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챗 GPT의 등장과 딥페이크 등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이전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일들이 하나둘 실현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회사에 앉아 보고서나 서류를 만들던 시대는 이제 끝이 나고, AI에게 자기소개서를 써 달라, 보고서를 써 달라고 하면 우리가 만드는 것보다 더 좋은 퀄리티로 만들어 주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실제로 해당 영상을 찍지 않았지만, 딥페이크 기술을 통해 마치 그 사람이 출연한 것처럼 영상을 만들기도 하고, 그림이나 영화 등을 제작해 주는 모습을 보며 저작권 문제와 같이 법적인 문제가 등장했고,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정보통신기술(ICT) 기기와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기술에 대해 공포감이나 적대감을 느끼는 것에 대해 테크노포비아(Technophobia), 기술 공포증이라는 단어가 새롭게 등장하기도 하였습니다. 한 선행연구에서는 테크노포비아가 기능이 복잡해지고 고도화되는 기기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거부감을 느끼며,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기술이 사람의 일자리를 차지하고 인간을 지배할 것이라는 두려움과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하였습니다.

기술의 발달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겪기도 합니다. 남들은 편한 기술을 사용하며 효율적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나만 따라가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높은 수준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것이죠. 

불안과 공포는 어느 정도 존재할 경우 위험에 대비하고 중요한 일을 처리함에 있어 긴장감을 더해 주는 지극히 정상적인 감정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정상적 수준의 불안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지만, 과도한 불안을 지속적으로 느끼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을 지속하지 못할 경우라면 병적인 수준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불안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걱정이 지나치고, 고민이 많고,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짜증을 자주 내고, 집중이 어렵고, 어지럽고, 땀을 많이 흘리는 등의 증상을 보입니다. 보통 스트레스로 인해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고, 규칙적으로 누적된 스트레스의 경우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불안이 높은 경우에는 우선적으로 지나친 생각을 멈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과도하게 발전된 기술로 인해 인간이 대체되는 상황에 대해 가정하고 지나치게 생각할수록 더 많은 불안감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결과를 컨트롤할 수 없음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의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믿음을 갖기 위해 연습하는 것입니다.

과학 기술이라는 것은 과거에서부터 지속적으로 발달해 왔으며 대대적인 산업 혁명이 나타날 때마다 우리는 기술에 의해 지배당하고, 일자리를 뺏길 인간의 모습에 대해 우려해 왔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마련했듯이 대처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믿는다면, 어느 정도 불안을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진짜로 문제가 나타날 때까지 상황을 묵묵히 지켜보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운동, 춤, 노래, 미술 등 창의적인 활동을 취미로 가지는 것도 좋습니다. 적당한 수준의 운동은 코르티솔 수치를 낮추고 엔도르핀 수치를 높여 우리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매일 같은 시간에 질 좋은 수면을 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수면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지지 말고, 잠들기 전 숙면을 도와주는 특정한 의식 등을 마련하여 뇌에 안정감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소음이나 빛 수준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도 좋습니다.

일상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는 것 역시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일 수 있습니다.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전문가의 도움으로 조금은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우경수 원장

[참고문헌] Tan, Xinxin. (2021). <블랙 미러> 시리즈에 나타난 디지털 미디어에 의한 기술공포증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