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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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스포츠 선수, 그리고 더욱 많은 스포츠 팬들은 한 가지를 궁금해합니다. “왜 어떤 선수들은 큰 경기에서 더욱 빛나는데, 또 다른 어떤 선수들은 큰 경기에서 유달리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가?” 오늘은 스포츠 선수들이 우수한 성과를 낸 마음훈련의 비법을 함께 들여다 봅니다. 

미국 프로농구(NBA) 역사상 가장 위대한 1명의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마이클 조던일 것입니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득점력을 뽐냈고 6차례의 우승을 일궈 낸 이 선수에게, 남에게 빌려주기 싫은 멘탈 트레이너가 있었던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마이클 조던의 멘탈 트레이너는 지금은 꽤 유명해진 팀 그로버라는 인물입니다. 그는 조던 이후에도 여러 스포츠 스타와 비즈니스 리더들의 승리를 견인해온 미국 최고의 멘탈 트레이너입니다. 팀 그로버는 책 『끝까지 목표를 이루는 멘탈의 힘 : 멘탈리티』의 저자이자 어택 애슬래틱스 CEO이기도 한데요, 마이클 조던뿐만 아니라,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 코비 브라이언트, 드웨인 웨이드를 비롯한 스포츠 선수들과 비즈니스 리더들의 승리를 견인해 온 세계적인 멘탈 코치 전문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팀 그로버는 “체중과 키, 근력, 속도 같은 것은 누구나 쉽게 잴 수 있다. 하지만 마음 속에 담긴 책임감과 인내심, 본능적인 에너지는 누구도 측정하지 못한다. 우리가 진정한 트레이닝을 시작하는 기점은 바로 그 마음이다.”라며 스스로 무엇을 성취하고 싶은지 깨닫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희생을 감수할지 아는 데서부터 출발하는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마이클 조던은 야구선수로 잠시 ‘외도’했다가 시카고 불스로 돌아온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는 복귀한 1995년에 NBA 결승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플레이오프에서 샤킬 오닐의 올랜도 매직에게 패했던 것이지요. 그 패배의 저녁에, 조던은 팀 그로버 코치에게 이렇게 말했지요. “내일 봅시다.” 

한 시즌이 끝난 날이었지만 조던은 휴식이나 위로를 택하지 않았고, 바로 다음 날부터 연습에 들어가 다시 승리를 되찾게 됩니다. 팀 그로버는 조던의 이러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이러한 태도야말로 승리자의 멘탈이라고 말합니다. 조던은 스트레스를 잘 받아들이고, 잘 다루는 인물이었던 것이지요. 

 

제2의 조던이라 불린 코비 브라이언트라는 선수도 팀 그로버 멘탈 코치의 도움을 받은 인물입니다. 브라이언트 역시 조던만큼의 연습벌레로 유명합니다. 그는 2012년 NBA 올스타전에서 코뼈가 부러지고 뇌진탕까지 겪었지만, 바로 며칠 뒤에 벌어진 시합에 출전했습니다. 그는 자기 몸이 충격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자신이 그런 환경에서 얼마나 잘 뛸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했으며, 자기 자신이 진정 무엇을 이룰 수 있는지 직접 확인하려 했던 것이지요. 

이러한 일화 속에서 승부는 신체의 컨디션에서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며, 그 이상의 무엇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중압감과 긴장감이 지속되는 환경에 놓이는 운동선수들은 결국 ‘스트레스’를 얼마나 잘 받아들이고 잘 다루느냐에 따라 성공이 좌우된다는 것이지요. 그것은 바로 ‘마음훈련’의 결과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정신력, 성취욕, 목표를 위한 희생의 자세 등 이지요.

스포츠 심리학의 그루이자 멘탈 코치인 켄 라비자(Ken Ravizza)는 1997년 12가지 종목의 스포츠 선수들에게 ‘최고의 순간’을 물었다고 합니다. 이때 80%가 넘는 선수들은 “두려움이 없다” “움직임에 완벽하게 집중했다” “모든 것이 천천히 움직이는 것 같았다”는 응답을 내놓았습니다. 중압감과 긴장감이 없이는 누구도 성공할 수 없지만, 우리를 예민하게 만드는 것들, 상상할 수 없는 도전을 딛고 완벽하게 정신적으로 몰입하는 것이 승리를 안겨 주는 중요한 열쇠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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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원 중앙대 체육학과 교수를 포함한 연구진은 지난해 ‘한국형 축구선수 정신력요인에 대한 귀납적 내용분석’ 논문에서 대한축구협회 축구선수 100명, 축구지도자 100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말했습니다. 연구진은 축구선수 정신력의 요인을 ‘깡다구’ ‘정신무장’ ‘혼연일체’로 밝히며 이 개념들이 경기력 향상에 가치가 있다고 했습니다. 

허정훈 중앙대 스포츠정보테크놀로지연구소장 등 연구진은 ‘대학교 축구선수의 스포츠 멘탈코칭 경험에 대한 의미와 효과 탐색’ 논문에서 축구선수들이 스포츠 멘탈코칭에 대하여 “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 “힘들 때 진가가 발휘되는 것” “경험 전에는 귀찮음, 경험 후에는 힐링”으로 의미를 생각했음을 밝혔습니다.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 스포츠 국가대표팀은 종목마다 멘탈 코치들을 동반하고 있으며, 마음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내적 행동의 자각, 정신적 능력의 조율 등 훈련 과정에 있어 마음의 중요성은 모든 지도자와 선수들에게 강조되고 있습니다. 스포츠 분야에서 주로 활용되어 온 마음 훈련은 이제 사회 전반에서 그 영역을 넓혀 가는 듯 합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팀 그로버 멘탈 코치를 찾아갔다는 사실도 상징하는 바가 있지요. 이루려는 것이 무엇이든, 야망을 실현하려는 곳이 체육관이든 회사 사무실이든 상관없이 그 원천이 되는 힘은 바로 마음에서 나온다는 것이지요. 마음을 강하게 단련하면 몸은 절로 따라가기 마련입니다. 자신에 대한 믿음, 집중, 긍정적인 생각 등을 비롯한 마음의 태도들은 스포츠 선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보다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적 같은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뤄냈던 지난해 한국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이 내걸었던 표어가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었던 것은, 참으로 적절한 말이 아니었을까요? 다들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여길 때 스스로를 더 채찍질한 선수들이 곧 아시안게임에 나섭니다. 모두의 건강한 멘탈 관리와 훌륭한 성과를 기원합니다.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우경수 원장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대구가톨릭대병원 의과대학 학사 , 석사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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