 살인범으로 지목되었을까?

(여러 사건에 졸피뎀이라는 공통된 요인이 있다는 것만으로, 졸피뎀은 자살을 유발하는 악마의 속삭임이라는 결론은 옳지 못하다. 단순히 공통된 요인으로 인과성을 설명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이 기사는 ‘그것이 알고 싶다’를 비판하기 위한 기사가 아니므로 넘어가기로 한다.)

 

최근에 졸피뎀과 자살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2016년 3월 발표된 ‘Association Between Zolpidem and Suicide: A Nationwide Population-Based Case-Control Study.’가 있다. 이 논문에서 졸피뎀의 사용은 자살과 연관이 있다고 한다. 2206명을 대상으로 한 환자-대조군 연구에서 졸피뎀을 복용한 사람은 졸피뎀을 복용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자살 시도가 2배 더 많았다. 그러나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졸피뎀을 하루 90mg 미만을 사용할 경우 1.90배, 90mg에서 170mg을 사용할 경우에는 2.07배, 180mg 이상을 사용할 경우에는 2.81배 자살 시도의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졸피뎀의 적정 사용량은 10mg에서 20mg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는 느낌이었다. 적정 사용량 10mg에서 20mg를 사용하였을 경우, 졸피뎀의 사용이 자살 시도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결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값이 나오지 않아, 90mg, 180mg 용량을 기준으로 내세웠을 가능성이 있다. 아직까지는 졸피뎀을 적정량 사용했을 때, 졸피뎀이 자살 충동을 유발한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 가장 안전한 해열제로 알려진 타이레놀 역시 과용량을 먹었을 때 간독성으로 죽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전문가’의 ‘적절한 검사’와 ‘관리’다. 나쁜 것은 약이 아니다. 약을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중요하다. 몰핀 역시 적절한 의료행위에서는 훌륭한 진통제이지만 의료 범위를 벗어난 곳에서는 심각한 부작용을 수반한 마약일 뿐이다. 약물을 과용량으로 장기간 사용하면 당연히 심한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수면제를 장기간 사용하면 수면의 3, 4 단계가 감소하고 1, 2 단계가 증가하며, 전체수면이 조각나게 된다. 4주 이상 연속적으로 복용하면 의존성이 생길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또한 전향성 기억 장애, 현기증, 초조, 두통, 섬망, 어지러움, 운동실조, 피곤감, 무력감, 복통, 구토, 설사, 피부발진, 투약 중단 후 불면, 경련 등의 부작용이 있다. 졸피뎀 역시 이런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치료용량에서의 졸피뎀의 부작용은 비슷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다른 약에 비해 적다고 밝혀져 있다.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와의 상의가 필수적이다. 가급적 소량에서 출발하여 간헐적인 투여를 하는 것이 좋고, 약을 중단할 때는 약물의 반감기를 잘 이용하며, 전문가의 견해를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록 공식 적응증은 아니지만, 임상경험상 항우울제인 trazodone과 mirtazapine, 항정신병 약물인 quetiapine 등이 장기사용이 필요한 경우에 제한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장기간 불면증에 시달릴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상의 후 약물을 바꿔보는 것을 추천한다.

 

모든 의약품, 특히 정신성 의약품은 ‘전문가’의 ‘적절한 검사’와 ‘관리’하에 사용되어야 한다. 다시 한 번 언급하지만 전문가의 적절한 검사와 관리하의 정신성 의약품의 사용은 매우 유의한 효과가 있고,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지만 부적절한 사용은 오히려 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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