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ㅣ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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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 효과(endowment effect)’
 중고 물품을 거래하는 앱에 아끼는 물건을 팔아 보신 적이 있나요? 평생을 두고 모아온 수집품이나 미술 작품 등이 내가 생각한 가격에 잘 팔리지 않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내가 아끼는 물건과 시장 가격에 얽힌 심리에 대해 얘기해보려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귀중하게 여기는 중고 물건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돌아가신 조부모님이 귀하게 물려준 오래된 재봉틀, 부모님이 보석함 속에 넣어두었던 손목 시계, 명문 대학교의 로고가 박힌 낡은 후드티, 아이가 태어났을 때 입혔던 베넷 저고리 등 다양한 물건들이 창고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Richard H. Thaler)는 우리가 소유한 것들에 더 큰 가치를 메기는 현상을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라고 정의했습니다. 그 물건들의 시장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그 물건을 보유하기 위해 실제 가치 보다 더 많은 것들을 포기하게 만드는 현상입니다. 소유효과는 ‘보유 효과’, ‘부존 효과’, ‘박탈 회피(divestiture aversion)’라고도 불리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자신이 보유한 물건의 가치를 과대 평가하게 되는 것일까요? 

 우리는 여행 중에 구입한 1만원짜리 로고 머그컵을 3만원이 아니면 팔지 않으려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물건에 대해 ‘소유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추억과 관련된 물건을 쉽게 누군가에게 보내주고 싶지 않아서, 가치를 더 부여하는 자기중심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소유 효과’는 다양한 산업군에서도 어렵지 않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한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열정을 쏟아 만든 회사를 여러 사정에 의해 매각할 때, 창업자들은 그간 투입한 노력과 고생의 시간들로 인해 회사의 가치를 높게 책정하게 되지요.

 때로는 유명하지 않은 아티스트가 작품을 비싸게 메겨 판매되지 않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깊은 성찰과 고통을 감내하는 과정 속에서 탄생한 작품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인쇄로 찍어낸 공산품의 액자 보다 낮은 가치를 가지고 있을 수 있겠지요. 작품에 대해 높은 소유감 때문에 좋은 금액에 작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도 합니다.


 반대로, ‘소유 효과’를 영업과 판매 전략에 활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홈쇼핑에서 구입한 전자제품을 사용해보고 만족하지 않을 시 100% 환불해준다는 마케팅 전략을 쉽게 접할 수 있는데요, 일단 물건을 집에 들여 사용하다 보면 소비자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소유효과가 생겨나면서 물건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현상을 역으로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 위치한 스탠퍼드대학 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브라이언 넛슨(Brian Knutson)은 2008년에 소유 효과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는데요, 24명의 연구 참가자들의 뇌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장치로 들여다본 결과, 손실의 두려움이 전두엽에서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가진 물건 중 하나를 판매해야 할 때, 뇌에서 고통을 경험할 때 반응하는 핵(accumbus)이 변화하였고, 전전두엽 피질이 활성화된다는 것이지요.

 넛슨 팀은 또 다른 연구를 통해 소유 효과를 재확인하기도 했는데요, 전자 제품과 현금을 선물로 준 이후 해당 전자 제품을 구입하거나 판매하는 것을 고려해보도록 했습니다. 4초 이후 사람들은 그 제품에 대해 가격을 제시하도록 했고, 다시 4초 후에는 그 물건을 사거나 판매할 의향이 있는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습니다. 그 결과 사람들은 물건을 사기 위해 지불하는 금액 보다 판매하는 금액이 높게 책정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잃어버리는 고통 보다 얻을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첫째, 심리적 소유 효과를 미리 예측해보세요.
우리는 가전제품 체험단, 자동차 시승과 같이 제품과 만날 때 심리적 소유 효과가 장려되는 다양한 유혹에 놓이게 됩니다. 우리가 그 제품을 경험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우리는 그 제품과 헤어지기 어려워지고 높은 비용을 지불하게 되겠지요. 이러한 심리적 소유 효과를 미리 예측하는 것은 조금 더 이성적인 선택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둘째, 잠재적인 기회 비용의 가격을 메겨보세요.
우리가 아끼는 제품이나 회사 등을 시장에 내놓을 때, 평균 시장의 가치보다 더 높게 가격을 측정하고 있지 않은 지 살펴보세요.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며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비슷한 가치를 가지고 있을 경우 가격이 좋은 다른 제품을 선택하게 됩니다. 판매했을 때 생겨나는 잠재적인 기회 비용을 함께 고려해본다면, 그것을 아예 팔지 않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셋째, 시장 가격에 보다 관심을 가져보세요.
소유 효과의 덫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은 우리가 판매할 수 있는 상품들을 시장에 내놓아 보는 것입니다. 한 연구에서는 판매자와 소유자가 시장 가격을 바탕으로 가치를 평가할 때, 더 이상의 소유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일반적으로 해당 제품에 대한 가격의 범위가 결정되면 서로의 의견 격차가 작아진다는 것이지요. 중고 마켓에서 오래된 레코드나 타자기의 거래 금액이 비슷하게 판매된다는 것도 어느정도 시장가격이 형성된 경우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아끼는 제품들이 누군가에게는 다른 가치가 메겨진다는 것이 때때로 아쉽기도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통해 얻은 돈이 또 다른 소중한 물건이나 기회를 얻는데 쓰여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세요. 여러분들이 좋은 가격으로 좋은 기회를 얻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서울역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정희주 원장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역 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졸업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전)성동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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