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자기 위로 훈련하기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는 친구나 가족, 선후배처럼 곁에 있는 누군가가 힘들어할 때 위로해 주려고 애씁니다. 만약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고 슬퍼할 때는 없는 시간을 쪼개어 술 한잔의 위로를 건네고, 중요한 시험이나 승진에서 떨어져 좌절할 때는 어깨를 두드리며 용기를 줍니다. 이렇듯 우리는 주변 사람이 힘든 일을 겪고 고통과 슬픔 속에 빠졌을 때 곁에서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습니다.

길을 가다가 낯선 이가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갈 때조차 “괜찮다.”며 미소를 지어 보입니다. 누군가의 고의가 아닌 작은 실수라면 충분히 용납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관대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지요. 또 길을 모르는 외국인이 다가와 길을 물을 때는 비록 외국어가 능숙하지 않아도 손짓 발짓을 해 가면서 도움이 되고 싶어 합니다.

이러한 행위의 이면에는 우리 안에 ‘연민’이라는 감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에는 안타까움을 느끼고, 그 고통을 함께하려고 하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이지요. 우리는 자신에게 심각한 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이라면, 비록 낯선 타인일지라도 언제든지 작은 친절을 베풀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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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유독 자기 자신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냉정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자신의 노력과 성취, 능력에 대해 잘 인정하지 못하거나 평가절하하기도 합니다. 또 자신의 실패나 실수는 용납하지 못할 때가 많지요. 이럴 때는 오히려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거나 나약하다며 스스로를 몰아세웁니다. 어느새 자기 비난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인데요, 이들은 왜 타인에게는 그토록 관대하면서 스스로에게는 이토록 엄격한 걸까요? 

어릴 적 애착 관계나 기질적인 특성, 양육된 패턴이나 트라우마 등 사실 그 원인을 단지 몇 가지로 한정할 수는 없을 겁니다. 사람에 따라 다양한 원인과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이 내면에서 작용하고 있을 테니까요. 자기 자신에게만 유독 엄격하고 냉정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내면을 좀 더 깊이 탐색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사실 건강한 성인이라면 다른 사람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것처럼 자신의 고통 역시 외면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연민을 느끼는 것처럼 자신의 고통에도 자기연민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때의 자기연민이란, 스스로를 불쌍한 사람처럼 여기는 게 아닌, 자신의 고통이나 불행을 안타까워하며 자신에게 위로를 건네는 것입니다. 

한 인간이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불행과 고통과 좌절이 나에게만 비껴가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입니다. 삶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고통 속에서 신음할 때,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해 마음이 아플 때조차 우리는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그 고통을, 아픔을 잘 떠나보내고 다시 살아 나갈 힘을 낼 수 있으니까요.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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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우리는 그 누구보다도 스스로를 인정하고 위로해 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수고한 자신을 토닥일 줄 아는 자기 위로는 어느 날 갑자기 되는 것은 아닙니다. 평상시에도 자기 위로 훈련을 꾸준히 실천할 때, 내 삶이 갑작스러운 폭풍우를 만나 허우적거리는 위기 상황에서 나를 건져 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위로 훈련은 평소에 몸의 근육을 기르듯 훈련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자기 위로 훈련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정해진 방식은 없습니다. 매일매일 할 수도 있고, 일주일에 몇 번 시간을 정해서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생각날 때마다 해도 좋아요. 방법도 자신에게 가장 맞는 방법을 찾아서 하면 됩니다. 몇 가지 시도해 보고 가장 효과가 좋은 것으로 해도 좋고, 여러 방법을 번갈아 적용해도 좋아요. 다만, 여기서 핵심은 스스로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입니다. 만약, 오늘 하루 너무 바빠서 힘들었다면 “○○야, 오늘도 수고 많았어,”라고 자기 이름을 불러 준 다음 격려의 말을 해 주세요. 혹시 중요한 시험을 치르느라 오랫동안 수고했다면, “○○야, 그동안 너무 많이 애썼다. 정말 잘했어.”라고 스스로의 노력과 노고를 인정해 주면 됩니다. 만약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로 슬퍼하고 있다면, “힘든 게 당연한 거잖아. 울고 싶으면 마음껏 울어도 돼.”라고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주세요. 

이러한 자기 위로의 말과 함께 거울을 보고 스스로를 향해 친절한 미소도 지어 보이고, 자기 어깨를 토닥여도 줘도 좋습니다. 혹시 자신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 쑥스럽게 느껴진다면, 자신에게 하고 싶은 위로나 격려의 메시지를 메모해서 매일 보는 거울이나 컴퓨터 화면 하단에 붙여 놓고 수시로 보면서 자기 위로를 건넬 수도 있어요.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다면 긴 편지를 써도 좋고요. 모두모두 자신에게 건네는 어떤 위로나 격려의 말이든 다 좋습니다. 또 지금의 자신에게만 한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과거에 상처받았던 일이나 장면을 떠올리며 그때 못해 줬던 말들, 스스로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전해 줘도 좋아요. 물론, 미래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도 괜찮습니다. 

자기 위로 훈련은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일종의 자신과 하는 대화라고 할 수 있지요. 단, 스스로를 향한 엄격하고 냉정하고 판단적인 마음의 소리가 아닌, 따뜻하고 친절하며 위로 섞인 말들이지요.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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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친구 선후배, 직장 동료들…… 우리에게는 소중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항상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함께 시간을 보내고, 경제적인 지원을 하고, 정서적인 돌봄도 제공합니다. 그런데 정작 소중한 나 자신을 위해서는 무얼 하고 있나요. 지치고 고단한 하루를 오늘도 열심히 살아 낸 스스로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는다면, 나 자신에게 너무 미안하지 않을까요. 오늘부터 하루에 딱 한마디라도 좋으니 자기 위로의 말을 건네 보셨으면 합니다.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정정엽 원장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 의과대학 학사석사, 서울고등검찰청 정신건강 자문위원
보건복지부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 위원
한국산림치유포럼 이사, 숲 치유 프로그램 연구위원
저서 <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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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의 글이 얼마나 큰 위로인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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