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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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SNS를 얼마나 많이, 자주 사용하시나요? SNS를 전혀 하지 않는 분도 계실 테고 수시로 확인하며 열심히 이용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한 개의 SNS만 사용하시는 분부터, 여러 개의 SNS를 용도에 따라 사용하는 분들도 있으시지요. SNS를 단순히 일상 공유나 지인들과 안부를 주고받는 사교적인 목적을 넘어 비즈니스나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SNS는 오프라인에서 알고 지냈던 지인들뿐만 아니라 유명인, 관심 분야의 사람들과 쉽게 연결되고 소통할 수 있게 하는 도구가 됩니다. 또, 발품을 팔지 않아도 쉽게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에 유용합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지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SNS로 인해 피로감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SNS는 예전에는 알 수 없었던 타인의 일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같은 지역이나 시간대에 사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 있는 사람이든 무엇을 하고, 어디에 갔는지, 어떤 음식을 입고 무슨 옷을 입었는지 손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마치 내가 그곳에 함께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직접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세계, 타인의 삶을 간접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지요. 마치 가상현실(Virtual Reality)에 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이는 우리에게 더 넓은 세계를 알게 해주는 통로가 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와는 다른 화려한 삶을 살거나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듯한 사람들의 모습에 상대적으로 내가 작고 초라해 보이기도 합니다. 오늘 점심 내가 먹은 메뉴와 지인이 여행지에서 먹은 근사한 메뉴를 자연스레 비교하기도 하고, 나를 빼고 모인 친구들이 행복하게 놀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며 왠지 모를 씁쓸함과 소외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런 모습들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될 때면 더 슬프고 비참한 기분이 들곤 하지요. 

마치 나를 빼고 모든 사람이 행복하고 즐겁게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 나는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나, 왜 내 삶은 이렇게 평범하고 재미있는 일이 없나 싶습니다. 직업적 성과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게시물이나 단란한 가정생활과 아이들의 일상, 잘 꾸며진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집 사진 등을 보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헛헛해집니다. 나는 이뤄 놓은 것도, 자랑할 것도 딱히 없는데 다들 열심히, 행복하게 살고 있구나 싶습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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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느 시점부터는 SNS로 타인의 일상을 보고 싶은 마음과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지만, 굳이 확인하면서 스트레스받거나 피로감을 느끼고 싶지 않은 것이지요.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SNS에 내 일상을 공유하는 것 역시 부질없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는 기존의 젊은 사용자들이 감소하고, 사용자의 연령층이 높아지거나 활발하게 활동하는 액티브 유저가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자리를 광고나 인플루언서가 대신하면서 SNS가 사회적 교류 역할보다는 정보 공유, 상업적 용도로 방향이 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SNS는 신체나 얼굴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감이나 부정적 인식을 강화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얼굴이나 몸을 계속 접하면서 자신 역시 그런 모습으로 비춰지기를 갈망합니다. 보정을 활용한 이미지를 많이 접하고, 자신도 보정이나 필터를 사용하면서 원래의 나와 다른 얼굴로 자신을 보이는 데 익숙해집니다. 그러다 보면 원래 자신의 몸이나 얼굴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거나 만족하지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SNS는 또한 우리가 정보를 받아들이거나 해석하고 판단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시각적 이미지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SNS에서 사람들은 사진 한 장 뒤에 숨겨져 있는 맥락이나 전체적인 줄거리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보기에 좋은지, 흥미로워 보이는지가 더 중요할 뿐입니다. 그래서 몇 장의 사진이나 밈, 짧은 동영상에서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사실관계를 유추하거나 판단하려고 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짧은 게시물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긴 글이나 영상을 보는 데 부담을 느낍니다. 짧고 쉬운 내용을 선호하며 짧은 시간 내에 필요한 내용만 파악해서 판단하고자 합니다. 이런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어떤 사람들은 더 높은 조회수를 위해 일부러 더 자극적이고 편향적인 방향으로, 혐오를 조장하는 게시물들을 올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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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삶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많은 일은 이분법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안에는 다층적으로 고려해야 할 이해관계와 전후 맥락 등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쉽게 판단하고 결론 내리는 데 익숙해지다 보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함정에 빠지기 쉽습니다.

SNS는 우리의 선호를 반영하여 알고리즘을 짜고 유사한 컨텐츠를 계속 제공하기 때문에 기존의 신념이나 가치관이 더 강화되는 ‘확증편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SNS를 통해 내가 좋아하거나 옳다고 믿는 것에 부합되는 정보를 계속 접하게 되고, 그것이 또 다른 유사한 정보에 연결되도록 이끌면서 점점 자기 생각이 옳다고 믿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SNS는 긍정적 기능과 함께 다양한 부작용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SNS를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SNS가 삶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되고 타인과 비교하게 만든다면 사용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 지금, 나와 내 주변 사람들에게 더 집중하면서 일상의 행복을 느끼는 것입니다. 또, SNS는 타인의 삶에서 가장 좋은 순간만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손가락 몇 번의 클릭이면 수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것은 축복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불행의 단초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알 수 없었던 타인의 삶을 엿볼 수 있고, 비교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위험 가능성이 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무엇을 보고, 보지 않을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는 게 힘이다.”라는 말도 있지만 반대로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알아야 할 것, 모르는 게 나은 것이 무엇인지 잘 생각하면서 지혜롭게 SNS를 사용하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정정엽 원장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 의과대학 학사석사, 서울고등검찰청 정신건강 자문위원
보건복지부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 위원
한국산림치유포럼 이사, 숲 치유 프로그램 연구위원
저서 <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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