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장애는 우울이나 희열과 같은 기분, 즉 한 인간의 지속적인 내적 감정상태의 장애가 결정적인 병리인 장애로 한때 정동장애(affective disorder)라고도 불렀다. 여기서 기분이란 전반적이고 지속적인 감정상태로서, 개인의 외모, 자신과 타인 그리고 환경 전반에 대한 지각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정동은 감정의 외적 표현을 말하는 것으로 감정은 정상적일 수도, 우울할 수도 그리고 고양될 수도 있다. 기분장애가 있으면 정신운동, 인지 기능, 정신생리기능, 대인관계 등 기능의 모든 영역에서 장애가 나타난다. 기분장애는 흔히 발생하지만,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으며, 한편 잘 치료될 수도 있다.

우울, 멜랑콜리아, 자살, 조증 등은 역사적으로 오래 전부터 기술되어 왔는데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 로마의 갈레노스 등에 의해 체액설 등 여러 이론들이 발전해왔다. 1854년 J.Falret이 우울증과 조증이 교대로 나타나는 상태를 기술하였고 1899년 E. Kraepelin은 당시까지의 기술을 종합하여 조울정신병으로 명명하고 현대적 분류를 시도하였다. 이 개념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용되고 있다. Kraepelin분류 이후, 최근에는 세계보건기구의 ICD-10(1992)과 미국정신의학회의 분류인 DSM-5(2013)가 새로 나왔다.

DSM-5은 전신인 DSM-IV-TR의 기분장애 진단 틀을 전체적으로 고수하였으나, 세부적인 변경을 시도하였다.

대표적인 변경사항으로는,

첫째, 주요우울장애의 세부항목(specifier)의 변화이다. 추가된 항목으로는, 혼합형 양상(mixed feature)과 불안성 장해(anxious distress)가 있다. 전자는 DSM-IV-TR에서 제시한 혼합형 삽화(mixed episode)에서 주요우울삽화와 조증 내지 경조증 삽화가 동시 만족되어야 하는 진단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여 임상현장에서 사용될 여지가 낮은 연유에서, 그리고 후자는 우울증을 앓는 환자들 중 특별히 경과와 예후가 나쁘고, 유의하게 자살사고 혹은 기도의 발생률이 높은 집단을 사전 탐지하고 예측하려는 배경에서 추가되었다.

둘째, 파탄성 기분조절장애(Disruptive mood dysregulation disorder) 진단의 추가이다. 과거 소아기 양극성 장애(childhood bipolar spectrum disorder)로 인식되던 기분상태를 새로운 진단명으로 확립한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연령-특이적 양상을 반영하여 6세 이전에 첫 진단을 내려야 하고, 18세 이후 즉 성인기에는 진단을 내리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만성적인 이자극성(짜증, 신경질)과 함께 간헐적인 분노표출(temper tantrum)으로 특징 지워진다. 이들은 좌절에 대한 내성이 매우 낮아, 이에 대한 반응으로서 통제되지 않는 부정적 감정을 표출하게 된다.

셋째, 생리전 불쾌장애(Premenstrual dysphoric disorder)의 등장이다. 과거 다른 항목에 분류되지 않는 우울 장애(Depressive disorder, NOS)에서 지위가 격상되어 독립된 진단명으로 확립되었다. 여포기(follicular phase)는 생리가 끝난 이후로 이 기간에는 특별한 기분 증상이 없다가, 황체기(luteal phase)의 시작을 알리는 배란 즈음부터 해서 기분의 변화, 이자극성, 불쾌감, 불안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여 생리 직전까지 심해지고 생리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기분증상이 모두 사라지는 패턴을 반복하게 된다.

넷째, 지속성 우울장애(Persistent depressive disorder)가 새로이 만들어졌다. 진단기준에 의하면 적어도 2년 동안 지속적인 우울감을 경험해야 하고, 증상이 없었던 기간은 2개월 미만에 불과해야 한다. 기존의 만성 우울증(Chronic major depressive disorder)과 기분부전증(Dysthymia)을 통합한 진단명이다. 세부항목에서는 이들 두 기분상태를 구분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순전한 기분부전 증후군(with pure dysthymic syndrome), 지속적 주요우울삽화(with persistent major depressive episode), 간헐적인 주요우울삽화, 현 삽화(with intermittent major depressive episodes, with current episode), 간헐적인 주요우울삽화, 현 삽화 부재(with intermittent major depressive episodes, without current episode)가 그것이다.

다섯째, 애도반응(bereavement)에 의한 우울도 주요우울장애에 포함시켰다. 과거에는 사별에 의한 애도반응에 대하여 아무리 우울기분을 갖는다 하더라도 이를 정상반응으로 간주하였으나, DSM-5에서는 애도반응이 일반적으로 1-2년의 기간 동안 지속되고, 사별 및 애도 그 자체가 심각한 심리사회적 스트레스로 이해될 수 있으며, 사별에 의한 우울기분의 발현은 유전적 영향을 받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축적된 연구를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과잉 진단이나 과잉 치료를 부추긴다는 반대 의견도 있다.

 

 

김일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남차병원 교수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 조교수
한양대학교 뇌유전체의학(자폐) 석사
KAIST 뇌유전체의학(자폐, 조현병) 박사
전문의 홈 가기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