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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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도 지난 주제에 이어 그동안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관해 가졌던 궁금증을 풀어 보는 시간을 이어 가도록 하겠습니다. 

 

Q  자폐증이 있는 아동 중에도 어떤 아이는 과잉 행동을 자주 보이고, 어떤 아이는 둔감해 보이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자폐증이라고 불리던 명칭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변경된 이유는 자폐의 증상 및 유형, 중증도 등의 스펙트럼이 무척이나 광범위하기 때문입니다. 자폐증이라는 같은 진단을 받았더라도 아이들의 성향이나 발달 양상이 천차만별인 만큼, 자극에 민감하고 과잉 행동을 보이는 아이가 있는 반면, 각성 수준이 낮고 기민한 행동을 취하는 것이 어려운 아이들도 있습니다.

사람에게는 자신에게 해당하는 ‘각성 편향(arousal bias)’이란 것이 존재합니다. 즉, 각성 수준이 가장 낮은 정도부터 가장 높은 정도까지 다양한데, 누구든 어느 한쪽으로 편향되는 경향성을 보이는 것이죠. 그런데 자폐증이 있는 사람은 이 각성 편향이 너무 높거나 너무 낮은 쪽으로 치우쳐 있어서 다른 각성 상태로 전환하는 것에 유독 힘들어합니다. 그래서 각성 수준이 너무 높은 아이가 조용히 집중해야 하는 수업 장면에서 부산한 모습을 보이거나, 활동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체육 시간에 느릿하게 행동하는 아이들을 볼 수 있는 것이죠. 

이렇듯 자폐증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지낼 때는 그들에게 각성 편향과 관련한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이 부분과 관련해 어떤 도움을 주면 좋을지, 장기적으로는 어떻게 보완해 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심한 경우에는 전문의를 만나 상담한 후에 약물을 처방받는 방법도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Q  아이가 사람들 앞에서 이상한 행동을 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자폐증이 있는 자녀를 둔 부모님이나 가족이라면, 그들이 이상해 보이는 행동을 하거나 사람들을 곤란하게 만들어 난감해졌던 경험이 모두들 있으실 겁니다. 처음 보는 사람의 가방에 매달린 인형을 잡아당긴다거나 갑자기 군중 속에서 크게 소리를 지르는 등 자폐증 가족이 있는 분들에게 일상이란 어쩌면 이런 당혹스런 순간들의 연속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족들은 이런 일들이 발생할 때마다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거나 사과하거나 아이의 자폐증에 대해 설명하는 일에 이미 상당히 지쳐 있는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만약 평소의 스케줄과 달리 낯선 곳에 방문할 일이 생긴다면, 아이에게 자페증이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는 브로치나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 같은 장신구나 의상 등으로 사람들이 먼저 알아보도록 하는 방법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런 로고를 알아본 사람이라면, 아이가 어느 정도 주위를 시끄럽게 해도 얼마만큼의 이해심을 보여 줄 수 있을 테니까요. 간혹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내는 분들에게는 굳이 맞대응하기보다는 무반응으로 대응하거나 간단한 양해의 말을 구하는 정도를 추천 드립니다. 

그리고 지인이나 친구들, 친척과 같이 아이와 함께 종종 보게 되는 분들에게는 아이가 자주 보이는 행동이나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 그럴 때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좋으며, 어떻게 해야 아이를 도울 수 있을지 등을 설명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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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폐증이 있는 자녀의 학교 선택이 어렵습니다. 일반 학교와 특수학교 중 어디가 좋을까요?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자폐증이 있는 아이들의 유형이나 중증도 등 그 스펙트럼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내 자녀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아이에게 맞는 학교나 학급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수학교의 경우, 중증의 자폐이거나 신체적 도움이 필요한 경우, 문제행동이 심한 경우 고려해 보시고, 입학 전에 학교를 둘러보거나 상담을 받아 보실 것을 추천 드립니다.

또 일반 학교의 경우 특수학급이 설치된 학교도 있지만 미설치된 학교도 있으므로, 만약 자녀분이 특수학급에서 배움을 이어 가기를 원하신다면 사전에 주변의 일반 학교에 대한 정보를 숙지하여 잘 비교해 보신다면 좋겠습니다. 

요즘은 일반 학교 중에서도 도움반이 따로 있는 곳도 있고, 통합학급에서 실무자 선생님이 배정되는 경우도 있으니, 아이의 성향이나 행동화 경향, 정서적 안정도와 인지 수준 등을 고려하셔서, 또 진학 예정인 학교 측과 자녀의 의견도 참고하셔서 종합적인 판단을 내리시기 바랍니다.  

 

Q  아이가 자기 자극 행동(stimming)을 할 때 어떻게 해 주어야 하나요? 

자폐증이 있는 아이들이 많이 보이는 자기 자극 행동, 즉 상동행동은 아이들이 불안감을 느끼거나 불안정한 상황에서 스스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또는 낮아진 각성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처럼 자기를 조절하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따라서 이런 행동 자체는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그런 행동이 너무 빈번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될 경우, 좀 더 바람직한 방법으로 자기 조절을 할 수 있도록 대체행동으로 바꿔 가거나 차차 수정되도록 지도해 주십시오. 그리고 이때 아이에게 왜 이런 행동을 교정해 나가야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정말 좋아하는 행동이고, 그 행동을 하기에 크게 문제되는 장소나 시간대가 아니라면, 어느 정도는 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는 것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평소 즐겨 했던 상동행동을 꼭 하고 싶은 상황에서는 부모님이나 선생님 등에게 허락을 구한 후에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 주면 도움이 됩니다. 이런 설명과 함께 아이가 누군가에게 자기의 필요를 말하거나 요청하는 연습을 해 본다면 좋겠지요.

 

지난 시간에 이어 이번 시간에도 자폐증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폐증을 가진 분들은 조금 독특한 특성 때문에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이 일반 분들에 비해 좀 더 많을 수 있습니다. 또 이러한 특성들 때문에 평범한 어른들에 비해 좀 더 순수한 마음을 오래도록 잃지 않고 살아가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대단한 지식은 아니더라도 두 번의 시간을 통해, 자폐인들에 대한 이해와 시선이 한 뼘 더 깊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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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김세영 역(2016). 독특해도 괜찮아. 예문아카이브.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대문봄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한양대병원 외래교수, 한양대구리병원 임상강사
(전)성안드레아병원 진료과장, 구리시 치매안심센터 자문의, 저서 <가족의 심리학>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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