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황인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람들이 기분장애를 겪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보통 양극성 장애의 경우에는 유전적 요인이, 단극성 우울장애의 경우에는 환경적 요인이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으로 유전적 요인이 환경적 자극을 좌우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동일한 외적 사건이라도 어떤 사람은 유전적으로 스트레스에 취약하여 심한 스트레스로 느끼는 반면, 일부 사람은 스트레스가 전혀 유발되지 않는 쾌적한 환경으로 볼 수도 있죠. 

우울증이 발병되는 것은 주변의 도움과 지지를 받을 수 있는지 유무에 따라 좌우될 수 있는데, 이 또한 유전적 요인에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즉, 누군가에게 쉽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과 기질적으로 아쉬운 소리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은 도움을 받을 때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타고난 기질로 인해 자신의 환경을 불리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양육 환경이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지적인 양육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의 경우 우울증에도 잘 걸리지 않고, 걸리더라도 해결을 도와줄 주변 자원이 충분히 존재합니다.

그런데 양육 환경의 좋고 나쁨 역시 부모와 아이의 유전적 요인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우울증 발병은 환경과 유전적 인자의 상호작용을 통해 불리한 조건을 형성했을 때 일어날 수 있습니다. 단, 불리한 요인들이 겹치더라도 환경 요인을 유리하게 만들려고 노력하면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는 있습니다. 

 

사진_ freepik
사진_ freepik

 

특히, 스트레스에 민감한 사람일수록 우울증에 걸리기 쉽습니다. 우울증에 걸리게 되면 염증 반응이 발생할 수 있는데, 신체적 질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백혈구가 증가하는 신체적 반응이 등장하여 몸이 나른하거나 쉽게 피로감을 느끼는 것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백혈구 외에도 사이토카인, 인터루킨-6, CRP 등의 염증물질이 증가하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어린 시절 양육 환경도 스트레스 과민성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어렸을 때 병약하거나 신경질적이었던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도 스트레스에 과민해질 수 있습니다.

또 스트레스가 스트레스에 민감한 체질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험이 쌓일수록 스트레스에 대한 과민성이 커진다는 의미인데, 반대로 역경과 고난을 극복해 나가면서 저항력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긍정적인 감정과 태도가 심신의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쳐 내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일상 속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의 부정적인 측면에 일일이 반응하기보다는 긍정적 측면에 반응하기로 하는 것이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한 선행연구에 따르면, 만성통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통증이 감소하기 전 긍정적 감정이 커진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하였습니다. 

뇌는 생체시계의 리듬을 따라가기 때문에 규칙적이지 않은 생활로 망가져버린 생체리듬은 기분장애와 관련이 높습니다. 그리고 여성이 남성에 비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두 배 정도 높으며, 꼼꼼하고 질서와 규칙을 좋아하며, 타인을 배려하고 봉사하는 성향이 있을수록 우울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이들은 완벽성을 추구하고, 융통성이 없으며, 이분법적 사고에 쉽게 빠지기 때문입니다. 이 외에 경계성, 자기애성, 회피성 성격장애의 경우에도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규칙과 책임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고, 너무 완벽함을 추구하지 않는 것이 우울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적당한 수준에서 만족해야 안정을 되찾을 수 있으며, 희로애락이 심한 사람들의 경우 과잉 반응 또는 극단적 사고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여의도힐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황인환 원장 

황인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여의도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저서 <마음은 괜찮냐고 시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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