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보통의 아동은 물론 특별히 발달장애가 있는 아동에게 새로운 기술이나 목표 행동을 가르치는 경우, 과제가 복잡할수록 성공하는 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거나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마련입니다. 이때 복잡한 행동을 보다 세세하게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누는 것을 ‘과제 분석’이라고 하는데요, 복잡하게만 보이는 목표 행동을 단계적으로 세분화해서 학습자로 하여금 목표 행동을 좀 더 쉽고 단순하게 느껴지도록 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교수자의 입장에서는 목표 행동을 훈련하고 달성하는 과정에서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아동이 유독 어떤 행동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는지 파악함으로써 해당 단계를 집중 연습하거나 알맞은 촉진 전략을 사용하는 등 다양한 해결 방법을 생각해 보고 시도하게끔 할 수 있죠.

과제 분석 시 목표 행동을 어떻게 세분화할 수 있을지 ‘혼자서 세수하기’라는 행동을 통해 한번 살펴볼까요?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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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세수하기> 과제 분석의 예

1. 화장실로 가서 불을 켜고 들어간다.

2. 수도꼭지로 물을 약하게 튼다.

3. 두 손에 물을 받아서 얼굴에 묻힌다.

4. 손으로 비누를 살살 비벼서 비누 거품을 얼굴에 비빈다.

5. 얼굴에 비누 거품이 남아 있지 않을 때까지 물로 헹군다.

6. 수건으로 얼굴의 물기를 닦아 낸다.

7. 수건을 제자리에 다시 건다.

8. 화장실 불을 끄고 나온다.

9. 얼굴에 로션을 바른다.

 

‘세수하기’는 우리가 일상에서 매일 기본적으로 하고 있는 위생 활동으로, 보통은 아이가 기관에 다니기 시작할 무렵인 3~4세 정도면 세수하는 방법을 부모님께서 지도하곤 합니다. 그런데 발달장애가 있는 아동의 경우, 보통의 아동이 자연스럽게 배우고 익히는 활동들도 습득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 좀 더 세심한 지도와 접근이 필요하죠.

앞서 제시한 과제 분석은 총 9단계로 세분화되었지만, 아이에게 맞게 행동 단계를 보다 간략하게 나누거나 더욱 세분화하는 등 조정해 나가면 됩니다. 만약 아이가 앞의 과제 분석에서 4단계와 5단계를 유독 어려워하면 이 부분을 좀 더 세세하게 단계를 나누어 집중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아이가 목표 행동을 습득할 때까지 매일 ‘기록 용지’에 각 단계별로 성공 여부를 체크하면서 현재의 단계와 방법, 절차 등이 아이에게 적합한지 검토를 통해 필요한 부분은 수정해 나가는 것이 더욱 효과적입니다. 

특히, 발달장애 아동에게는 세수하기, 양치하기처럼 기본적인 위생 지도는 물론, 머리 감기, 샤워하기, 피부 관리와 같은 적절한 위생 교육이 꼭 필요한데요, 이러한 위생 교육을 할 때는 각각의 위생 활동이 왜 필요한지 그 이유를 설명해 주고, 일상에서 루틴(roution)으로 자리 잡도록 하면, 아이가 보다 성실히 해당 과제를 실행할 확률이 높아지게 됩니다.

가령, “세수를 잘 하지 않으면 피부가 나빠져서 뾰루지가 나거나 냄새가 나기도 하니 매일 해야 하는 일이야.”라고 먼저 세수를 해야 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고, “세수는 하루에 두 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한 번, 잠들기 전에 한 번 하는 것으로 규칙을 세우자.”라고 규칙을 세워 매일의 습관이 되게끔 합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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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아이에게 새로운 기술이나 목표 행동을 가르칠 때 행동을 촉진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환경적 · 인적 지원을 ‘촉구(prompt)’라고 합니다. 교수 활동에서 흔히 사용되는 힌트나 도움 같은 것인데요, 촉구는 크게 자극 촉구(stimulus prompt)와 반응 촉구(response prompt)로 나누어집니다. 여기서 자극 촉구란, 앞으로 연습하게 될 활동을 그림이나 글로 먼저 볼 수 있도록 하거나 픽토그램이나 스티커 등을 필요한 곳에 부착해 힌트를 제시하는 것을 뜻합니다. 또 반응 촉구란, 목소리나 몸짓, 시범 보이기, 아이의 손을 잡고 직접 가르쳐 주는 등의 신체적 촉구 등을 말합니다.

이를테면 세수하기의 경우, 아이에게 본격적으로 세수하기를 가르치기 전에 세수하기 활동의 각 순서를 글이나 그림으로 정리한 것을 함께 살펴보는 것은 자극 추구, 아이에게 세수하기를 직접 시범 보이거나 이후 아이에게 “얼굴에 있는 비누 거품을 물로 헹구렴.” 하고 말하는 것, 아이의 손을 잡고 수건으로 물건을 함께 닦아 내는 것처럼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반응 촉구에 해당됩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촉구를 사용하는 경우 자칫 아이의 학습 의욕을 저하시키거나 자발성을 잃게 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시기에 알맞은 정도로 촉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비록 많은 촉구를 사용해서 아이가 가까스로 목표 행동을 완수했더라도 아이가 포기하지 않고 성공한 점, 더디지만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는 모습 등을 충분히 칭찬해 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죠.

특히 자폐 아동 중에는 냄새나 촉각 등 특정 감각이 예민한 경우도 많아서 고체 비누나 거품 세안제 중 선택하게 하거나 좋아하는 향기가 나는 제품으로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수건 역시 아동이 좋아하는 컬러나 캐릭터가 새겨진 것을 미리 준비해 두는 센스를 발휘하신다면, 아동에게 세수하기 시간이 좀 더 즐겁고 기다려지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요.

 

서대문봄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이호선 원장

<참고문헌> : 이노우에 마사히코 저(2018). 집에서 하는 ABA 치료 프로그램. ㈜. 예문아카이브.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대문봄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한양대병원 외래교수, 한양대구리병원 임상강사
(전)성안드레아병원 진료과장, 구리시 치매안심센터 자문의, 저서 <가족의 심리학>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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