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전 6시. 알람이 울리면 A는 단숨에 일어나 운동복으로 갈아입습니다. 태블릿과 요가 매트를 준비하고, 유튜브에서 인기 있는 홈트레이닝 영상을 재생합니다. 30분 정도 운동한 뒤에 건강한 식단으로 아침 식사까지 마치면 출근 준비를 시작할 시간이 됩니다. 가끔 운동 대신 독서나 명상을 할 때도 있습니다.

이는 자기계발 트렌드인 ‘미라클 모닝(Miracle Morning)’의 한 예입니다.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오전 4~6시 사이에 일어나 자신만의 성장의 시간을 갖습니다. 이들은 자기계발보다 삶에 대한 열정과 에너지, 하루를 주도적으로 활용하는 힘, 규칙적인 생활 습관 등을 미라클 모닝의 장점으로 꼽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장점은 ‘성취감’인 듯합니다. 미라클 모닝 후기의 대부분은 “해냈다는 뿌듯함을 느꼈다”는 내용입니다. 거창한 계획이 아니더라도, 아침 일찍 일어나 이불 정리하기, 물 마시기 등의 소소한 생활 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성취감을 주고, 자기효능감을 높인다는 것이지요.

 

사실 성취감은 많은 심리학자가 강조하는 행복한 삶의 요소 중 하나입니다. 긍정심리학의 창시자 마틴 셀리그만(Martin E.P.Seligman)은 2002년 출간한 저서 <진정한 행복>에서 행복한 삶의 조건으로 3가지, ‘삶에 몰입하는 태도(engagement)’ ‘의미(meaning)’ ‘긍정적인 정서(positive emotion)’를 제시했습니다. 그는 연구를 거듭하다가 2011년, ‘긍정적인 대인관계(positive relationship)’와 ‘성취감(competence)’을 추가합니다. 

이후 행복이나 웰빙(well-being)을 탐구한 많은 연구에서 이 10가지 요소는 빠지지 않고 등장했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 의대에서 제시한 웰빙의 10가지 요소를 살펴보면, 셀리그만의 5가지 요소가 주요 요인으로 포함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성취감이란, 일상생활을 구성하는 다양한 활동들로부터 기쁨을 느끼고 긍정적인 자아개념을 형성해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여기는 낙천적인 감정과 태도를 말합니다.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인간이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욕구이며, 이 욕구를 통해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하고, 삶의 만족도를 높여 행복한 삶을 살게 됩니다.

 

사진_ freepik
사진_ freepik

그렇다면 ‘성취’는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요?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인 앤젤라 더크워스(Angela Duckworth)는 성취를 끌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 근성이나 투지, 용기로 번역되는 ‘그릿(grit)’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장기 목표를 위한 인내와 열정입니다. 더크워스는 무언가 성취하기 위해 타고난 재능보다 그릿, 즉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더크워스가 미 육군 사관학교(West Point)에서 10년 동안 1만 1258명이 넘는 생도의 종단 데이터를 대규모 분석한 연구는 그릿의 힘을 잘 보여줍니다. 이곳의 신입생들은 1학년 과정을 시작하기 전 6주 동안 ‘야수의 막사(Beast Barracks)’로 불리는 기초 군사훈련을 받습니다. 이를 통과한 학생들은 다시 4년간 군사, 학업, 체력 훈련을 거쳐 5년 동안 군 복무를 하며 실전 훈련을 받습니다.

야수의 막사는 극한의 고통과 고립 속에서 진행됩니다. 6주간 주말이나 휴식도 없고, 친구 또는 가족과 연락할 수 없는 자기와의 외로운 싸움입니다. 다섯 명 중 한 명이 중도 하차할 만큼 악명 높은 훈련. 이를 통과한 신입생들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었을까요?

더크워스는 신입생들의 인지 능력, 신체 능력, 성별, 나이 등 인구학적 변수를 모두 조사했지만, 오직 그릿만이 이 훈련의 통과를 예측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신체능력이 다소 우세했던 연도도 있었으나,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흔들림 없었던 예측 변인은 그릿이었습니다. 특히 4년의 훈련을 마치고 졸업한 학생들은 그릿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크워스에 따르면, 그릿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처럼 끈기 있게 목표를 달성하는 능력이라고 합니다. 수년이 걸리더라도 일을 끝까지 해내는 힘인 것이지요. 이처럼 끈기를 유지하는 능력은 성취감을 발달시킵니다. 성취감에 대한 경험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을 때 회피하지 않는 자신감을 주고, 지난 성취감을 회상하며 동기부여를 하는 선순환을 만듭니다.

우리는 자신의 목표와 배치되는 행동을 할 때 자책하고, 스스로를 비난합니다. 자신에게 행복감을 줄 수 있는 그 목표와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기비난은 행복으로부터 더욱더 멀어지게 할 뿐입니다.

 

이화여대 심리학과 양수진 교수팀은 더크워스의 그릿을 바탕으로 한국형 그릿 척도를 타당화시켰습니다. 자신의 목표를 떠올리며 20가지의 문항에 1점부터 5점까지 점수를 매기는 것입니다.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있지만 포기하고 싶을 때, 또는 나태해졌을 때 아래의 척도를 확인하면서 자신의 그릿이 발휘되지 못하는 요소를 찾고, 나아가 행복에 좀 더 가까워지시길 바랍니다.

 

1. 나는 이 활동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 

2. 나는 이 활동을 좋아한다. 

3. 나는 이 활동에 열정을 느낀다.

4. 나는 이 활동에 푹 빠져있다. 

5. 나는 이 활동을 하는 것에 의미를 느낀다.

6. 나는 이 활동의 매력에 빠져있다.

7. 이 활동은 나의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해준다. 

8. 나는 정열적으로 이 활동을 하면서 나의 목표를 성취해 나가고 있다.

9. 나는 이 활동을 하는 과정이 즐겁다.

10. 나는 이 활동을 하는 과정이 의미 있다고 느낀다.

11. 나는 일단 목표를 세우면 시간이 지나도 그것과 관련된 일을 한다.

12. 나는 부지런하다. 

13. 좌절은 나의 의욕을 꺾지 못한다. 

14. 나는 수년의 노력을 요구하는 목표를 달성해 본 적이 있다. 

15. 나는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16. 나는 일단 어떤 생각이나 계획에 사로잡히면 지속적으로 관심을 유지한다.

17. 나는 중요한 도전을 위해 좌절을 극복해왔다.

18. 나는 달성하는데 몇 개월이 걸리는 일에도 꾸준히 집중할 수 있다.

19. 나는 몇 개월이 지나도 나의 목표나 관심사에 흥미를 유지한다. 

20. 나는 내가 시작한 것은 뭐든지 끝낸다. 

 

강남숲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 우경수 원장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대구가톨릭대병원 의과대학 학사 , 석사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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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다음 편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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