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같이 발달장애가 있는 아동들은 일반적인 아동들과 비교할 때 감각처리상에 이상이 있거나 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자폐 아동에게 치료적 접근을 할 때는 해당 아동이 겪고 있는 감각처리상의 특성 및 어려움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플로어타임으로 접근해 나가야 합니다. 오늘은 감각처리장애란 무엇이며, 그 유형 및 감각처리적 접근에 있어서 준수해야 할 사항과 주의해야 할 점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발달장애 아동을 키우는 부모님이라면 ‘감각처리장애’라는 용어를 한 번쯤은 들어 보거나 이 개념에 대해 이미 잘 알고 계신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일반 분들에게는 조금 생소한 개념일 수도 있을 텐데요, 감각처리장애(Regulatory Sonsory Process Disorder)란, 우리의 신체 내부 및 외부 환경에서 주어지는 다양한 감각을 입력하고 조직하며 통합하여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감각을 감지해서 뇌로 입력되는 과정에서 정보가 변질되거나 적절히 처리하지 못해 발생하는 이상행동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감각처리상의 이상으로 인해 많은 자폐 아동들이 이와 관련된 이상행동을 보이거나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플로어타임은 이에 대한 이해와 교정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특히, 그린스판은 아동의 감각처리는 자신의 ‘감동, 정동(Affect)’ 반응에 영향을 미치며, 그 결과로 특정한 행동(Motor)을 만들어 낸다고 보았는데요, 결국 아동의 행동 이면에는 ‘감각-정서(Sensory-Affect)’의 측면이 존재하기 때문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주어지는 감각 정보는 그 처리에 있어서 먼저 입력이 이루어진 다음 어떤 감각 인지 분류하고, 다시 출력하는 세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따라서 감각처리에 이상이 있는 경우, 이 세 단계 중 각각의 단계에서 발생하는 오류의 양상으로 보아 그 유형을 나누고 있죠. 미국 플로어타임 학회인 ICDL은 아동의 감각처리 증상에 따라 감각처리장애를 다음의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유형 및 아동의 개별 특성에 따라 알맞은 접근을 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죠.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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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처리장애의 유형

① 감각변조장애(Sensory Modulation Disorder): 이 장애가 있는 아동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감각 자극이 있는 그대로 처리되지 않고, 자극 강도나 빈도, 내용 정보 등이 신경계 안에서 변조됨으로써 불안감 증폭, 부적절한 반응 및 비사회적인 행동을 보입니다. 이 장애는 다시 감각이 처리되거나 반응하는 특징에 따라 감각과민형, 감각과둔형, 감각추구형으로 나뉩니다.

 

② 감각 인식과 분류장애(Sensory Discrimination Disorder): 이 장애가 있는 아동은 감각 정보를 잘못 인식하거나 처리함으로써 정보 분류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주로 시각 정보나 청각 정보의 분류에 문제가 있거나 촉각 정보 및 시각-공간 정보를 구별하는 데 어려움을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각-공간 처리의 인식이나 분류에 문제가 있는 경우, 정리 정돈을 잘 못하거나 산만한 행동을 보이는 등 주의력 결핍 증상으로 나타나 학습 결손 및 학습장애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③ 감각운동장애(Sensory-Motor Disorder): 감각운동장애는 운동장애의 원인이 근육이나 신체 운동기관에 있지 않고, 운동기관에 운동 명령을 담당하는 감각기관에 이상이 생겨 운동장애를 일으키는 경우를 말합니다. 대표적인 감각운동장애로는 ‘자세조절장애(Postural Challenge)’와 ‘실행장애(Dyspraxia)’가 있습니다. 

 

그중 자세조절장애가 있는 아동은 몸의 중심을 잡는 것에 어려움을 보이고, 특히 자세 제어가 잘 되지 않는 아동은 전정감각이나 고유수용감각, 시운동 지각 능력에 이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아동들은 신체 조절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신체 활동이나 움직임을 싫어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너무 어렵거나 복잡한 활동보다는 작은 움직임이라도 재미있는 신체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며 신체 조절 및 감각 기능을 기르도록 돕는 것이 좋습니다.

실행장애가 있는 아동은 새로운 행동을 계획하고 순서에 맞게 실행하는, 즉 복잡한 과정의 실행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복잡하게 보이는 놀이나 운동에는 처음부터 아예 참여하지 않거나 단순한 놀이만 반복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기도 합니다. 

 

다음으로 『자폐 아동을 위한 플로어타임 프로그램』에서 제안하는 감각처리장애 아동을 위한 플로어타임 전략을 소개하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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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처리장애 아동을 위한 플로어타임 전략

- 아동의 감각 특성 분석하기: 아동이 특정한 이상행동을 보이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아동이 특별히 어떤 상황에서, 어떤 자극이 주어졌을 때 이상행동을 하는지 세심하게 관찰함으로써 아동의 감각적 특성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아동이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는 감각 자극에 급작스럽게 노출되지 않도록 하며, 최대한 아동이 선호하고 즐길 수 있는 활동을 통해 부족한 감각 기능을 발달시켜 나갑니다.

 

- 아동의 고유한 특성을 존중하고, 주변인들에게 이해시키기: 아동들의 감각처리 시스템은 저마다 고유한 특성이 있기 때문에 다른 아동에게 유용한 전략이라고 해서 우리 아이에게도 효과적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때문에 우리 아이의 감각 특성을 고려한 치료적 접근이 요구되며, 가족 구성원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에게 아동의 특성을 이해시키고, 필요한 지지와 양해를 구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 안전하고 정돈된 환경에서 시작하기: 감각처리에 이상이 있는 자폐 아동의 관심을 끌고 주의를 집중시키기 위해서는 상호작용에 꼭 필요한 놀잇감이나 아동이 좋아하는 몇 가지 물건만 남기고 자극 요인을 최대한 줄여서 주변 환경을 정돈하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많은 자극 요인이나 복잡한 환경은 아동의 감각처리에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 천천히 부드럽게 다가가기: 감각이 너무 과민하거나 과둔한 경우, 특정 감각기관은 과둔한데 다른 감각기관은 과민한 경우 등등 아동마다 불편감을 느끼는 감각기관과 감각 자극의 종류, 역치 등이 다르므로 최대한 낮은 목소리와 부드러운 태도를 취하며 다가가는 것이 좋습니다. 동시에 다양한 어조나 풍부한 표정 등 비언어적인 표현도 함께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죠.      

             

- 꾸준히 신체 활동하기: 아동은 다양한 신체 활동 및 놀이를 통해 신체감각을 깨우고 발달시켜 가며, 신체 활동에 대한 자신감과 조절 능력 등을 키울 수 있으므로 다양한 신체 활동과 놀이를 꾸준히 해 나가도록 합니다.

 

- 너무 많은 자극적인 장난감은 제한하기: 너무 많은 장난감이나 최신 게임기와 같은 자극적인 장난감은 아동이 사람들과 접촉하거나 상호작용할 기회를 빼앗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동이 혼자서 장난감에 몰입하는 시간만큼 사람들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거나 사회적 소통을 하는 시간은 줄어들 수 있으므로 장난감 제공은 적절한 수준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 최적의 각성 수준에서 시작하기: 플로어타임은 아동과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하는 접근법으로, 아동이 이 과정을 즐기고 집중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해당 아동이 최적의 각성 수준을 유지하며 활동에 참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아동이 평소 좋아하는 환경이나 취향 등을 사전에 잘 파악해서 아동에게 최적화된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쓰도록 합니다.

 

자폐 아동을 이해하거나 치료하는 데 있어서 아동의 감각처리상의 특성이나 패턴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은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그러나 보통의 평범한 사람이 이러한 아동의 감각처리 능력이나 기능을 정확히 이해하고 파악하는 데는 어려움과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감각처리장애의 프로파일링 과정을 전문적으로 해 주는 기관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정확한 평가를 받아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각 아동의 특수성과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현시점에서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도움과 치료적 접근은 무엇인지 잘 파악해서 조금 더디더라도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하는 날들이 되시기 바랍니다.    

 

서대문봄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이호선 원장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대문봄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한양대병원 외래교수, 한양대구리병원 임상강사
(전)성안드레아병원 진료과장, 구리시 치매안심센터 자문의, 저서 <가족의 심리학>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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