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레비틴의 백일몽 모드

정신의학신문 |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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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 바퀴, 사슴. 이 세가지의 단어를 결합해서 새로운 세 개의 합성어를 만든다면, 여러분은 어떤 답을 하실 수 있을까요? ‘1만 시간 법칙’을 창시한 인지과학계의 거장 대니얼 레비틴은 이 수수께끼의 답을 ‘벌레’라고 제시했는데요, 이런 창의적인 답이 나오는 과정을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질문에 해답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지만 대부분 실패하고 맙니다. 하지만, 창의력 넘치는 답들은 의외의 곳에서 번쩍하고 떠오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인지과학자 대니얼 레비틴은 이를 ‘백일몽 모드’라고 설명했는데요, 시간의 압박 속에서도 편안하게 이 모드에 들어가 창조적인 해답을 낼 수 있는 상태를 이야기합니다. 

백일몽 모드란, 우리가 간밤에 꿈을 꾸는 상태와 유사합니다. 의식의 흐름이 느슨하게 연결되어 과거에서 현재와 미래로 자유롭게 의식이 이동하고, 시각적 이미지나 청각적 소리와 연합하게 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주로 비행기나 기차에 앉아 있을 때, 비 오는 날 창 밖을 바라볼 때 특별한 것을 관찰한 기억도 없이 시간이 흘러간 경험을 해보셨을 텐데요, 그렇게 마음이 떠돌아다니며 편안한 느낌을 경험할 때 우리의 창의성은 극대화된다고 합니다. 

편안한 상태일 때 창의성이 발현되는 이유는 인간의 뇌가 한 번에 한 가지의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진화해 오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우리 뇌의 시스템은 일부 정보들을 하나의 이벤트로 승격시키며 정보를 처리합니다. 예를 들면, 사람이 많은 식당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가도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을 때, 무의식적으로 주의를 그곳에 돌려볼 수 있는 정보처리 방식이지요.

 

대니얼 레비틴은 창의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의식의 흐름이 자유로워지는 백일몽 모드와 시간을 감시하는 중앙관리자 모드를 통합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우리의 뇌는 통찰력 있는 사고를 할 때, 감마파(gamma wave)를 폭발적으로 방출하면서 이질적인 신경 네트워크들을 통합하며 서로 다른 정보들을 일관성 있는 새로운 전체로 엮어낸다고 합니다. 

백일몽 모드와 같은 경험을 1950년대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는 ‘절정 경험’이라고 설명하였고,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는 ‘몰입 상태’라고 명명하였지요. 창조적인 상태가 될 때는 비판, 두려움을 담당하는 전전두엽피질 부위와 편도체가 활성화된다고 합니다. 이처럼 몰입한 상태에서 제한된 지각 영역에 주의를 집중하게 되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계획 단계와 실행 단계를 매끈하게 통합하게 만들어 줍니다. 

백일몽 상태를 잘 활용하는 것은 우리가 스스로를 비판하는 것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안심시키고, 강렬한 집중과 전념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줍니다. 몰입 상태에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키우는 것이고, 지겨움이나 불안을 이겨내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도전할 수 있게 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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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몽 상태를 몰입과 창조의 과정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첫 번째, 적당한 수준의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입니다. 강렬한 집중과 전념을 하는 과정에서 지루함은 우리가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주의를 빼앗아 갑니다. 반대로, 너무 어렵고 높은 목표를 설정한다면 쉽게 부정적이 되거나 불안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이 보유한 기술 수준에 맞는 목표 설정이 중요합니다. 

두 번째, 목표에 대한 높은 수준의 관심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몰입의 상태에서는 도파민, 노르아드레날린, 세로토닌, 아드레날린 등의 신경화학적 조합이 일어나는데, 높은 관심을 가진 상태에서는 과제에 대한 높은 기술 수준을 무의식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세 번째, 몰입하는 상태에서는 신체 기능에 의한 산만함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입니다. 목표에 대해 전문성을 가진다는 것은 뚜렷하게 힘을 들이지 않아도 집중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배고픔, 갈증, 성욕 등과 같은 산만함을 최소화 함으로서 몰입의 상태에 머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시간의 압박 속에서도 창조력에 자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요? 백일몽의 상태에서 몰입 상태로 넘어가는 과정을 극대화하고, 그 상태에 도달하면 그 과정에서 정신이 산만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창조력을 가져올 것입니다.

우리는 욕망하는 것들로 인해 역설적으로 자신의 삶을 방해받기도 합니다. 유한한 시간 내에서 욕망의 대상을 잘 인식하고 통제력을 갖는 것,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도전 과제를 잘 수행해 나갈 여러분들을 응원합니다. 

 

합정꿈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장승용 원장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합정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인하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인하대병원 인턴 및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한국정신분석학회 정신분석적 정신치료 Master class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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