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ㅣ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 글은 강박증에 대한 개념과 일반적인 이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며, 의학적·심리적 진단이나 처방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더 자세한 사항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평가를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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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내가 좀 강박적인가 봐”라는 말을 흔히 듣습니다. 주로 정리정돈에 유난히 집착하거나, 청결을 지나치게 강조할 때 이런 표현을 쓰는데, 실제 임상적 의미의 강박증(OCD, Obsessive-Compulsive Disorder)은 훨씬 더 복합적이고 심각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Abramowitz, Taylor, & McKay, 2009). 단순히 깔끔한 성향과 달리, 강박증은 한 개인의 생활 전반을 침범하여 대인관계나 업무, 학업 등 다방면에 상당한 지장을 줄 정도로 심화될 수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강박증의 개념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짚어보고, 우리가 흔히 오해하는 지점은 무엇인지, 또 강박증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강박증, 강박 사고, 강박 행동이 뭘까?

 우선 강박증이란 “원치 않는 침투적 사고(강박 사고)”와 “이로 인한 불안을 낮추기 위해 반복적으로 실행하는 행동(강박 행동)”이 주축을 이룬다고 정의됩니다. 예를 들어 손에 세균이 묻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수시로 떠오르는 사람은, 이 불안을 달래기 위해 손 씻는 행동을 여러 번 반복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불안이 덜어진 듯해도, 어느 순간부터는 “이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을지도 몰라”라는 새로운 걱정이 생겨 손 씻는 횟수나 강도가 더 늘어난다는 데 있습니다(Foa & Kozak, 1986).

 강박증을 구성하는 첫 번째 요소인 강박 사고(Obsessions)는 대개 불길하거나 두려운 이미지를 담고 있습니다. “혹시 내가 누군가를 해치면 어쩌지” 같은 비현실적 공포를 떠올리거나, “내가 제대로 청소하지 않아 누군가가 병에 걸리면 어떡하지”와 같은 재앙적 상상이 대표적입니다(Rachman, 1997). 본인도 말도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의지와 상관없이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며 극도의 불안을 유발합니다.

 두 번째 요소인 강박 행동(Compulsions)은 앞서 말한 강박 사고에서 비롯된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특정 행동이나 의식(ritual)을 말합니다. 손을 씻거나 문단속을 수십 차례 확인하는 것처럼 외부에 드러나는 행동도 있지만, 특정 숫자를 세거나 문장을 반복 암송하는 “정신적 의식” 역시 이에 포함됩니다. 예컨대 “안 좋은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숫자 4를 세 번 외우면 재앙을 피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면, 정작 그 행위를 하지 않았을 때 훨씬 큰 불안이 밀려오는 식입니다.

 이렇듯 강박 사고와 강박 행동이 맞물리면, 개인은 생각을 멈추고 싶은데도 더욱 그 생각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이는 생물학적·심리적 요인들이 함께 작용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2013). 전두엽과 기저핵을 중심으로 한 뇌 신경회로가 잘못된 위험 신호를 보내고, 거기에 “이 행동을 해야만 안심할 수 있다”는 학습된 불안 대처 방식이 결합되어 더욱 빠져나오기 어려운 악순환이 형성되는 것이지요.

삶을 방해하는 강박증, 병과 병이 아님의 경계는?

 강박증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합니다. 단순히 손을 자주 씻는 정도로 그치지 않고, 몇 시간씩 씻고 말리는 데 시간을 쓰느라 다른 일을 못 하게 되거나, “밖에는 위험한 병균이 있을지 몰라”라는 생각 때문에 약속마다 취소해 고립되는 사례도 흔합니다. 그렇게 반복 행동이나 회피 행동에 몰두하는 사이에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대인관계도 멀어지는 등 삶의 여러 측면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강박증과 단순히 ‘깔끔한 성격’의 구분은 결국 고통과 기능 저하의 정도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꼼꼼한 사람이라도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할 수 있다면 성격적 특성으로 볼 수 있지만, 불안을 억제하기 위해 시간을 과도하게 쓰고, 인간관계를 소홀히 하거나 직장·학업 생활이 크게 흔들릴 정도라면 임상적 강박증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흔히 “그냥 그만하면 되지 않느냐”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라며 쉽게 말하지만, 정작 강박증 환자 입장에서는 그런 말이 자신의 고통을 이해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주기 쉽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자신도 “이건 비합리적이고 시간낭비”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 생각을 멈추려 하거나 행동을 중단할 때 극심한 불안을 견뎌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Lee & Kwon, 2003). 게다가 의지만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라면 벌써 해결했을 텐데, 못하기 때문에 스스로 수치심이나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강박증,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뭘까?

 그렇다면 강박증은 과연 극복될 수 있는 질환일까요? 강박증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에 대해서는 APA(미국 정신과의사 협회), CANMAT(캐나다 기분, 불안 네트워크) 등의 세계적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SSRI를 포함한 약물 치료, 그리고 인지행동치료입니다. 특히 강박증의 심각도가 중등도 이상인 경우에는 약물과 인지행동치료를 함께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입모아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인지행동치료(CBT) 중에서도 “노출 및 반응 방지(ERP)” 기법이 강박증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보고되었습니다(Foa & Kozak, 1986). 이는 환자에게 불안을 유발하는 대상이나 상황에 노출하게 하면서, 그 순간에 평소처럼 강박 행동을 하지 않고 버텨보도록 훈련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오염이 두려운 사람에게 조금 “더럽게 느껴지는 물건”을 만지게 하고, 이후에 손 씻기를 하지 않은 상태로 일정 시간을 견디게 합니다. 처음에는 공포감이 크지만, 노출이 반복되면 “씻지 않아도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체득하게 되지요. 그 경험은 기존의 학습(“씻지 않으면 재앙이 찾아온다”)을 흔들고, 새로운 학습(“씻지 않아도 괜찮을 수도 있다”)으로 이어집니다.

 약물의 경우,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계열 약물이 강박적 불안을 일정 부분 낮춰주어 ERP나 ACT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만들지만, 이 역시 약물만으로는 근본적인 사고·행동 패턴을 변화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통합적 접근이 권장됩니다.

 두 가지 방법 외에도, 최근 각광받는 수용전념치료(ACT) 또한 강박증 치료에 활용되고 있습니다(Hayes, Strosahl, & Wilson, 1999). ACT는 떠오르는 불안과 부정적 사고를 없애려 하기보다는, 그것들을 어느 정도 인정하되 내가 원하는 삶의 가치와 행동을 이어가는 데 초점을 둡니다. 강박증 환자에게는 ‘완벽한 확신’에 대한 욕구가 강한데, 이 치료 접근은 “사실 우리는 100% 확실을 절대 얻지 못한다”는 점을 받아들이도록 돕는 동시에, 불안을 조금 안고서도 중요한 일을 해보는 연습을 강조합니다.

강박증 치료가 지향해야 하는 방향, 제거가 아닌 ‘더불어 살기’

 결과적으로 강박증은 “평생 함께해야만 하는 불치병”이 아니라, 적절한 치료와 꾸준한 노력이 병행된다면 증상을 완화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질환입니다. 물론 재발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증상이 호전된 이후에도 꾸준히 자기 관리를 하고, 스트레스 요인이 증가할 때 조기에 적절한 대처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컨대 노출 훈련을 일상 속에서 조금씩 유지하거나, 불안이 커질 때 전문가와 의논해 치료 강도를 다시 높이는 식의 관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강박증을 바라볼 때,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점은 이것이 개인의 의지나 성격 문제로만 볼 일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2013). 실제로 강박증 환자들은 “왜 이렇게 오랫동안 샤워를 해?” “참으면 되잖아” 같은 말을 들으면 더 큰 수치심이나 고립감을 느끼기 쉽고, 그렇게 되면 자기 비난이 가중되어 강박 사고와 행동이 더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걱정하지 마” 하며 달래는 것도 환자의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해주진 못합니다. 중요한 건 그 불안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실질적인 해결책으로 접근해 나갈 수 있느냐입니다.

 강박증이 보여주는 것은 “불확실함과 불안에 대한 통제 욕구”가 극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신의 불안과 불확실성을 어딘가에서 관리하려 애씁니다. 다만 강박증 환자는 그 불안이 너무 강렬해 일상적인 기능이 무너질 정도가 되어버린 것이지요. 그렇기에 강박증을 이해하는 일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불안과 삶의 통제 불가능성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불확실함이 만연한 세상에서, 강박증은 그 불확실함을 무리하게라도 지워버리려는 시도가 빚어낸 결과물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완벽한 확실성을 얻고자 할수록 불안은 더 크게 돌아온다는 점을 인식하고, 때로는 약간의 불안을 수용하면서도 내게 소중한 삶의 방향으로 걸어가는 연습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강박증 역시 제대로 된 정보와 공감, 그리고 전문적인 치료가 동반된다면 충분히 개선될 수 있으며, 개인은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으로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왜 그렇게까지 해?”라고 묻기 이전에 “얼마나 두려웠을까”를 헤아려보는 시선이고, 이 시선에서 출발하는 치료와 지지의 경험일 것입니다.

 강박증의 치료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얼마나 강박증과 내 삶이 조화를 이룰 수 있나’하는 부분입니다. 강박증이 얼마나 줄었나, 사라졌나의 문제가 아닙니다. 따라서 이어지는 연재 글에서도 강박증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들이 가장 핵심이 될 것입니다.

 

강남푸른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신재현 원장

 

참고 문헌
Abramowitz, J. S., Taylor, S., & McKay, D. (2009). Obsessive-compulsive disorder. The Lancet, 374(9688), 491–499.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APA). (2013).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5th ed.). Washington, DC: Author.
Foa, E. B., & Kozak, M. J. (1986). Emotional processing of fear: Exposure to corrective information. Psychological Bulletin, 99(1), 20–35.
Hayes, S. C., Strosahl, K. D., & Wilson, K. G. (1999).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An experiential approach to behavior change. New York: Guilford Press.
Lee, H. J., & Kwon, S. M. (2003). Two different types of obsession: Autogenous obsessions and reactive obsessions. Behaviour Research and Therapy, 41(1), 11–29.
Rachman, S. (1997). A cognitive theory of obsessions. Behaviour Research and Therapy, 35(9), 793–802.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남푸른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나를 살피는 기술>, <어른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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