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디깅모멘텀(Digging Momentum)'이라는 용어를 들어 보셨나요?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 연구팀의 책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내놓은 올해 10개의 트렌드 중 하나입니다. 특정한 주제에 대해 단순한 취미를 넘어서, 자신의 행복과 성장을 위해 좋아하는 것에 과몰입하는 행위와 방법을 의미하는 용어지요. 오늘은 디깅모멘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보고자 합니다.

매년 초 경영자들이 필수로 읽는 책이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 연구팀이 쓴 『트렌드 코리아 2023』이지요. 이 책은 2008년부터 매년 발행되고 있는데요, 해마다 시대의 트랜드를 분석하고 예측해 정리한 키워드를 제시하면서, 새로운 세대를 바라보는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책에서 밝힌 올해의 대한민국 10대 트렌드 키워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책에는 ▲평균 실종 ▲오피스 빅뱅 ▲체리슈머 ▲인덱스 관계 ▲뉴디맨드 전략 ▲디깅모멘텀 ▲알파세대가 온다 ▲선제적 대응기술 ▲공간력 ▲네버랜드 신드롬과 같은 키워드가 등장합니다. 이러한 트렌드는 많은 변화를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중, 눈에 띄는 키워드는 '디깅모멘텀'입니다. 단순한 취미 생활을 넘어서 나의 행복과 성장을 위해 좋아하는 것에 과몰입하는 행위와 방법을 의미합니다. ‘디깅(Digging)’은 ‘파다’를 뜻하는 영어 단어 dig에서 파생한 것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행위를 뜻합니다. 자기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에 시간과 돈과 열정을 투자하면서 누구보다도 삶에 열심이고 몰입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죠. 

심리건강 분야에 계신 분들에게 ‘과몰입’은 오랫동안 친근한 주제이기도 한데요, 이제는 많은 분들이 이 키워드를 하나의 현상으로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과몰입이 중독과 연결되는 문제였다면, 오늘날의 ‘디깅모멘텀’은 조금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소통과 생산에 활용되는 개념으로도 활용되고 있는 듯합니다. 

그럼 우리의 일상 속에서 디깅 모멘텀들을 한번 살펴볼까요? 

◇ 20대 대학생의 일상 속 디깅모멘텀

음악을 좋아하는 20대 대학생 김00 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좋아하는 음악 정보를 알 수 있는 사이트 ‘디깅’에 접속해 아티스트 뉴스들을 접한다. '케이팝 덕질 비서'라고도 불리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블립(blip)’에 접속해서 좋아하는 아티스트에 대한 글로벌 팬덤 속으로 빠져든다. 해당 앱에서는 엑소, 뉴진스, 블랙핑크, 세븐틴, 아이유, 아이브, 트와이스, ITZY 등 70여 팀의 케이팝 아티스트 관련 방송, 행사, 공연 등 공식 스케줄을 비롯해 생일, 기념일, 비공식 스케줄까지 확인할 수 있다. AI스피커로 유튜브 뮤직에서 구독하는 음악을 듣고, 덕후를 자처하는 라디오 DJ 김이나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30대 직장인의 일상 속 디깅모멘텀

먹거리에 높은 관심을 가진 직장인 이00 씨는 여의도에 위치한 직장까지의 출근길을 활용한다. 남들보다 한 시간 일찍 집을 나서 지하철에 앉아 좋아하는 콘텐츠를 깊이 즐긴다. 농구감독 출신 현주엽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먹보스 쭈엽이’, 가수 성시경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성시경의 먹을텐데’ 등을 즐겨보며 이에 등장하는 식당에 직접 방문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먹거리 외에도 시리즈물 콘텐츠에 빠졌는데 “영화 <글로리>의 해석에 대한 유튜브 콘텐츠를 100여 건도 넘게 본 것 같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일상 속에 다양한 디깅모멘텀들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현명하게 디깅모멘텀을 즐기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그리고 디깅모멘텀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들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여러분들의 디깅모멘텀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생각이 문득 궁금해집니다. 건강하게 나의 관심에 몰입하며 적절한 행복감을 누릴 수 있길 바라며, 오늘 글을 마치겠습니다. 

사당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최강록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