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대담자: 강남푸른정신건강의학과 신재현 원장님(이하 ‘신’), 이규홍 원장님(이하 ‘이’)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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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강박증의 약물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이: 강박증 치료의 주된 약물은 항우울제 SSRI입니다. 세로토닌이라는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의 분비를 조절하는 약물이죠.  세로토닌에 문제가 생겨서 강박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기에 이를 조절하는 SSRI를 사용합니다. 항우울 효과만 있는 거 아니냐 이렇게 생각해 보실 수도 있는데 항우울제는 우울을 줄이는 것 말고도 여러 기능이 있습니다. 

신: SSRI를 처방하면 어떤 분들은 왜 우울증 약을 줬냐 얘기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정신과에서 쓰는 약이 종류가 많지 않거든요. SSRI는 특히나 강박 우울에도 많이 쓰지만 불안장애라든지 여러 가지 공포증에도 굉장히 많이 쓰는 약물입니다. 약물 치료의 원리는 무엇인가요?

이: 세로토닌 조절에 문제가 생겨서 강박이 생긴다는 연구들이 있거든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세로토닌은 뇌에 신호를 주는 전달 물질 중 하나인데 흔히 우울장애에서도 세로토닌 조절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들이 있고 세로토닌 조절을 주요 치료 목표로 삼기도 하는데요. 항우울제를 통해서 세로토닌 조절을 정상화시키면 강박이 호전됩니다. 항우울제를 사용한다고 해서 모두 좋아지지는 않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세로토닌 이외 강박증에 관여하는 다른 물질이 있지 않냐 이런 연구들도 있는데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고요. 다만 도파민이 관여된다는 연구도 있어서 도파민을 억제하는 항정신병 약물이 강박증에 효과가 있기도 합니다.

 

신: 약을 처방하게 되면 환자분들이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것이 이거잖아요. 얼마나 오랫동안 먹어야 되나요. 강박증 약물의 복용 기간은 어느 정도일까요?

이:  일단은 효과가 일어날 때까지의 시간을 말씀드리면 강박증 약물을 최소 4-6주는 써야 효과가 나타납니다. (약물 효과가 나타나는) 기간이 항우울제를 우울장애에서 쓸 때랑은 차이가 있거든요 우울장애에서 항우울제 쓸 때는 2~4주면 보통 (효과가) 나타나는데 강박증에서는 좀 더 오랜 기간 써야 최소 나타나게 되고요. 강박증에서 약물 최고 효과까지 내려면 8~16주가 소요됩니다.

그리고 언제까지 써야 되냐 이것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실 것 같은데 언제까지 써야 된다는 거는 사실 강박장애가 안타깝지만 만성적인 경우가 많아요. 보통 일 년 동안 약물을 복용하기도 하고 평생 복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과를 봐 가면서 복용 기간을 정하는 게 핵심입니다. 

신: 책이나 교과서라든지 아니면 논문을 찾아봐도 약을 언제 끊을 것인지에 대한 것들은 정해진 바가 없습니다. 이건 정말 의사가 봤을 때 환자 상의에서 적절한 타이밍에 끊어야 된다 이런 좀 무책임한 말이 적혀 있는데요. 그래서 사실 이거는 정해진 바는 없습니다. 그래서 약을 오랫동안 드시고 계시는 분이라면 상태가 괜찮다면 약을 끊어보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끊었을 때 나 약 끊고 나서도 잘 지내 끊고 나서도 잘 지내는 상태가 나에게 온 적이 있어 라는 식으로 증상에 대해 자신감을 가질 수도 있거든요.

한편으로는 인지행동치료 같은 것을 받으면서 본인의 증상을 다루는 것을 잘 알게 되면 약을 쓰지 않고도 내가 증상을 잘 다룰 수가 있어 아 이건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라는 식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주치의 선생님과의 상담하에 약을 끊는 경험을 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약물치료에 대해서 걱정을 많이 하시는데요, 상담 없이 약만 먹어도 좋아지는 경우가 있나요?

이: 연구에 따르면 한 50~70% 정도는 약만 먹어도 좋아지거든요. 문제는 약 복용을 중지했을 때 90%는 재발한다는 보고들도 있고요. 정말 재발을 잘하기 때문에 사실 약만 먹었을 때는 재발을 막기 어려운 지점들이 있긴 합니다. 그래서 인지행동치료를 통해서 증상을 잘 다루는 방법들을 알게 되고 강박증이 과연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알고 나면 증상에 대한 두려움도 많이 줄게 되고 어떻게 다룰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감도 생기기 때문에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치료를 함께 해야 좋은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신: 또 하나 아까 잠깐 얘기가 나왔었지만 약을 먹으면 끊지 못하고 평생 먹어야 되는 거 아닌지 생각도 많이 하시잖아요. 특히나 중고등학생 어머니께서 함께 오시는 분들 같은 경우에는 약 먹으면 평생 먹어야 되는 거 아닌지 걱정도 굉장히 많이 하시고 약물을 굉장히 꺼려 하시는데 강박증 약물 평생 먹어야 하나요? 

이: 평생 드시는 분들도 있고 장기 복용하는 경우가 많긴 하거든요. 근데 인지행동치료를 병행을 하신다면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강박 증상에 대해서 저희가 이걸 어떻게 다뤄봐야 되는지 이런 것들을 점차 배워나갈 수 있기 때문에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한다면 약을 점차 줄이거나 끊을 수 있습니다.  약만 쓰게 되면 약은 일단 증상을 줄여주는 건 맞아요. 근데 그 증상을 어떻게 대할 수 있는지 경험을 해보는 기회들이 줄어듭니다. 약에만 의존하게 되니까요. 약은 완전히 증상을 다 잡기보다는 약간은 다룰 수 있을 정도의 증상을 남겨놓고 증상을 다루어 보는 경험을 늘려간다면  약을 점차 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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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강박증에서 사용하는 약은 강박사고가 나의 머릿속에서 나타났을 때 불안하고 찝찝해지잖아요, 그런 감정이나 불편한 느낌 같은 것들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강박행동이 줄어들게 되는 효과가 나타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강박 증상이 줄어든다고 강박 증상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약에 대해서 증상이 없어진다는 기대를 해서도 안 되고, 특히나 강박 증상이 줄어든 것이 치료가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이 증상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해 보시면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또 하나 질문이 이런 얘기 많이 하시잖아요. 약에 내성이 있는 거 아닌가 의존하게 내는 거 아닌가 중독되는 거 아닌가 이런 걱정을 많이 하시는데, 이런 가능성은 없나요?

이: 강박 치료의 주된 약물인 항우울제는 내성은 없습니다. 내성이라 하면 같은 용량을 써도 효과가 없는 상태를 얘기하거든요. 항우울제는 그런 내성은 없고요. 금단은 약간 있는 항우울제도 있기는 해요. 갑자기 금단이라고 하면 끊었을 때 그 약이 주는 효과와 반대의 증상이 나타나는 거를 금단이라고 이해하시면 되거든요. 이런 금단이 있는 경우도 있는데 크지 않고 그리고 (약을) 점차 줄여 나가면 금단을 경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의존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약이 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심리적인 의존이 있을 수 있거든요. 심리적인 의존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인지행동치료나 다른 면담적인 개입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심리적인 의존이 계속 지속되는 거거든요.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한다면 심리적인 의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신: 강박증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치료는 크게 두 가지-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라고 볼 수가 있는데요, 이것은 그냥 우리가 만들어낸 얘기가 아니고 가이드라인이라든지 논문이라든지 여러 가지 치료 지침에 있어서 확실하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인증받은 치료거든요. 일반적으로는 약물치료만 받고 계시면서 왜 좋아지지 않나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인지행동치료라는 것들을 함께 해 나가면서 증상을 잘 다루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서 좀 더 잘 배워나가는 그런 경험을 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강남푸른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신재현 원장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남푸른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나를 살피는 기술>, <어른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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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이라 멀어서 못 가지만 여건이 되면 찾아가고픈 제 마음속의 주치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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